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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월 18일 ㅣ 보림 창작 그림책
서진선 글.그림 / 보림 / 2013년 5월
평점 :
제목만 봐도 먹먹한 책이 한 권 나왔다.
무거운 내용이겠구나, 추측해 보았다.
최근에 본 26년의 장면 중 하나가 오버랩 된다.
아이들에게 평화와 공포를 묘하게 대비시켜 주면서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줄 것 같다.
그런데,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었을 때, 얼마만큼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안다면 이 책을 굉장히 경건하게 대해 주리라 믿는다.
고학년 교실에서는 이 책을 아이들에게 꼬옥 읽어주면 좋겠다.
5월 18일이 되면, 반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어야겠다. 마침 토요일이고, 석가탄신일이 있으니 D-Day는 16일, 목요일이 되겠다.
면지에 가득차 있는 각양각색의 총들. 장난감 총들도 보이지만, 무서워 보이는 총들도 있다.
일기 형식으로 쓰여진 글은 5월 18일, 일요일에서 시작된다.
총이 갖고 싶은데, 누나가 나무젓가락으로 만들어 주어서 참 좋다는 이야기. 평화로운 가족의 단란한 오후가 종이를 가득 채우고 있다. 기분은 대단히 맑음이다.
5월 19일, 월요일. 수업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곧장 집으로 가라고 하시는 선생님. 내일도 학교에 오지 말란다. 수업이 빨리 끝나 신이 나서 성당으로 가서 총놀이를 하기로 한다. 여전히 맑음이다. 하지만, 바로 옆 페이지에서는 탱크와 비행기가 다가오고 있다. 무슨 일?
군인 아저씨들이 우리 동네에 오고, 친구들과 가지고 노는 가짜 총이 아니라 아저씨들이 가지고 있는 진짜 총이 등장한다. 총알을 막기 위해 어마, 아빠는 창문에 두꺼운 이불을 대고 못을 박는다. 위험하니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부모님 말씀을 어기고 꼭 할 일이 있다고 집을 나간 누나.
5월 21일, 석가탄신일. 총소리는 멈추었지만 누나가 없어졌다.
5월 23일. 누나를 찾으러 나간 아빠. 집에 들어오지 않는 누나. 거리는 다친 사람으로 넘쳐난다.
5월 24일. 트럭을 타고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누나. 동네 아줌마들이 주먹밥이랑 물과 음료수를 트럭 위에 실어주고, 누나는 트럭에 탄 채 떠나고, 엄마는 나를 안고 운다.
5월 25일. 총에 맞아 죽은 사람들의 관이 페이지에 가득하다. 기다리는 누나는 오지 않는다.
5월 27일. 누나가 남긴 비행기만 남기고 총은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다.
5월 28일. 누나는 오지 않고, 나는 누나를 기다린다. 그림 속에는 나를 안고 평상에서 뒹구는 누나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역사의 참된 심판은 언제이려나? 책을 읽으면서 많이 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