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의 친구들 한겨레 옛이야기 8
장주식 글, 노을진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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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귀한 내 친구 똥퍼>>를 읽던 날, 뭔가로 한 대 쿵~ 맞은 느낌이었다. 아, 아름답구나~ 했었다.  

그런데, 그 책의 원문이라던 예덕선생전이 이 책에 있는 거다. 책을 펼쳐서 가장 먼저 <예덕선생 이야기>를 읽어 보았다.  

<예덕선생 이야기>-똥지게 하나로 세상을 일구다  

박지원의 절친 선귤자 이덕무에게는 엄행수라고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는 꼭 엄행수를 '예덕선생'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예'는 더럽다는 뜻이고 '덕'은 크고 훌륭하다는 뜻이니 '예덕'이란 '더럽고도 훌륭하다'는 참 묘한 뜻을 가진 말이 되겠다. 똥퍼의 우두머리인 엄행수를 귀하게 여겨 이덕무가 붙여준 별명이다. 다 쓰러져가는 움막집에 살아도, 누더기만 걸쳐도, 날마다 똥통을 져도 누구에게도 부끄러울 것이 없고 유쾌하기까지 한 그를 이덕무는 무척 좋아했다. 그런데, 선생이 천한 사람이랑 어울리는 것이 못마땅한 제자가 어느 날 더 이상 이덕무에게 배우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떠나는 것은 네 마음이나 친구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가도록 하라시며 들려주시는 이야기들.  

큰 사귐이란 오로지 마음으로 사귀고 덕을 벗하는 것. 마음으로 사귀는 사람은 천 년 전의 인물이라도 오래되었다 하지 않고, 만 리나 떨어져 있어도 멀다고 하지 않는다. 물론 큰 사귐은 신분도 필요가 없다.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따지지 않는다.  

이런 큰 사람을 알아보는 이덕무는 진정 멋진 사람임을 알겠다.  

큰 절 한 번 하고 뒤돌아 보며 사라진 제자와 달리 박지원은 예덕선생의 참모습을 알겠다고 함께 뵈러 가자 그런다. "좋지, 그래야 벗이라 할 만하지." 

희망이에게 어떤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냐고 물으니 첫 이야기인 <민옹 이야기>를 든다.  

<민옹 이야기)-지혜로운 농담으로 세상을 비꼬다 

그는 어릴 때부터 슬기롭고 책읽기를 좋아했는데 마음에 드는 대목이 나오면 벽에다 크게 글씨를 써 붙이곤 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벽이 온통 까맣게 되었더란다. 민옹의 나이 일흔살이 되어 쓴 글귀가 '범증은 기묘한 꾀를 좋아하다.'였다. 그리고는 아내에게 "(항우의 스승이었던)범증은 젊었을 때보다 일흔 살이 되었을 때 좋은 꾀를 더 많이 냈다는구먼. 허허허."한다. 다 늙어 언제 그런 꾀를 써 보냐는 아내의 타박에 강태공의 예를 들며 그 보다 열 살이나 적으니 해 볼만 하지 않냐 그런다. 유머로 세상을 통쾌하게 살아가는 민옹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참 재미있다고 이야기 했던 희망이 말이 이해가 되었다.  

<오행수 이야기>-양반을 사려다 양반에 질리다 

'행수'란 어떤 패의 우두머리라는 뜻인데 땅도 많고 돈도 많지만 양반이 아니어서 좌수니, 동지니, 참판과 같은 멋진 이름을 가질 수 없어 행수라고 부른다 한다.  

이 이야기는 너무나도 유명한 <양반전> 이야기다.  

일은 하지 않고 환곡을 털어먹다 관찰사에게 들켜 큰 곤란을 겪는 무능한 양반에게서 오행수는 곡식 천석을 대신 갚아주는 걸로 하고 양반을 사는데, 군수가 읊어주는 '양반으로 사는 법'을 들으면서 기겁을 하고 갓을 벗어 던져 버린다.   

"양반이 왜 양반이냐 하면 무술을 하는 장수를 '무반'이라고 하고 글을 읽는 선비들을 '문반'이라 하므로 이를 합쳐 문무양반이라고 부르며 임금님 앞에 늘어설 때 무반은 서쪽에 문반은 동쪽에 서는데 오행수 너는 두 반 중에 하고 싶은 걸로 해라. 여기에 양반이 지켜야 할 도리가 있으니 이방이 읽으면 말끝마다 '예'하고 대답하라... 그리고 궁시렁궁시렁~" 

아주 쉽게 쓰여져 있어서 중학년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양반전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광문 이야기>다. 

<광문 이야기>-광대놀음으로 백성을 위로하다 

탈춤을 잘 추고, 재주를 잘 넘는 광대이기도 한 그의 거지 아이들과의 생활을 다룬 이야기와 정직한 생활로 모든 사람의 신임을 받은 일들은 읽는 내내 맑은 영혼을 만난 기쁨을 준다. 이야기 구절구절이 마음에 들어와 콕콕 박힌다.  

"사람은 얼굴보다 맘일세. 얼굴은 사흘만 지나면 다 똑같아지지 않나. 익숙해지면 그만이지. 하지만 맘이야 어디 그렇나? 맘이 착하고 성실하면 그게 가장 낫지." 가끔씩 잊고 사는 것 같은 요즘, 한 번 더 새겨 볼 것. 얼굴보다 중요한 것이 맘이다. 맘 가꾸기에 애쓰자!!! 

이 책을 읽으면서 박지원의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참으로 복된 선물을 받는 것이다. 제대로 감상해 보기. 사색하는 책 읽기를 해 볼 것. 그런 친구들을 찾는 것도 귀한 일이지만, 그런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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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4 23: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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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4 06: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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