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반 아이의 카쓰에 올라온 태풍 염원 글을 보면서 씁쓸했었다.
제발 태풍이 이곳을 강타하여 휴교령이 내리기를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태풍으로 재산뿐만 아니라 사람 목숨을 잃는 사례도 많은데, 꼴랑 학교 하루 안 가자고 태풍을 빌고 있으니 한심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러면서도 얼마나 학교가 재미없었으면 학교 가기 싫다는 주문을 이리 외우고 있을꼬 하는 생각에 반성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조금 했다.
어쨌거나, 아이의 바람대로 어제 저녁 부산시 교육청은 초중학교의 휴교령을 내렸다. (고등학교는 학교장 자율에 맡긴다고!)
어린 자녀를 둔 교사들은 아이들을 집에 두고 올 수도 없어서 데리고 학교로 출근한다. 유난히 어린 아이가 많은 우리 학년은 지난 번에도 한 교실이 작은 놀이방이 되었었는데, 오늘도 비슷한 상황이다.
나는 그래도 희망이가 제법 컸다고 둘이를 집에 두고 나왔다.
타이머 맞추어 둘테니 밥이 되면 밥을 꺼내어서 꼬마김밥을 싸 먹으라고 이야기했다. 철철 남는 시간을 조금 더 지겹지 않게 쓰기 위해 엄마가 싸 두지 않고, 직접 싸 먹게 하기, 싸 먹는 것도 나름 재미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학교 수업 시간에 맞추어서 하루종일 책 읽고, 쉬는 시간에는 TV를 보든지, 알아서 하라고 했더니 갑자기 찬이의 눈이 반짝인다. 평일 TV 보기는 우리 집 시간표에 없는지라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희망이는 그 도막 시간을 모아서 한 시간을 보는 게 좋겠다고 한다. 좋을 대로~
어제 도서관에 가서 고고씽 시리즈를 빌려 왔는데, 앉은 자리에서 다 읽더니 이번 주 내도록 되풀이해서 읽어서 내용을 다 외울 작정이란다.
창작을 주로 보는 희망이에게 역사서를 읽히기가 쉽지 않아서 한국사 편지를 이번 주 내로 다 읽으면 책 한 권 사주기로 약속했는데, 오늘 그거 다 읽으면 오늘 사 줄 거냐고 묻는다.
방학 중 하루종일 책만 읽는 날 하루 정하자 하고, 이것 저것 하느라 실천 못한 것이 아쉬웠는데 오늘 원없이 책 읽으라 하니 좋아한다.
걱정되는 점은, 찬이가 긴 시간 책읽으려면 힘들텐데... 하는 거.
연락해보니 잘 지내고 있다 해서 안심.
아, 그러고보니 정말 많이 키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