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 시읽는 가족 13
이정환 지음, 강나래 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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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동시의 차이는? 아이들에게 읽는 대상에서 온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동시조라? 처음 접하는 단어다. 시조의 형식을 빌려 쓴 아이들을 위한 시라고 보면 되겠다. 시조이니 종장 첫구의 3글자 불변의 원칙을 지켰으리라. 시조니, 초장, 중장, 종장의 3연으로 구성되었으리라. 

시조를 읽어나가다 보니 전체 4부 구성 중 3부에서 작가의 직업을 추측해 볼 수 있었다. 아, 이 분은 교사구나. 그것도 초등 교사! 그리고 나서 보니 작가의 말에 아이들 속에서 살아 온 이야기가 보인다.  

아침독서신문에서 이주영 선생님의 학급운영 이야기 꼭지를 접했을 때, 5월에 아이들을 위해 하면 좋을 활동으로 소개해 주신 시조 형식의 글 선물이 기억에 남는다. 어린이날을 맞이하면서 내가 줄곧 썼던 책갈피 형태의 칭찬의 글귀들보다도 짧아서 더욱 담백한, 그래서 더욱 여운이 남는 그런 글귀를 나도 한 번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선생님이 써 두신 시를 예로 들자면, 내가 사랑하는 김** 어린이는 / 햇님을 닮은 듯 환하게 웃는 아이 / 친구가 장난쳐도 웃음으로 대해요 )여기 이렇게 한 권의 시조집을 만나니 기분이 더욱 새롭다. 

이 동시조집에서 마음에 드는 시조 3편을 우선 담아 본다.  

       <몽돌>

매끌매끌 동글동글
누가 다듬었을까요? 

이리 봐도 동글동글 
저리 봐도 매끌매끌 

어떻게 
살아왔냐고요?
말 안 해도 알겠죠? 

      <길도 잠잔단다>

어어, 엄마!
길이 하나도 안 보여요. 

그래, 길도 밤엔 어둠에 안겨 잠잔단다. 

해님이  
내려올 때까지
곤한 잠을 잔단다. 

            <우리 엄마> 

우리에게 큰 소리로 마구 야단치다가도
전화 오면 엄마 목소리 금방 상냥해져요. 

그 소리
참 듣기 좋은 걸
엄만 언제쯤 아실까? 

몇 년 전, 우리 반에서 가장 야무졌던 아이의 일기장에 등장했던 글, 학습지 선생님이랑 상담하시던 엄마가 평소와는 달리 아주 고상한 말투로 말씀하시더라는 내용을 읽으면서 혼자 풋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말 잘 듣는 아이도 엄마에게 잔소리 들을까? 엄마가 큰 소리 치실까? 했었는데...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여, 아이의 마음을 읽어 보도록 합시다. (바로 내게 하는 말이지만 말이다.) 

선생님께서는 많은 시간을 고민하면서 쓰셨을텐데, 휘리릭 너무 쉽게 책장을 넘긴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만큼 시가 읽기 부담없이 쉬웠다고 한다면 이 시에 대한 칭찬의 말이 될 수 있을까?! 색다른 느낌으로 책이 도착하자마자 읽고 글을 남긴다. 

덧붙여)참, 푸른책들의 동시집이 고마운 이유를 덧붙이자면, 동시집을 꾸준히 내 주셔서 아이들에게 동시를 가깝게 느끼게 해 준다는 점, 그리고 예능대회 아동시를 지도하면서 아이에게 동시집을 감상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료를 제공해 줄 수 있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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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1-09-28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조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드네요. 전 그저 동시 같아요. 비인기 종목인 시집을 꾸준히 출간해 주시는 정말 소신 있는 출판사죠. 요즘엔 저는 동시집이 안 오네요.

희망찬샘 2011-09-30 05:5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시조를 모르는 아이들은 그냥 시라 생각하며 읽겠지요. 학교 이야기에서 많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이정환 2011-09-29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작가 이정환입니다. 저의 졸저 <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에 대한 서평을 쓰신 분께 지면으로 감사 인사 올립니다. 댓글 달아주신 분께도...거듭 고마움을 표합니다! 여기는 대구입니다. 이정환 드림

희망찬샘 2011-09-30 05:53   좋아요 0 | URL
앗, 선생님! 댓글까지! 감사합니다. 덕분에 영혼이 충만해졌습니다. 더 좋은 글 쓰셔서 또 시집 내셔요. ^^

이정환 2011-09-30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예, 고맙습니다. 희망찬샘 님으로 말미암아 용기 백 배입니다. 이 좋은 가을날 모두 행복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수퍼남매맘 2011-10-02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작가님이 직접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희망찬샘 2011-10-03 16:0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가끔씩 댓글을 달아 주시는 작가님들 계시더라구요. 아마 댓글까지는 안 다셔도 리뷰를 읽어보시는 분들은 많으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