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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아파트 - 차이 ㅣ 깨강정 문고 1
김하늬 지음, 도리나 테스만 그림 / 스푼북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아이들과 책으로 소통한 이후, 학급경영이 많이 수월해졌다.
끝없는 잔소리가 공허하게 허공에서 사라지는 것과 달리 책을 매개로 하여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조금 더 깊이 생각한다. 스스로 그 책을 다시 읽게 되면 생각은 좀 더 깊어지고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책을 통해 아이들과 나누고 있는 이야기 중 제법 묵직한 이야기로 인권의 중요성, 장애우에 대한 편견 바로잡기, 그리고 왕따 문제 등이 있다. 한 번의 이야기에 모든 아이들이 변화하기란 불가능이니 나는 반복하여 다른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다르다고 나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나는 나의 책목록에 또 한 권의 책을 추가하게 되었다. 빛초롱과 친구가 되면서 우리 아이들도 빛초롱을 있는 그대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를 소망해 보면서 말이다.
누군가가 버렸을 책장 하나가 숲속 돌배나무에 기우뚱 서 있다. 책장은 비와 눈과 햇살에 바래졌고, 많은 동물들이 잠깐 머무르는 휴식처가 되었다. 그러다가 사냥을 나온 부엉이들의 눈에 띄어 부엉이들의 아파트가 되었다.
그곳에서 한 아가가 태어난다. 부리부리한 눈이 생명인 부엉이가 눈을 반쯤 감고(아니, 반만 뜨고, 아니아니 아니다! 반이나 뜨고!) 태어났다.
“우리 아가 눈은 빛나지도, 초롱초롱하지도 않지만……. 두 말을 따서 빛초롱이라고 지었답니다.”라는 엄마의 말 속에서 묘한 슬픔이 전달된다. 엄마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태어난 빛초롱은 게다가 밤이 아닌 낮에 울고 낮이 아닌 밤에 깊은 잠을 자는 ‘무언가 많이 다른’ 부엉이다. 또, 다른 부엉이들과 달리 사냥후 저축도 하지 않고 그 시간에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싶어한다. 빛초롱은 시인이기도 하다. 기쁨과 슬픔을 표현할 줄 아는 시인.
어른들은 말한다. “절대 (무언가 다른)빛초롱의 곁에 가지 말것. 함께 놀지도 이야기 하지도 말 것.”
아이들이 놀리는 소리에 밤에 깨어난 빛초롱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다 그들과 친구가 된다.
“해님도 달님처럼 커졌다, 작아졌다 하니?”
“매미가 노래하는 것을 들어 봤니?”
“개미도 등에 태워 봤는 걸.”
호기심 많은 꼬마 부엉이 아롱롱, 오롱롱, 마롱롱은 빛초롱과 한낮의 숲으로 모험을 떠난다. 빛초롱이 내민 오색 마삭줄을 물고 눈을 감은 채 낮하늘을 난다. 강한 빛에 눈이 멀면 안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내려진 금지령. 서로 자신 때문이라고 미안해하는 부엉이들은 다른 곳에 갈 수 없는 대신 빛초롱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꿈을 키운다. 멋진 놀이를 만들고 싶은 아롱롱의 꿈, 멋진 노래 만들고 싶은 오롱롱의 꿈, 멋진 아빠 되고 싶은 마롱롱의 꿈, 아이들의 친구 되고 싶은 빛초롱의 꿈을 말이다.
꾸준히 치료를 받아오던 빛초롱은 드디어 눈을 모두 다 뜨게 된다. 낮부엉이로 살지 밤부엉이로 살지 묻는 친구들에게 빛초롱은 말한다.
“난 밤낮이 바뀐 부엉이가 아니라, 밤낮을 모두 볼 수 있은 부엉이”라고.
이야기를 읽는 내도록 빛초롱을 친구로 맞이하면서 가슴이 따뜻해져온다.
다른 것이 나쁜 것은 아닌데, 우린 때로 그것을 이상하게 볼 때가 있다. 난 우리에게 건강한 정신과 신체가 허락된 이유는 그렇지 못한 친구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주라는 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갈 때 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빛초롱을 친구로 받아들인 아롱롱, 오롱롱, 마롱롱이 더 행복해진 것처럼 나와 조금 다른 친구들을 만날 때 우리 아이들도 그러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