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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를 믿지 마라! - 아이들과 교사를 바보로 만드는 초등 교과서의 비밀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지음 / 바다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학기 아이의 수학 성적에 함께 많이 좌절한 나는 이 마음을 다른 곳에서 위로 받고 싶었다.
3학년 선생님들에게 "왜 이렇게 수학 교과서가 어려운가요? 예전에 3학년 할 때 아이들 공부 시키기가 이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왜 우리 아이 공부 가르치는 것은 이렇게 힘든 걸까요?"(겨울 방학 동안 내 일을 하느라 아이의 공부를 꼼꼼히 돌봐주지 못한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나 보다 생각하면서 자책했다.) 하면서 투덜거렸다. 선생님들이 뭔 죄가 있담?
동기 모임 가서, 3학년 맡고 있다는 수학과의 우등 졸업생 동기에게 수학 교과서 내용을 가지고 하소연을 했더니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한다 싶다고, 둘이 또 한참을 침을 튀기며 이야기를 했다. 실컷 가르치고 난 후 온화한 미소를 띄며 "알겠나?" 하던 예전 모습과 달리 열을 확 내면서 설명한 후 멍하니 쳐다보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목소리톤을 올려서 "그래도 모르겠나?"라고 이야기 하는 자신의 모습이 괴롭다 했다.
초등에서 수학의 고비는 4학년이라 했다. 갑자기 나온 큰 수의 쓰기, 읽기, 셈하기가 아이들을 실수라는 이름으로 실력발휘하게 하면서 수학 잘 하는 아이와 잘 못하는 아이들을 갈라 두었었는데, 이제 그 위기가 3학년으로 넘어 온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맡고 있는 학년에 대한 어려움보다는 희망이 학년 교과서에 대한 불만으로 툴툴거리며 지난 학기를 보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가졌던 그 불평불만들이 다른 엄마들이 가진 불만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많은 교사들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비밀은 어려워진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더 많은 능력을 가지도록 요구받고 있고,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지만, 더 낮은 성과를 얻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 책에는 각 학년별 교과서의 문제점과 각 과목별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지적해 두었다.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 이런 경우는 이런 해석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했지만,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은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내게도 반드시 고민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임을 생각하게 한다.
문제가 있다면 보고 있지 말고 문제를 제기하라고 한다. 그러한 문제 제기들이 모이고 모여서 더 나은 교과서를 만드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어려워진 교과서에 아이들 수준을 맞추기 위한 고민 보다도 좀 더 쉬운 교과서로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길을 위해 누군가가 선구자적인 안목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위로가 되었다.
이 책은 교사라면 한 번 읽어보아야할 것 같다.
이 책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읽어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좀 더 잘 가르치기 위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은 책임감도 느꼈다. 당연히 해야 될 일이지만, 어려운 교과서를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재미있게 가르칠까 하는 고민, 많이많이 필요하겠다.
초등 1, 2학년은 2009 개정 교육과정 속에서 2007 개정 교과서로 공부를 하고 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총론만 바뀌었지 교과서가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교사들도 잘 모르는 많은 사실들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올해 처음으로 초등 전학년이 2007 개정 교과서 체제에 들어 갔으며 교과서 개정으로 인한 학습결손은 보충 교재로 제공된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의 학습공백을 메우는데는 많은 문제점들을 낳게 될 것이다. 이 책임을 전적으로 떠맡으려 하는 부서가 없다는 것은 아이들의 고통지수를 높이고 있다. 이 아이들의 학습을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 그 책임을 모두가 조금씩 나누어 가져야 할 것이다.
덧붙여) 작년 4학년 개정 교과서로 가르쳤던 사회 1학기-지도, 축척... 시험을 치고 나서 아이들의 점수에 충격받았던 우리 동학년은 이 아이들이 집에 가서 부모님께 얼마나 호되게 꾸중을 들을까를 생각하면서 시험 문제가 너무너무 어려웠으니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 달라는 긴긴 편지를 썼더랬다. 우리 학교만 사정이 그러했던 것이 아니라, 부산에서 쟁쟁하다는(? 과연 그곳이 어디일까 마는...) 학교도 같은 일들을 겪었다 하니... 이후 4학년의 사회 교육청 문제는 난이도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것 같고, 시험 문제 출제에 있어 다른 교과보다도 더 세심한 검수를 하였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주욱 쉽게 나왔더랬다. 교과서를 알지 못하는 부모들은 교사가 잘못 가르쳐서, 아니면, 문제를 잘 못 내서, 혹은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아서라고 얼마나 속상해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