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를 넘겼으니 어제 일이 되어 버렸다.

새벽 6시 30분, 수학여행단이 출발하는 그 시간에 맞추어 답사를 떠나자는 울 부장샘 말에 우리 모두는 부비부비 일어났다.

아침을 든든히 먹은 나는 무언가 싸 와서 우짜돈동 먹여 보려는 총무 덕에 배가 더욱 불러 다른 분들이 휴게실 우동으로 아침을 해결 할 때, 죄송한 맘으로 구경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숙소 문제와 식사 문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을까를 고심하면서, 그리고 또 어떻게 하면 질이 좋은 환경에서 조금 더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3년 전의 우리 아이들에게 참으로 미안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 오른다.

그 때 당시만 해도 여행사를 끼고 여행을 갔는데, 답사라는 것도 형식일 뿐, 음식이 나쁘다, 잠자리가 나쁘다 아무 불평도 없이 여행사에서 잡아 둔 장소를 그저 눈 도장 찍고 오고 말았는데, 지금은 온 발로 뛰면서 일일이 다 확인을 하고 돌아왔다.

2월말에 수학여행을 해결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여러 문제가 어려워진다고 해서 2월의 마지막 날에 떠났는데, 이미 많은 학교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더라.

숙소도, 음식도 모두모두 너무 좋은 환경으로 잘 정해질 듯하고,

문경새재에서 우리가 밥을 먹고 싶은 장소에서 먼저 예약한 팀이 있어 곤란하다고 하는 사장님 내외분께 마지막 마무리를 잘 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공들인 것이 헛수고가 될 수 있다고 사정사정해서 겨우 허락을 받아내는 일까지 해 냈다. 아이들에게 석탄박물관에서 레일 바이크라는 것을 태워주고 싶은데, 그 시간이 딱 점심 시간 밖에 안 되기에 밥을 좀 더 일찍 먹든지, 늦게 먹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서 조금 더 일찍 먹자고 이야기를 모으고 나니 일은 쉽게 해결되었다.

이런저런 요구를 하면서 부장샘이 항상 한 말은 "사장님,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일인데, 조금만 더 신경 써 주세요. 아이들을 위한 거잖아요."였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는 학급경영 목표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감동있는 수업이 목표라 했고, 한 분은 따돌림 없고 대화할 수 있고, 남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줄 알도록 해 주고 싶다고 했고, 한 분은 수업 진도 늦지 않고 따라가는 거라고 하면서 우리끼리 웃었다. (그녀가 가장 열심히 잘 할 거라는 것을 우린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이나 했다.

작년 1학년 동학년을 같이 하면서, 책에 관해서 조금 더 안다고 나서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내 말을 잘 들어주고, 내가 권하는 책에 함께 감동하면서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던 선생님. 잘 해 주고 싶은데 잘 몰라서 어렵다고 하는 선생님에게 그 마음만 있으면 절반의 성공임을 이야기 해 주었다. 책을 살 준비가 되어 있다는 선생님께 다양한 방법으로 저렴하게 책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책 고르는 일을 도와주기로 했다.

우리는 이렇게 앞으로도 소통하면서 근사한 일 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면서 말이다.

집에 도착하니 11시 30분. 오늘 하루 정말 제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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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12-03-01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선생님들이세요. 새학년에도 화이팅입니다!!

희망찬샘 2012-03-02 05:49   좋아요 0 | URL
잘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수퍼남매맘 2012-03-01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벌써 수학여행 답사를 다녀오셌네요. 학년말 방학 내내 바쁘신 것 같아요. 전 그래도 조금 여유롭게 보내는데..... 서울은 보통 경주로 고적답사를 가더라구요. 동학년 샘들끼리 화합이 잘 되어 올 한 해 무슨 일이든 잘해내실 것 같아요. 고생스럽다는 6학년! 화이팅 입니다.

희망찬샘 2012-03-02 05:49   좋아요 0 | URL
이제는 학년말 방학은 없다~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올해는 조금 방학이 길어 쉬어보나 생각했는데 더 많이 바빴어요. 왜 그렇지??? 하며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어요.

처음처럼 2012-03-03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하고 야무진 선생님들 덕분에 6학년 아이들은 기억이 생생한, 즐거운 수학여행을 갔다 올 것이고 학부모들은 한시름 덜지 않을까요? 선생님을 비롯 6학년 선생님들 멋지십니다..

희망찬샘 2012-03-03 07:45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자라면 선생님들이 저희들을 위해 이렇게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까요? 물론 그 은공을 기려 달라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저희를 위한 야단을 들을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첫 날을 지내고 나니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