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달리기 푸른숲 역사 동화 7
김해원 지음, 홍정선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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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18은 심하게 얼룩졌다. 그 속상함을 말로 표현하는 것도 죄송스러울 정도.

시기는 한참 지났지만, 올해 만난 두 권의 책은 아무 것도 몰라서 아무 말이나 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 보았음 하는 마음.

하나는 <오늘은 5월 18일>이라는 그림책이고, 하나는 바로 이 책이다. <26년>도 함께 읽고 보면 좋겠다.

 

   

 

어린 학생들도 <오늘은 5월 18일>이라는 책을 통해 광주를 만나고, <오월의 달리기>를 통해 광주를 느껴 보아야 한다.

책과 영화에 나오는 잊혀지지 않는 공통적인 장면들이 있다.

총알을 막기 위해 문을 솜이불로 막는 장면,

도청앞 상무관에 죽 늘어선 흰 천들의 물결.(이 책에선 그것을 금남로에 핀 밥태기꽃이라 표현해 두었다.)

봄날 뒷산에 무더기로 피어난 밥태기꽃처럼 흰 천으로 넘실대는 그곳에서 아버지의 주검을 봐야 하는 명수는 아버지와 보내었던 시간시간이 설움이고 아픔이다. 다리가 불편하신 아버지를 부끄럽게 여겼던 자신이 미웠을테고, 소년 체전에 나가는 자신을 위해 운동화를 사 주신 아버지의 퉁명스럽지만 따스한 마음이 아팠을테고, 위험 속에서 자식 걱정에 자신을 찾아 나선 길에서 만난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신 아버지는 평생의 한이 되었으리라.

 

"니들은 내 비밀을 알믄 깜작 놀랄 거신디?"

진규 말에 셋 모두 윗몸을 일으키며 그게 뭐냐고 물었다.

"긍께 그게... 나는 로보트여. 인조인간 로보트 마징가 제트 맹키로. 팔이 무쇠라 던지가 선수가 된 거랑께."

진규의 터무니없는 말에 셋은 어이없어 하면서 도로 자리에 누웠다. 진규는 다리까지 무쇠였으면 저기 밖에 있는 악당들을 다 물리칠 텐데, 아쉽게도 박사님이 다리를 빼먹었다면서 입맛을 다셨다.

"그랑께 군인들이 악당인 거여라?"

성일이 아주 심각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제. 만화서 보믄 나쁜 로보트를 조정허는 진짜 악당은 뒤에 숨어 있잖여. 군인들은 나쁜 악당헌티 조정당허는 로버트인거제."

정태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진규가 정태 말이 맞다면서 호들갑스럽게 손뼉을 쳤다.

"근디 악당들이 왜 사람들을..."

성일이가 말을 하다 말았다. 셋은 성일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다. 명수는 어제 본 금찍한 장면을 떠올렸다. 진규가 입맛을 쩝 다시며 말을 이었다.

"마징가 제트 보믄 악당 헬 박사는 세계 정복헐라고 나쁜 로보트를 만들어야. 긍께 군인들을 보낸 악당도 뭘 정볼헐라는 속셈이겄제."

"야... 근디 뭘 정복헌다요?"

"성일아, 그만 자라이. 아그들은 일찍 자야 키가 큰께."

진규는 성일이 얼굴에 이불을 뒤집어씌웠다. 그러고는 가만히 자리에 누우면서 웅얼거렸다.

"어제 다친 사람들은 괜찮으까? 나는 시방도 그 무지막지헌 놈들이 우리나라 군인이란 기 믿기들 않어야."

빗소리가 잦아들었다. 넷은 한참 몸을 뒤척이면서 잠들지 못했다. (110~111)

 

소년 체전에 출전하기 위한 합숙을 위해 모인 네 소년은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만나게 된다. 위 글 속에 그들이 만난 모든 상황들이 정리되어 있다. 광주민주화 운동을 접한 아이들이라면 가질 법한 의문들을 아이들이 이야기한다. 왜 로보트를 조정하는 악당은 죄책감없이 잘 살고 있을까? 로버트(로봇) 역을 맡았던 많은 군인들의 마음은 어떨까? 책이나 영화에서는 그들도 또 다른 희생자라고 이야기 한다. 희생자들은 지금까지 30년 넘는 세월 동안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사는데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의 삶은...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를 제대로 읽게 해 주기 위해서는 이런 책들을 권해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 중 하나라 생각한다.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책.

지은이는 <열일곱살의 털>을 지은 김해원 작가.

 

밥태기꽃 http://blog.daum.net/kkkt0097/7742954?srchid=IIMgi67K000#A190DC81A49E1D88489649D&srchid=IIMgi67K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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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3-08-0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도 이 책 읽고 5*18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고 했어요.
우리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진실이라고 생각해요.

희망찬샘 2013-08-04 15:51   좋아요 0 | URL
희망이는 무서울 것 같아서 못 읽겠다고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