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 외계인 미래의 고전 28
임근희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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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새 책이 생기면 나보다 희망이가 먼저 읽는다.

희망이가 너무 감동적이다는 말을 연발하면서 읽더니 나도 읽기 전에 친구에게 빌려 줘 버렸다.

서평 도서니까 얼른 가져오라고 해도 책을 늦게 읽는 친구라 아직 안 읽었다는 말만 되풀이하길래

엄마가 먼저 읽고 나면 빌려주면 안 될까?~ 부탁해서 거의 3주 정도 후에 다시 가지고 온 것 같다.

예전에 다른 동화집에서 여러 작가와 함께 실렸던 작품 <<공짜 뷔페>>를 읽고 남편에게 한참을 이야기 했었는데,

읽다보니 이 작품이 있는 거다.

'아, 바로 그 작가의 동화집이구나!'하며 읽었는데

그 때 그 작품을 만났을 때의 그 마음이 대부분의 작품에서 그대로 다시 느껴진다.

그저 동화 속 이야기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내 주변의 어딘가에서 꼭 일어나고 있을 것 같은 이야기라 느껴져 그 짠함이 더하다.

 

희망이가 감탄했다는 <달리고 달리고>는 아이들에게 읽어 줄 계획에 있다. 친구를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있는 우영이. 친구와 약속장소를 변경하는 문자를 보냈는데 그게 엉뚱한 곳으로 잘못 가는 바람에 원래 장소에 그대로 있었던 친구가 가스 폭발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다.

그리고 이후에 받게 된 문자 한 통.

나야. 내일 아침 10시까지 코끼리 열차 매표소 앞에서 만나. 이번에도 안 나오면 나 죽어버릴거야.

그 때 자기가 보낸 문자가 잘못 왔다고 상대가 말만 해 주었어도 친구가 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우영이는 문자를 보내 보지만, 답장이 없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전화를 하지만 전화기는 꺼둔 상태. 혹시 그걸 모르고 어떤 한 사람이 죽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우영은 걱정 스럽다. 먼저 떠나간 서현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그곳에 직접 가서 알려주자는 것. 서울어린이대공원에 서둘러 간다면 시간 안에 도착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비극적인 사건 하나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영의 마음은 바쁘기만 하다. 그런데, 가는 길에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참으로 많은 일들이.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 천사같았던 여자친구 서현을 떠올린다. 서현이라면 이럴 때 이렇게 했을텐데... 하면서 우영이 베푸는 선행들. 우영의 뒤를 쫓아 온 말총머리 누나는 우영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게 되었고 그리고 우영에게 말을 건네는데...

누군가의 어려움을 몰라라 하지 않는다면 작은 일 하나지만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볼 줄 안다면 우리의 사회는 지금보다 얼마나 근사해질지.

 

가슴 짠하게 읽었던 <공짜 뷔페>는 예전에 썼던 리뷰로 연결해야 겠다.

http://blog.aladin.co.kr/san3337010/5177350

 

<자전거 뺑소니>는 작지만 야무진 아이, 황지후가 멋지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친구 사귀기에 제대로 도전장을 낼 수 있는 지후의 대범함이라니~힘센 척 하지만, 그래도 '나'는 약하고 어린 아이였던 것. 황지후가 내건 운동장 돌기 시합과 "그러니 우리 친구먹자!"는 말은 너무 근사하게 들렸다.

 

<마트에서 만난 할머니>를 읽으면서도 짠한 마음은 끊이지 않는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들. 예전 같으면 집에서 가족들이 헌신적으로든 혹은 한숨으로든 보살폈겠지만 요즘은 모두들 바쁜 생활이다 보니 대부분 요양원으로 모시지 싶다. '이상한 할머니'의 행동은 게임에 빠져서 할머니가 나가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3개월 후 싸늘한 죽음으로 만나야 했던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돌아가신 할머니께 죄송한 마음이 '이상한 할머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거다. 할머니는 가족을 찾게 되었을까? 할머니를 찾는 방송이 나온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쌩쌩이 대회>는 그래도 이 동화집에서는 가장 밝은 이야기다. 아이의 속상한 마음이 잘 묘사되었지만, 아이들이 겪는 그나마 평범한 일상이니까. 줄넘기 대회에서 잘 하고 싶은 마음, 친구를 이기기 싶은 마음이 잘 나타나 있는데, 나름대로 아이들이 성숙해가는 모습을 잘 그려둔 멋진 작품이라 생각하며 읽었다.

 

<마음으로 쓰는 편지>도 참으로 짠하다.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와 사는 진실이. 학교에서 받아쓰기도 날마다 백점을 받아오고 나이답지 않게 시근이 멀쩡한 애어른이다. 할머니가 먼저 저 세상으로 간 진실이 에비, 에미앞으로 쓴 편지를 듣고 있노라면 이내 마음이 숙연해진다. 부모없어 병든 진실이 맴을 낫게 도와 달라는 할머니. 진실이라는 이름은 진실이의 행동과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런 책들을 읽는 덕에 아이들의 거짓말에도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를 헤아려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가능한 들어주려고 하다보니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깊어지는 것도 같다. 나도 진실이가 빨리 건강해지기를 바란다. 그래야 할머니가 슬프지 않을테니 말이다.

 

이 동화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이야기는 <달리고 달리고>와 표제작인 <내 친구는 외계인>이었다. 우리 나라에 여러 차례 미확인 비행체가 나타났다는 뉴스 보도를 통해 한나는 자신이 외계인 친구임을 고백한다. 지구별에서의 목적을 달성하면 다시 자기 별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 때는 소리없이 사라질 것이고, 갑자기 사라지면 이상하니까 그럴 듯한 이유를 대면서 사라진다는 것. 민정이파에게 따돌림을 받는 한나랑 함께 지내자 민정이는 '나'를 한나에게서 빼앗아 온다. 한나와 친함을 알리면 이내 나도 같이 찍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에서 방황하다가 제대로 위치를 찾아 갈 무렵, 갑자기 사라져 버린 나의 외계인 친구 한나, 그 한나는 자기 별에 돌아가서 정말 잘 살고 있을지. 한나와 나의 우정이 잠시 보류되더라도 이 다음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책을 덮었다. 그들에게도 지난 시간을 이야기 할 그런 새로운 시간이 다가오지 않겠는가 말이다.

 

임근희! 나는 이 작가를 기억 할 것이다. 어느 작품 하나 빠지지 않았으며 구성이 치밀하여 작품 하나하나가 마음으로 들어와 쏘옥 박혔기 때문에 작가의 다음 작을 벌써부터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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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혁이 2012-06-20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라인 서점이 아닌 일반 서점에는 잘 가지 못하는 저에게 선생님과 희망이가 독서멘토랍니다~^^
희망이에게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희망찬샘 2012-06-27 06:54   좋아요 0 | URL
아, 네! 저도 달게 받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린 동학년 엄마!!!

처음처럼 2012-06-26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은샘이랑 저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선생님 덕분에 먼클트록이랑 함께 구입해서 둘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희망찬샘 2012-06-27 06:54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참 울림이 크더라고요. 강추에요. 먼클트록은 저는 안 읽었어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