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운동회 사계절 그림책
임광희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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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은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근무하는 지역에서는 이제 가을 운동회의 정취는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점점 바빠진 학교는 가을 운동회 대신 어린이날을 즈음한 소체육회에게 가을 운동회의 자리를 대신하게 한다. 그래도 아직 시골에서는 운동회가 마을 잔치라 하니, 우리 어릴 때 운동회 모습을 떠 올리면서 옛날을 생각나게 하는 이 책을 만난 느낌은 즐겁기만 하다.
운동회의 시작은 이렇게 준비체조와 함께! 국민체조의 한 장면을 찰칵~

운동회가 열리면 목이 터져라 응원 하기 위해 응원복도 맞추고, 응원 술도 사고, 그리고 응원가도 부른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 왔어요. 백군이 이겼다고 전화 왔어요. 아니야, 아니야, 그건 거짓말 청군이 이겼다고 전화 왔어요.

무엇보다도 운동회의 꽃은 1학년의 꼭둑각시 무용.
"따라랑 따랑 따라라라 따라라라 따라라랑 따라라랑 따라라라라라랑~"
아이들 사진 촬영으로 달려 나오시는 어머님들을 위해 앵콜 공연까지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일 학년 경기인 공굴리기. 요즘은 바람을 넣을 수 있는 공이 있어 운동회가 끝나면 바람을 빼서 보관할 수도 있기에, 해마다 운동회를 준비하면서 종이를 다시 붙이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어 편했다. 공이 왜 그리도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는지...

형아들이 하는 기마전은 때로 연습 과정에서도 많은 부상자가 나오기도 하는데, 그래도 모자를 빼앗아 든 아이들의 의기양양함이라니!

3학년 경기인 박터뜨리기로 점심시간을 알리면 모두모두 모여서 맛나는 점심을 냠냠~

희망 아빠는 먼지 풀풀 날리는 그 운동장에서 점심 먹는 사람들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서 자기는 교실에서 점심 먹었다지만, 운동장에서 먼지와 함께 점심 먹는 그 맛도 나름 괜찮은 기억이었다. 요즘은 점심은 급식으로, 아이들은 물 이외에는 간식을 가지고 오지 말라 하는데, 그래서 장터 같은, 또는 축제같은 그 분위기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운동회의 꽃이라고 하면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릴레이~ 우리 찬이도 올해 릴레이 선수로 뽑혔는데, 멋모르고 뽑혔다가 매일 아침 일찍 학교 와서 연습하는 것이 힘들어 꽁꽁 거리는 1학년과 달리 고학년들은 릴레이 선수로 뽑히는 것이 무척 영광이며 선발부터 치열한 경쟁이다.

릴레이에서 누군가 한 번 넘어지면 분위기는 더욱 긴장으로 치닫는다. 다른 경기와 달리 릴레이에서는 점수 배점이 높아 역전도 많이 일어나고, 그래서 아이들은 온몸으로 응원한다. 우~ 앞으로 달려나가는 아이들!

이 책에서는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운동회라고 했지만, 사실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한동안 자기 팀이 이긴 것에 대해 뿌듯해 하고, 그것 때문에 작은 시비도 일어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교문 앞의 병아리 파는 아주머니까지~
정말이지 운동회의 모습을 아기자기 하게 잘 담아 낸 참으로 잘 만들어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 보다는 어린 시절 가을 운동회의 추억을 가진 어른들이 어쩜 더 좋아할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 참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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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1-07-24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역을 떠나서 교장님의 마인드에 따라 운동회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수업 결손이 너무 많고 연습 기간 내내 학생들 분위기가 방방 떠서 이런 운동회를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울딸도 1, 3학년때 이런 대운동회를 했는데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구요. 땡볕에 연습하는게 만만한 일은 아니잖아요. 아직 저희 학교도 격년에 한 번씩 이런 운동회를 합니다. 오전은 1,3 5학년 오후는 2,4 , 6학년으로 나뉘어 하고 급식을 먹기 때문에 위 그림과 현실은 사뭇 동떨어져 있어요. 님의 말씀대로 지금의 어린이들보다 어른들의 추억이 생각나게끔 하는 그림책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래도 가을쯤에는 꼭 한 번 읽어 주고 싶은 그런 예쁜 그림책이에요.

마지막 전체릴레이 할 때마다 역주행하는 1학년 때문에 운동장이 뒤집어지곤 하죠.

희망찬샘 2011-07-30 08:19   좋아요 0 | URL
요즘은 운동회 연습을 빡시게 하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귀한 추억이 되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하는 것에 한 표요! 운동회가 없어지니까 아이들의 추억이 하나 사라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