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이름 푸른숲 새싹 도서관 10
호세 안토니오 타시에스 글.그림, 성초림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가슴이 쿠웅 내려앉는 느낌.

그 동안 무수한 왕따 관련 도서를 읽었는데도 아직까지 이런 류의 책에 단련이 되지 않았나 보다.

판화기법으로 제작되어 있는 그림들은 등장 인물들의 얼굴이 모두 과일(사과)이라는 점에서 묘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햇살, 오븐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 발끝에 닿는 푹신한 잔디,

살랑살랑 부는 미소, 깔깔대는 웃음소리, 소곤소곤 속삭이는 말,

세상의 좋은 것들은

모두모두 친구들의 것이다. 나의 것은 하나도 없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내 이름을 훔쳐갔기 때문!!!

나는 이름 대신  '벌레', '겁쟁이'라 불린다.

어른들은 나한테도 문제가 있대. 내가 내 속에 숨어 산다는 거야. 그래서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거라나.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을 아프게 한 대목이 바로 위의 대목이다. 왕따의 가해자든, 피해자든 그 결말은 모두를 우울하게 만드는데, 우리는 해결 과정에서 반드시 이 말을 한 번씩은 하는 것 같다. 사실 부족함이 있다 보니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것도 같다. 그런데 조금 더 따지고 보면, 사람마다 잘 하는 것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데, 그것들을 인정하고 넘어가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줄 때 친구관계가 성립할 수 있는데, 그것을 문제삼으려는 우리의 마음이 고약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 번 더 짚어보면 좋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울에 비춰진 내 얼굴. 사과가 아닌 배의 모습이다. 낯설다. 왜 난 아이들과 다를까? 그리고 옥상에 올라가 난간 사이로 아래를 내려다 보며 생각보다 어지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 그 장면이 왜 그리 아찔하게 느껴지는지, 작가가 반어법을 제대로 쓴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말한다.

 

아, 맞다!

지금까지 내 이야기를 들어준 네가 있었구나!

잠시 잊고 있었어.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그런데 네 이름은 뭐니?

 

작가는 우리에게 이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니 앞으로 모르는 척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작년에 친구들과의 다툼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여학생들을 보면서 그 반 담임 선생님이 하신 말씀.

"단 한 명이라도 함께 이야기 나눌 친구가 있으면 문제는 없다. 어느 누구 하고도 의사 소통이 안 될 때 문제다." 라고.

교실에서 외톨이 없이 만들어 주는 것이 소극적이나마 왕따를 해결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혼자라고 느끼지 않도록 해야겠다.

이 책에는 모두 머리가 과일 모양이지만 두 장면에서 사람의 얼굴이 드러난다. 그 의미는 작가의 말을 통해 살펴보시기 바란다.

울림이 큰 책이다.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활용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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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3-06-03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가슴이 먹먹해졌는데 아직 리뷰를 안 썼네요.

희망찬샘 2013-06-08 16:46   좋아요 0 | URL
정말 해를 거듭하고, 아이들을 지도할수록 더욱 어려운 문제임을 실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