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저 시집가요. 시간 되시면 와 주세요. 하고 말이다.

먼 곳에서 하니까 못 오셔도 괜찮아요. 그래도 청첩장은 드리고 싶어요. 한다.

그렇게 해서 어제 몇 명의 아이들과 번개 만남을 가졌다.

두 번째로 시집가는 아이다.

너희들이 몇살이니? 물으니.

28살이요. 한다.

내가 그 즈음에 이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너무 늦게들 가는 거 아니야? 했더니, 엄청 빨리 가는 거예요. 한다.

요즘은 우리 때보다도 더더 늦어지나 보다.

남보다 늦게 교대를 들어갔고,
그렇게 늦게 졸업했고,
제자를 빨리 갖고 싶다는 생각에 중간 발령 난 다음 해에 6학년을 자원해서 하게 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머리 큰 6학년은 그 때도 다들 안 한다는 분위기여서,
자원한 내가 학교에서는 참으로 고마웠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과의 시간은 참으로 재미있었지만,

눈물도 많이 쏟았다.

미숙한 나로 인해 어쩜 인생이 잘못 풀린 아이들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자책을 한 적도 있다.

심각한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들을 바로잡아 주기에는
나의 교직 경험이 아무 역할도 할 수 없었다는 안타까움이 있었던 시간이었다.

졸업 이후, 해마다 꼭꼭 찾아오는 아이들,
내 결혼식 때는 중학생이 되어 찾아왔고,
희망이가 태어났을 때는 고등학생이 되어 찾아왔다.
군대간다고 한 번 모였을 때는 유치원생 희망이 보고
귀엽다고 옆에 끼고 앉아서 바라보면서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던 아이도 있었는데....

그 아이들이 자라서 이제 시집, 장가 갈 나이가 되었다.

아이들을 만나고 돌아오니, 한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 아시겠어요?

그리고 한참을 수다를 떨었다.

선생님 목소리가 왜 그렇게 젊으신 거예요. 이상해요. 한다.
사회 생활 좀 했다고 접대성 멘트도 잘 날리는구나!

몇 년 전 제자의 결혼 소식을 듣고, 다른 친구들도 온다고 해서  
오랜만에 아이들 보고 싶은 맘이 들어 결혼식에 갔다가
아무도 오지 않은 결혼식에서 나 혼자 뻘쭘했던 기억이 있어,
울산에서 한다는 이번 결혼식에 가는 것은 더더욱 망설여 졌는데,
아이들이 다른 곳에서도 내려온다고 그 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 때 그 아이는 생전 연락도 안 하다가 자기 결혼한다고 연락해서 괘씸해서 안 갔지만,
이번 친구는 평소 연락하며 지내던 친구라서 참석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그러고 보니 결혼식에 찾아갔던 내게 와 주셔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안 해 주어서 조금 섭섭한 마음이 있어 아이도 낳았다는 소식을 카톡 상태 메시지를 보고 알고 있지만, 축하한다는 말도 안 하게 되더라는... 다른 아이들도 이 아이에 대해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구나!)

세월이 흐르니 꼬맹이들이 자라고 자라, 이제 나랑 함께 나이를 먹는구나.

우리 학교 신규 선생님 보다도 더 나이가 많은 제자들이 꼬맹이의 추억을 안고 나를 찾아오니, 나 또한 그 시절로 되돌아가 설렌다.

그 때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노라 이야기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교사를 한다는 것이 이런 맛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우리 친구들은 반모임을 하면서 초대한 담임 선생님을 썩 반가워하지 않던데,
우리 반 아이들은 진심 나를 반가워해주고, 좋아해 주어서 정말 다행이다.

안타까운 소식 하나는 지난 번 모임, 그러니까 바로 작년이었는데,
취직했다고 찾아온 제자들이랑 만났을 때
공부한다고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고 소식만 전했던 아이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시험에 합격했는지 궁금해서 잘 지내고 있냐고 물었더니,
뇌종양 수술을 받고 지금 회복중이라는 것.
곱고 예쁜 우리 00가 아파서 힘들다고 하니 걱정이지만,
그래도 목소리도 밝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는 소식이 있어 위로가 된다.
빨리 완쾌하기를 빌어본다.

이렇게 하나둘씩 시집 장가를 가면서 그 아이들의 아이를 가르치게 된다면
나는 나이를 점점 많이 먹겠지!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가만히 그려 보았다.
추억이라는 거, 참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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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3-11-2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학년을 해야 제자가 생긴다는 말이 맞아요.
해마다 찾아오는 제자들 보면 교사로서 보람이 느껴지죠.
다들 대견하네요.
전 결혼한다고 찾아온 제자는 아직 없네요.

희망찬샘 2013-11-26 07:05   좋아요 0 | URL
다들 잘 지낸다 싶으니 마음이 좋은데, 또 다 좋은 일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사가 이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