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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선생님 ㅣ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2
패트리샤 폴라코 지음,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5월
평점 :
이 책을 읽는 마음은 남다르다. 내가 가진 직업 때문이다.
아이의 잠재가능성을 믿고, 기다려주고, 도와주는 조력자로서의 자질은
한 평생을 바쳐 갈고 닦아도 부족함을 알기에
타고난 스승의 모습을 만나는 것은 내게 있어서는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아무런 어려움없이 잘 자라던 아이가 학교라는 울타리를 건너면서 읽고 쓰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되고
누구나 쉽게 하는 그 일을 해 낼 수 없음으로 인해서 학습장애, 혹은 난독증이 있음을 알고
자신을 초라하게 느끼기 시작한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잘 웃고, 잘 그리고, 잘 어울려 놀 수 있었는데 말이다.
"넌 그것도 모르니?" 가 아니라 "넌 얼마든지 할 수 있어."라는 말로 격려해줄 때 아이의 가능성은 서서히 열릴 것인데
우리는(아니, 나는) 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 할 때가 많다.
어떤 때는 좀 더 세심하게 보살피지 못하는 가정의 탓을, 또 어떤 때는 공을 들일 시간을 주지 않는 학교의 탓을 돌리면서
그저 답답해 하기만 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이런 나를 한 번 더 일깨워주는 멋진 책이다.
폴커 선생님과 플레시 선생님의 도움으로 남보다 늦었지만, '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란 트리샤.
남보다 늦기는 했지만 읽을 줄 알게 되면서그 해의 남은 나날이 모험과 발견이 되었다는 트리샤.
트리샤는 학교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그 조그만 소녀가 바로 작가 자신, 패트리샤 폴라코임을 고백하는 마지막 페이지는 긴 여운을 남긴다.
나는 30년 뒤에 폴커 선생님을 어느 결혼식장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나는 선생님에게 다가가서 내 소개를 했습니다. 처음에 선생님은 나를 알아보지 못헀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누구며, 선생님이 몇 년 전에 어떻게 내 인생을 바꾸어 주셨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선생님은 나를 껴안고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내 대답은 이랬지요.
"그러니까 뭐냐면요, 폴커 선생님, 저는 어린이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폴커 선생님, 고맙습니다."
트리샤가 7살이 되던 해에 꿀 한 국자를 퍼서 책 표지 위에 조금씩 골고루 끼얹어주시면서 지식의 맛은 달콤함을 이야기 해 주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에서는 <<꿀벌나무>>를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던 손녀딸에게 별들이 하늘에 있는 구멍이고 별들은 다른 세상에서 온 것인데 할머니도 언젠가는 다른 세상으로 갈 거라는 것을 알려주시던 할머니의 모습에서는 <<천둥 케이크>>의 할머니를 떠올려 본다.
따뜻한 가족들의 사랑은 작가에게 전 세계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그림동화를 쓰게 만들었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 진짜 폴커 선생님인 '조지 펠커' 선생님은 이 멋진 책이 탄생되도록 해 주셨다.
아름다운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