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교에 근무하는 내내 동학년 선생님들과 마음을 잘 맞추어서 일하고 있다.

4년 동안 함께 근무한 살신성인 울 부장님.

3년 동안 함께 근무한 맘씨 좋으신 전 부장님.

2년 동안 함께 근무한 너무 근사한 예쁜 동생님.

 

이번 주에 실시할 현장체험학습을 애초 계획은 누리마루로 가기로 했는데,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가면 틀림없이 추운 것 상관하지 않고 발을 담그고 놀고 싶을 것 같아서

뒷감당이 자신없다.

뭐, 좋은 놀이활동 없을까?

그렇게 해서 알아본 것이 단체영화관람.

새로운 세계 백화점에서 조조 단체 관람을 4000원에 하고, 근처의 나루공원에서 놀기로 했다.

일반 시내버스를 탔을 경우,

"도대체 선생은 아이들 지도를 안 하고 뭐하노?" 하는 민망한 멘트를 꼭 들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아이들보고 40여분을 걸어서 백화점으로 가자고 했더니 다들 좋다 한다.

돌아올 때는 원하는대로, 버스를 탈 수 있다고 하니, 많은 아이들이 걸어 오겠다고 한다.

음... 그러면 우리는 영화관람-놀기-도보 이동이다.

 

사실, 이렇게 정해지기까지 예쁜 동생님이 정말 애써 주었다.

그냥, 우리 영화보러 갈래? 음 좋아. 그럼 가자. 고고씽~

이렇게 일이 마무리 되지는 않는 법이니 말이다.

자료 검색부터 시작해서 일의 마무리, 나아가서는 더 좋은 장소의 고민까지!

그리고 나온 말, 우리 보물찾기도 할까?

조그만 종이에 적힌 문구는

보물을 2장 이상 찾은 친구는 친구에게 나누어 주세요.

쓰레기를 3개 이상 주워 오세요.

보물과 쓰레기는 상품과 교환할 수 있습니다.

선물은 모두에게 기념품 형식으로 하나씩 돌아갈 수 있어야 할 것.

아이들에게 줄 기념품으로는 테이프형 화이트(수정 테이프)를 정했다.

작년 1학년 때는 1학기에는 굉장히 잘 지워지는 지우개(이 딴 거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아이 땜에 상처 하나 받고ㅜㅜ)

2학기 때는 고체 형광펜이었다.

 

아이들 수만큼 물건을 구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예쁜 후배님이 홈플 2군데를 쓸면 가능할 거라 하면서

어차피 장을 볼 거니까 자기가 사 오겠다고 한다.

 

그리곤 전화가 왔다.

수가 안 돼서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걸로 섞어 사야겠다고.

참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는데 그건 원플러스원이라는 상품명이 맘에 걸린다고.

개별 포장되지 않고 3개씩 묶여져 있는 것은 아이들이 왠지 안 좋은 것 받는다는 느낌 들 수 있으니 낱개 포장할 수 있는 비닐도 사야겠다고.

낱개 포장된 것은 한 반으로 몰아주어야겠다고 해서 우리 반이 가지고 가겠다고 했는데,

아이들이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어제 선생님의 고생을 충분히 설명하면 될 것 같다고 자기가 가지고 간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돈은 1인당 1000원 정도밖에 배당이 안 되지만, (우리 주머니 조금만 털고)

그래도 준비하면서 겪은 여러 우여곡절도 아이들이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작은 기쁨으로 승화된다.

혹 있을지도 모르는 조금 성격 안 좋은 (?) 아이들의 까칠 항변이 걱정되어 이런저런 세심한 배려까지 하는 모습이 마음 짠하다.

아, 재미있게 다녀와야지.

6하년 마지막 소풍이니까.

함께 하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 보장(팝콘, 음료수 금지)은 못 해주지만, 그래도 애쓰는 우리 마음 한 가닥 정도는

아이들이 느껴주기를~

하지만, 이것도 어쩜 욕심일지 모른다는 생각.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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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혁이 2012-10-3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것 하나까지도 정성 쏟으시는 모습이 감동입니다~~^^ 영화보러 가서 팝콘과 콜라를 못먹게 한다고 저희 아이도 볼멘소리를 하지만 그건 그냥 해 보는 소리죠~~ 함께 하는 것이 더 좋았다고 이야기 하더라구요~ 아마 선생님의 아이들도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한마디 해야 좀 으쓱해지는 그런 기분~~ 아시죠^^ ㅋㅋ

희망찬샘 2012-11-03 07:03   좋아요 0 | URL
영화보기 대성공이었답니다. 몰래 과자, 음료수 먹는 아이까지는 뭐라고 하지 말자 약속했는데, 나중에 나와서 물어보니 몇 명은 먹었더라구요. 그래, 너희들은 이 다음에 세상을 잘 살아가겠다~ 하면서 웃고 넘어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