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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소파의 비밀 ㅣ 웅진책마을 21
정 위엔지에 지음, 김용철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표지가 예쁘게 새 옷을 입었구나. 내가 가지고 있는 책 보다 훨씬 예쁘네.
가끔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은밀히 좋아하는 책들이 있다. 그들이 재미있다고 추천하는 책들은 맘에 담아 두었다가 읽곤하는데, 그 때마다 그 느낌은 그 아이의 느낌과도 연결되어서 무언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 책도 그런 책 중의 하나.
작가는 어린 시절 읽은 동화들이 생생히 기억난다고 한다. 그 덕에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고, 여러 창작 동화 중 쌍둥이 남매 피피루와 루시시의 이야기가 중국 어린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한국의 어린이들도 이 두 친구를 좋아하게 되면 좋겠다고 서문에 밝혔다. 일단, 내가 이 두 아이를 친구로 맞이하였으니 우리 아이들과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도록 연결 해 주어야겠다.
<마음에 거는 전화>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신기할까? 말썽꾸러기 피피루는 어느 날, 사람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비밀의 전화 번호를 알아내게 된다. 시험을 치는 아이들의 마음이 궁금했던 피피루가 공부를 잘 하는 두 아이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니, 다른 친구들이 다 시험을 망쳤으면 하거나, 경쟁자 아이가 시험을 못 치기를 바라는 나쁜 마음이 들어있다. 반면, 공부는 반에서 꼴등이지만, 그 마음만은 비단결같은 친구의 마음도 알게 된다.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시험 문제를 풀 수 있지만, 마음씨는 기껏해야 20점밖에 안 되는 아이들의 100점짜리 점수는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낸 피피루의 활약이 맘에 든다.
<빨간 소파의 비밀>
우연찮은 기회에 빨간 소파 음악왕국에서 들려주는 환상적인 곡을 듣게 되고, 그것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엄청난 위안이 됨을 알게 된 피피루와 루시시는 그러나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빨간 소파 나라가 위협을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사람들은 그 신비한 음악의 비밀을 캐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의롭고, 근사한 이 두 어린이는 약속을 잘 지켜나간다. 아이의 눈은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지 이 두 아이를 통해 느껴보자. 이 동화집에서 아주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는 긴 이야기다.
<정의의 소년 피피루>
일 년에 한 두번, 많으면 서너 번 정도는 운동장에서 놀이하던 선후배 사이의 싸움을 중재해야 할 때가 있다. 선배들에게 당하고 올 때는 정의감에 불타서 그들을 꾸중하지만, 후배들을 괴롭히고 올 때면 화가 나서 그 화를 다스리느라 애를 먹는다. 너 보다 큰 형아가 너를 그런 식으로 대하면 좋겠냐고 물으면 다들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 하면서, 자기들이 당할 땐 억울했던 아이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동생들을 괴롭히는 것을 보면 걱정과 속상함으로 심호흡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정의가 무엇인지 아는 것은 어려운 공부이기는 하나,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그것을 제대로 알고 근사하게 자라주길 바란다.
이 이야기에서 피피루는 동생들을 괴롭히는 형아들을 물리쳐준다. 힘으로 물리치면 힘으로 당할 수 있는데 어떤 좋은 방법이 있을까? 피와 눈물을 보지 않고 멋지게 해결해내는 피피루의 맹활약을 기대해 보시라.
<또 하나의 피피루>
나는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묘한 설레임과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지 않은가? 지금 어른인 우리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기 일을 즐기면서 사는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의 의지로 결정된 일이 아니라 부모나 주변의 인물들에 의해 결정 된 일일 때, 그 책임을 다른 이에게 전가하고 싶은 어정쩡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 이야기는 이런 우리의 잘못 된 선택과 그 선택에 대한 책임 등에 대한 고민을 해 보게 한다. 원하는 일을 하면서 웃으며 살 수 있도록, 내 아이들의 삶에 나는 얼마나 훌륭한 지지자가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그들 삶에 얼마나 근사한 훈수를 둘 수 있게 될지도 염려된다. 내 인생은 나의 것~ 책임지며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