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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림책 - 조금 덜 죄짓는 선생, 조금 덜 나쁜 엄마, 조금 덜 그악스러운 사람으로 나를 잡아 준 힘
최은희 지음 / 낮은산 / 2013년 6월
평점 :
교사 연수를 하게 되면 선생님들께 꼭 권해드리는 두 권의 책이 있다.
여희숙 선생님의 <<책읽는 교실>>과 최은희 선생님의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가 바로 그 두 권의 책인데,
책벌레 모임에서도 두 책을 먼저 읽고 다른 책 읽기로 넘어갔다.
여희숙 선생님의 책은 독서 교육에 대한 커다란 그림을 그리게 해 주었고,
최은희 선생님의 책은 책을 보는 안목을 키워 주었으며
책을 주제별로 묶어서 아이들에게 소개해 주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를 생각해 보게 했던 참 좋은 책이었다.
최은희 선생님의 책이 나왔다고 해서 얼른 사서 읽었다.
먼저, 책의 편집이 참으로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정성스럽게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간중간 간지가 참으로 멋스럽게 여겨져서 책 뒤를 펼쳐 이 책을 디자인한 분의 성함까지 읽어보게 되었다. 박대성님!
선생님의 앞선 책처럼 아이들과 함께 책읽기 한 이야기, 아이들 속에서 책과 함께 살아온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학교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닌 선생님의 자식 이야기이고, 선생님이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풀어가고 있었는데,
그림책이 바로 문학, 역사, 철학을 아우르는 인문학 도서라고 하셨던 조의래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게 된다.
그림책이 훌륭한 철학적 사유의 씨앗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불편해지는 마음들을 하나하나 고백하고 있는 고백서이며 반성문이기도 한 이 책에서
비슷한 대목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나를 보게 된다.
참 읽어내기 힘들었던 <<지각대장 존>>! 왜 존의 이야기가 사실인데 선생님은 믿어주지 않냐는 아이들의 말과 달리
왜 존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닌데, 선생님을 나쁘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내게
최은희 선생님은 상상의 세계도 아이들에게는 사실의 세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신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마지막 장면에서
내 머리 속에 그려졌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 그릇은
나의 상상이 만들어낸 그림이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마지막 장면을 뒤적여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림책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책 속의 장면을 묘사하고 있으나 사진은 전혀 제시하고 있지 않다.
덕분에 그림책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이 인다.
알고 있는 책이라면 어떤 책인가 가늠해 보느라 바빴고,
모르는 책이라면 어떤 책일까 상상해 보느라 바빴다.
꼭 사 보아야 겠다는 맘을 먹게 하는 책을 만난 것도 이 책을 읽고 얻은 수확이다.
이 책을 읽는 내도록 교사 반성문을 함께 쓰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그림책을 좀 더 생각하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림책에서 세상을 들여다 보도록 노력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