기호 3번 안석뽕 -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271
진형민 지음, 한지선 그림 / 창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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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회장 선거를 치루어야 하는 6학년 담임들의 마음은 여러 모로 편치 않다.

  선거로 인해서 어떠한 잡음도 없어야 하고, 학교를 위해서 헌신 봉사할 괜찮은 아이 (모범적이고 인성이 훌륭한)가 뽑혔음 하는 마음이지만, 괜찮은 아이들이 부모의 반대에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설득이 힘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우리 학교 다닐 때는 그랬던가???)과 달리 금전적인 부담에서는 자유로워졌으나 회장, 부회장 부모가 되면 학부모회를 대표해야 하니 시간적인, 그리고 심적은 부담은 클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많은 학교에서 학년을 마무리하는 12월이나 2월에 5학년에서 미리 전교회장, 부회장을 뽑아 두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을 일 년 동안 겪은 담임이 후보 등록을 권유하기가 훨씬 쉽고 친구들도 서로를 잘 아니 선거 운동을 적극적인 마음으로 해 줄 수 있다. 우리 학교도 지난 12월에 전교 회장 선거가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후보가 많이 나왔고, 선거가 잘 치루어졌다. 처음 선거에 참여하는 3학년 아이들도 좋은 후보를 가리기 위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하루의 선거 유세 시간이 있었는데, 한 후보가 그 날 연주회 관계로 학교에 오지 못했는데도 참모들이 교실교실을 돌면서 홍보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아이가 회장에 당선되었는데, 인간성이 참 괜찮은 아이로 친구들 사이에서 평이 나 있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도 어느 날, 갑자기 전교회장 후보가 된다. 어쩌다 그리 되었는지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다. 친구들의 부추김에 얼떨결에 이루어진 일이지만, 그리고 그리 모범적이지 않은 주인공 안석진(별명 안석뽕)에 대한 곱지 않은 담임 선생님의 시선이 불편하긴 했지만,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통해 회장에 당선은 되지 않았으나 귀한 것을 얻어 간 석뽕과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이 참 좋았다. 석뽕과 그의 친구들의 주눅들지 않은 모습이 자랑스럽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얻게 될 또 다른 수확 하나는 대형마트(피마트)와 석뽕의 부모님이 속해있는 시장 사람들의 싸움을 통해 약육강식의 사회 구조를 조금이나마 아이들이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거다. 피마트와 싸우기 위해 바퀴벌레 살포 작전을 꾸민 백발 마녀가 화장실에 다녀와서 화장실이 너무 좋다고, 좋아도 너무 좋다고 끅끅거리면서 우는 장면에 가슴 짠해짐을 느낀다면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은 저절로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다할 공약도 없어 보이고, 선거판의 물만 흐리는 듯한, 삶에 진지함이라고는 없다고 느껴질 수 있는 석뽕의 무리들을 보면서, 그 어리버리함 속의 진지함이 읽힌다. 아이들이 속한 세계 속에서 아이들이 겪는 고민을 읽으며 독자인 어린 친구들은 한뼘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의사로 시작된 싸움이 아닌 친구들에 의해 끌려 들어간 전교회장 선거라는 싸움장에서 석뽕이 진짜 자기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찡하다. 이런 근사한 유세를 하는 후보가 있다면 나는 반드시 이 아이를 찍을 것이다.

 

"지금까지 다른 후보들 얘기 듣느라 힘드셨을 거 같아서 저는 그냥 옛날 이야기 하나 해 드릴게요. 이건 제가 존경하는 어느 철할자한테서 들은 얘기입니다.

옛날 옛날에 개하고 사자하고 살고 잇었는데, 어느 날 사람들이 개하고 사자를 잡으려고 막 돌을 던졌대요. 그랬더니 개는 괜히 날아오는 돌한테만 화를 내면서 와작와작 돌을 물어뜯더래요. 하지만 사자는 좀 달랐대요. 사자는 돌 같은 건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돌 던진 사람을 쫓아가서 물더래요. 그래서 사람들이 사자한테는 '역시 사자'라고 했고, 개를 보고는 '멍청한 개자식'이라고 비웃었대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고요.

그런데 요즘에도 그런 개자식이 있대요. 저런 문제아! 골치 아픈 놈! 나쁜 녀석은 혼나야 돼! 이렇게 욕부터 하는 사람들이 바로 돌한테만 으르렁대는 멍청한 개자식들이래요.

사자는 안 그러거든요. 현명한 사자는 뭣 때문애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먼저 생각하고, 뭘 물어뜯어야 같은 일이 다시 안 벌어질지 잘 판단한 다음 행동하니까요.

쟤는 왜 저렇게 공부를 못하는지, 얘는 뭣 때문에 자꾸 말썽을 피우는지, 그리고 우! 바퀴벌레 사건은 도대체 왜 일어났는지, 그 이유를 모르고서는 절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제가 만약 전교 회장이 된다며느 저는 언제나 개자식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우리 학교를 위해 꼭 사자처럼 일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새 학년이 되어서 학교의 새 일꾼이 되는 어린 친구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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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23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장 뽑기와 함께 회장 뽑기란
참 어려운 일이 되겠네요.
사회가 아직 민주사회라 하기 어려우니
학교에서도 이 대목을 자꾸 걱정해야 하는구나 싶어요.

희망찬샘 2014-01-24 16:14   좋아요 0 | URL
작은 사회 안에서 아이들이 조금씩 배워 나가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