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을 지워라
빌 톰슨 그림 / 어린이아현(Kizdom) / 2011년 9월
품절


글자 없는 그림책~ 가능하면 모아보려고 한다. 그런데, 반갑게도 또 이렇게 좋은 책이 나와서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글자가 없어서 더욱 많은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을 흥분시키는, 그리고 그림이 마치 사진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섬세해서 더욱 보는 즐거움이 느껴지는... 그래서 오늘 아침 아이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빠뜨렸던 이 책을 어떻게 하면 잘 소개해 볼 수 있을까?
일단 선생님이 글을 좀 써야 하니까 자리로 책을 가지고 가지 말고 선생님 책상 위에서 보라고 했더니 쉬는 시간마다 와서는 "재밌다, 재밌다."한다. 책이 재미있다고 하는 아이 덕에 이 책의 출간에 기여한 바는 없으나 나도 덩달아 으쓱~
비 오는 날, 세 아이는 공룡을 본뜬 모형이 있는 공원의 놀이터에서 종이 가방을 하나 발견한다.

도대체 이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수수깡이에요." 하는 아이들에게 이건 마법의 분필이란다. 이 분필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한 번 살펴볼래? 하고 책장을 넘겨 본다.

해님을 그리니 하늘에 눈부신 해가 떠오르는구나! 했더니, "우와, 그림 하늘에 해가 두 개가 되겠네요. 정말 뜨겁겠네요." 한다. 그건 아니고, 비가 와서 해님이 없었는데, 이 해님이 구름을 밀어내고 하늘에 떠 있게 된 거지. 라고 이야기 해 주었다. 다음에는 무엇을 그리면 좋을까? 하고 물으니 "공룡이요~" 한다.

짜자자잔~ 이건 뭘까? 하니까 "꽃이에요. 꽃!" 한다. 선생님도 처음에 꽃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나비구나. 우산도 비옷도 다 벗어 던진 아이들과 나비가 어울리는구나, 그지? 다음에는 무엇을 그릴까? 하고 물으니 더 큰 소리로 "공룡이요~"한다. 이 즈음에서 공룡이 나와주면 참 좋겠다.

아이가 그린 공룡을 원래 모습으로 만나기 이전에 나오는 공룡의 그림자! 감정이입이 제대로 된다. "으악~"하고 함께 외쳐주는 아이들. 이 공룡의 이름이 뭐더라? 하니까 "티라노요." 한다.

무서운 티라노를 만난 아이들의 공포스러운 얼굴을 살펴 보시길.

달아나는 아이들. 공룡으로부터 아이들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우리 반 꼬맹이들~ 긴장감이 극에 달한다. 여기서 잠깐 페이지를 멈추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다.
얘들아, 어떡하면 좋지? 하고 물으니 "공룡을 지우면 되잖아요."한다.
어떻게 지울 수 있을까? 하니까 흥분해서 떠들썩해진다.
"발로 문때면 돼요." (얘, 서울 사람들은 문땐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지 않을까?)
"양동이와 호스를 그리면 돼요. 그래서 물을 뿌려주는 거예요."
"먹이를 그려서 던져주고, 먹이를 먹는 틈을 타서 도망가면 돼요." 한다.

공룡이 지워지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걸까?

아이들은 처음과 같은 모습으로 다시 자기 갈 길을 간다.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뒤돌아 보는 아이의 모습! 인상적이다.
나는 이 그림책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 정도의 그림이라면 말이 필요치 않으리라. 그림만으로도 더 큰몫을 충분히 잘 소화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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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1-11-24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느낌이 참 새롭네요. 사실적인 그림과 함께 아이들의 표정이 압권이네요.

희망찬샘 2011-11-25 06:57   좋아요 0 | URL
도미노 서평단이라는 것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게 뭔가 했는데... 이번에 한 번 신청 해 봤어요. 서평도 써 주신다면 더 좋아요~ 였으니까 서평 의무는 없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책이 오니 안 쓸 수 있나요? 이벤트가 한 달에 한 두 번 진행되는 것 같던데요. 그래서 시작한 김에 이번에 한 번 더 신청해 봤어요. 중복 신청 가능하고, 관련 대상 도서들을 검색한 후 써 둔 리뷰 페이지를 링크하면 신청이 끝나던걸요. 이미 알고 있으시려나요? 모르신다면 한 번 해 보세요. 엄청 간단하고, 그리고 책도 괜찮아서 첫 시작이 좋은데요. 책을 내가 선택해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