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4~15

1. 새벽 5시 기상이었다. 6시 30분 차라서 6시 10분 정도에 부산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택시가 새벽이라 빨리 달려서 그런지 10분만에 도착해서 5시 50분이었다. 음, 20분은 독서하면서 기다려야지. 했더랬다. 가방에 아이 책, 어른 책 잔뜩 들고 갔는데, 출발부터 잘 이용하겠구나 했는데... 우리 보다 먼저 도착해서 고구마를 까 먹고 있는 친구네 가족!

가족끼리 동반석 두 자리를 차지했는데, 출발 후 자리 재배열, 아이들끼리 앉아서 재미있게 히히덕~ 어른들끼리 앉아서 아이패드 강좌! 잘 쓰고 있다는 친구 말에 얇은 귀 팔락팔락~

 

2. 서울역에서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해 서울 한 바퀴 하자고 했는데, 하루를 마무리 하고 보니, 잘못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종일 타는 우리 두 가족 요금이 72000원. (어른 10000원, 어린이 8000원) 택시를 이용했더라면, 더 짧은 시간에 더 적은 돈으로 움직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제일 처음 간 곳은 친구가 맛있다고 하는 이태원의 만두집을 찾아 고고씽~ 10시 30분 도착하여 쉽게 그 곳을 찾았다고 좋아했더니 11시 30분 open이란다. 그럼 아무 집이나 들어갈까? 했지만, 딱히 일찍 연 가게도 없고, 우리 여행의 주된 목적 중의 하나는 먹는 거라는데 모두 동의하며 이태원이나 한 바퀴 돌아 보기로 했다. 아침이라 문을 연 가게도 적고, 그저 밖에서 풍경만 대충 보면서 걸었는데, 학원에서 나왔는지 외국인을 붙잡고 인터뷰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참을 돌고 만두집에 다시 도착해보니 11시 18분. 일단 들어와서 기다리는 것을 허락받았다. 자리에 앉아서 주인에게 "이 집에서 맛있는 음식이 뭐예요?" 하고 물었다가 "주문은 아직 안 받습니다."하는 대답을 듣고 무안! 미리 친구가 무슨 음식이 맛있는지 다 알아 두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물어보면 대충 다 말해주지 않나? 여사장님이 정확하게 팻말을 closed에서  open으로 돌린 시각이 11시 30분이었고, 그 때 주문을 받았고, 그리고 그 때를 기준으로 해서 어디선가 많은 사람들이 나타나서 가게에 밀려 들어오기 시작하여 조그만 가게가 이내 가득 찼다. 음~ 음식 맛은 정말이지 끝내줬다. 내가 태어나서 먹어 본 만두 중에 가장 맛있었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 아주 배가 고팠던 우리는 허겁지겁 많은 음식을 먹었는데도 다 먹는데 30분 정도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서울 사시는 분들은 이 만두집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시려나? 다음에 서울 오게 되면 꼭 한 번 더 가 보고 싶다.

 

3. 오후 3시 30분에 국립 민속 박물관의 어린이 체험실을 예약해 두어서 그 전에 고궁을 하나 보기로 했다. 경복궁과 민속 박물관은 한 코스 차이였는데, 4시 전에 고궁은 입장을 해야 볼 수 있다고 해서, 다음 코스로 근처의 경복궁을 가자고 이야기를 해 두었다. 코스상 민속 박물관 다음이 경복궁이라 가는 길에 있는 다른 궁궐을 봐야 하는 거 아닌가 했더니 친구가 경복궁과 민속 박물관은 가까워서 걸을 수 있는 거리라나? 그런데, 한참 가다가 "야, 내려!" 하는 소리에 내려보니 그곳은 창덕궁! "왜 여기서 내렸는데? 우리 경복궁 보기로 했잖아." 했더니 "어, 내가 그랬던가?" 한다. 그래도 일단 내렸으니 창덕궁을 보라는 운명인가 보다. 하면서 열심히 보고, 다음 차를 타고 민속 박물관으로 고고씽~

 

4. 민속 박물관 마당에는 투호, 팽이, 굴렁쇠 등의 놀이 도구들이 놓여 있어서 아이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날도 추운데 들어가서 보면 안 될까? 하고 아이들을 살살 꼬셔서 들어갔더니, 마침 선생님이 설명해 주길래, 거기에 끼어서 조상들의 생애에 대한 학습을 하고. 설명도 들었다. 그리고 '심청전 속으로'라는 체험학습을 해 보았는데... 유아들이 경험하면 좋을 내용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순진한 어린이들은 "나름 재밌네." 하면서 열심히 논다. 이 체험전은 이우경 선생님 그림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다양한 심청 도서가 전시되어 있었다. 생소해서 관심이 가는 책도 몇 권 보였다.

 

 

 

 

 

 

 

 

 

5. 다음 장소인 명동성당으로 가기 위해서 차를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또 무모하게 걸어서 가자고 하는 친구! 그래도 5분만 더 기다려 보지. 하다가 걸었는데, 조금만 가면 광화문 광장이라고 거기까지 가서 종착역이니 거기서 다시 버스를 타잔다. 아이들 징징거리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그렇게 걷고 걷고 걷다보니 어느 새 광화문 광장. 거기 전시실도 잘 되어 있어서 덤으로 구경했다. 그리고 버스를 다시 타고 저녁에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러 가기로 했는데... 버스를 얼마나 탔을까? 우리가 예정했던 시간을 넘어 버려서 미사는 드릴 수가 없었고, 성당 구경만 했다. 6시 미사와 7시 미사가 있었는데, 서울에 사는 두 친구가 저녁 사 준다고 7시에 맞추어 차를 가지고 와 있어서 결국 미사는 못 드리고 말았다.

 

6.

 

친구가 데리고 가 준 곳은 지은지 100년은 넘었을 거라고 하는 종로에 있는 허름한 식당. 왠지 굉장히 맛있는 음식들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 문어 숙회와 육회까지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애들이 못 먹는 게 없다."며 놀란다. 홍어무침, 묵사발, 그리고 장국까지! 맛있는 저녁으로 하루 두 끼 식사의 화려한 마무리를 지었다. 숙소까지 데려다 주고는 하는 말. "집에서 못 재워줘서 미안." 한 친구는 밥 사 주고, 한 친구는 책 사 주고. 꽤 묵직한 책을 두 권 들고 와서 알아서 두 집이 나누란다. 가방이 또 무거워졌다. 책이 어찌나 무겁고 두껍던지... 우리 집에 아틀라스 세계사가 있어서 우리는 뒤의 책을 선택. 친구야, 미안해. 우리가 의논없이 맘대로 선택해서!

 

 

 

7. 숙소에서도 함께 놀겠다고 건너 온 두 아이에게 우리 내일을 위해 오늘을 마무리 하자 이야기 하면서 첫 날을 마무리 지었다.

 

8. 아침에 일어나서 호텔 조식을 먹으려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 가격이면 얼마나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하면서 나가서 먹기로 했는데... 아침이라 문을 연 곳이 없다. 그래도 한 집이 문을 열어서 들어갔는데, 희망아빠는 메뉴판을 보더니 "난 나가사끼 짬뽕~"하고 외친다. "자기야, 이건 그냥 라면 끓여주는 거데이~ 무슨 요리 생각하면 안 된다." 했다. 라면과 김밥으로 아침을 든든하게 챙기고 남산타워를 갈 것인지, 국립 중앙 박물관을 갈 것인지, 롯데 월드를 갈 것인지 의논을 했는데... 롯데 월드에서 잠깐 놀다가 인근의 뷔페에서 밥을 먹자는 친구의 말에 여자들은 일요일이라 줄 서느라 놀이기구도 맘대로 못 탈 건데, 거기다 여기까지 와서 뷔페 음식은 좀... 국립 중앙 박물관으로 가자~ 하면서 분위기를 몰아갔다. 아이들의 맘이야 놀이동산이지만, 그래도 처음에 오기로 계획했던 곳이니 가 보자고 했는데...

학습지를 만들어 오려다가 친구가 민속 박물관 간다해서 이곳은 패쓰 하겠구나 하고 생략했는데 아이들이 팜플렛만 가지고도 유물찾기 놀이를 하면서 재미있게 잘 놀았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는 유물은 우리 부산에서 봤잖아~ 하고 이야기 해 주고.

서울은 부산과는 달리 소그룹의 역사 공부 모임이 아주 활성화 되어 있나 보다. (물론 우리 주변에도 이렇게 팀을 짜서 공부를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박물관의 해설 도우미 선생님 뿐만 아니라 이런 팀에 살짝 끼어서 설명을 들어도 이런저런 공부를 할 수 있겠다 싶다. 우리는 mp3 대여를 하여 유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이동하였고, 큰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열심히 다녔다. 찬이는 전시실 앞에 놓인 학습 모니터 하느라 바빴고.

 

9. 오후 3시쯤 씨제이 푸드 월드라는 곳을 구경하고 거기 빕스에서 점심을 먹자고 하는 친구 말따라 쫄래쫄래 나섰는데...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스테이크 (난 이름도 모르지만 90000원이 넘는다.)를 먹으며 아침부터 뷔페에 가고 싶다고 외치다 "넌 무슨 뷔페를 맨날 가는 줄 아냐?"고 엄마에게 구박받던 찬이의 얼굴이 펴졌다. 이 날도 두 끼로 하루를 해결하고 말았지만, 서울 와서 먹는 건 다 성공했다며 우리끼리 만족의 미소를 지었더랬다.

 

10. 그리고 우리가 마지막으로 간 곳은 아이들의 고모가 계신 노틀담 수녀원 교육관. 북촌 한옥 마을에 위치하고 있어서 주변 경치를 보는 것도 한 맛이 되겠지만, 시간상 피정을 마무리 하고 쉬고 계시는 고모님을 뵙고 이야기 나누는 걸로 만족했다. 아이들은 강당에서 박물관에서 기념품으로 산 팽이 돌리기, 피아노 치기, 선생님 놀이 하느라 신이 났다. 박물관을 돌면서도 "나는 뛰어 놀고 싶은데..."라고 여러 번 이야기 했던 찬이는 또 그렇게 해서 소원을 풀었다. 오랜만에 만난 성당 선후배지간의 대화가 무르익어 가고...

 

11. 부산 오는 기차를 타고 오는데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쌩쌩하게 노는 아이들. 여행이 끝나자 다음 여행 스케줄을 잡는 친구네 아이. 참 재미있는 1박 2일이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2-01-20 0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12-01-19 16:36   좋아요 0 | URL
항상 좋은 말씀 감사 드립니다.

수퍼남매맘 2012-01-19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후기를 보니 제가 서울에 사는 게 맞나 의구심이 드네요. 비슷한 또래끼리 이렇게 여행 다니면 즐거울 것 같아요. 엄마들도 친구가 있어 수다 떨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재미 나고..... 부럽습니다.

희망찬샘 2012-01-19 23:00   좋아요 0 | URL
너무 재미있었어요. 서울은 구경 할 곳이 참 많아서 부러웠습니다. 다음에 또 가자~ 하면서 내려왔습니다. 그 맛있는 만두집 수퍼맘님은 아실 줄 알았는데 모르시나요? Jonny dumpling라고 되어 있었어요. 이태원 해밀턴 쇼핑센터 오른쪽을 끼고 돌아가면 나오던데... 완전 맛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