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매긴 성적표 - 2010 새로고침판 자꾸자꾸 빛나는 1
이상석 지음, 박재동 그림 / 양철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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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참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못 하는 일이지만, 큰일을 하시는 분들 뵈면서 조금이라도 따라 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가 아주 가끔이지만 아이들에게 "우리 선생님, 참 좋다."는 칭찬의 말을 듣기도 합니다.

이 책은 이런 맘을 먹고 있는 제게 또 하나의 스승이 되어 주는 책입니다. 20년 전에 쓴 글들을 다시 엮었다고 하지만, 전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좋은 글은 시간을 넘어서는 힘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전교조 합법화를 위해 온 몸을 던져 투쟁하셨던 선생님의 20년 전 시절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무슨 불의한 일이 있으면 전교조가 나서야 하지 않냐고.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전교조 활동을 꺼려 합니다. 어느 교장 선생님은 부장교사 보직을 줄 때 전교조 탈퇴를 먼저 권하기도 하신답니다.

전교조 명단이 공개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누가 그런 거 조회 해 보고 있냐고, 사람들이 얼마나 바쁜데 그런 거 뒤적이고 있냐고 했더니 울 언니는 왜 안 보냐고 나도 열어 보았다고, 너희 학교에 전교조 샘 3명이더라고 이야기 합니다. 학부모들은 내가 전교조 샘이라서 좋을까, 싫을까 아주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실, 제가 전교조 활동을 하는 것은 투쟁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교육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시고 활동하시는 선생님들의 활동에 제 회비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올해도 재가입 신청서를 냈습니다. 일제고사 반대투쟁과 민주노동당 찬조금을 내었다는 이유로 해직의 위기에 처한 선생님들을 위한 안타까운 마음은 사실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것 같은데, 그런 마음먹는 것 말고는 제대로 하는 일이 없네요. 그래도 전교조가 추구하는 참교육을 위해 제가 할 일을 찾아보면서 항상 궁리하는 것으로 그분들의 노고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이 글을 쓰신 이상석 선생님은 부산 분이시네요. 성모동산의 이야기도 나오고, 부산대학 넉넉한터 이야기도 나오고, 그리고 익숙한 구수한 부산 사투리도 나오니 책을 읽으면서 더욱 친근감이 느껴집니다.

제자들과 겪은 일들을 읽으며 눈물이 울컥 날 뻔하였습니다. 이런 분께 배운 아이들은 참으로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동료 교사들이 표현했던 불편한 감정들 또한 다른 시선으로 이해가 되니 저도 제법 나이가 먹었나 봅니다.

살아있는 글쓰기를 위해서,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노력하셨던 선생님의 이야기 하나하나는 커다란 감동 그 자체입니다.

선생님이 들려 주셨던 은사님 이야기는 제게도 저의 선생님을 떠올려 보게 합니다. 제가 교사가 되었을 때 우리 동생은 스승의 날마다 좋은 선생님 되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그러면서 곁들인 말이 지금까지 배워 오면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지 못한 것 같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혹시 울 동생이 좋은 학생이 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좋은 교사가 되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선생을 해 보면 해 볼수록 더 느끼게 됩니다.

누군가의 수고 없이는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그러면서 그 일에 앞장서지 못하고 누군가가 해 주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을 누군가가 하려하니 그 누군가는 힘이 듭니다. 이제는 모두가 하나 되어 힘을 보태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한 10년 뒤쯤 나를 찾아왔습니다. 나는 쉰을 바라보고 있겠군요. 그런데 내가 아주 힘없는 늙은이가 되어 교직에 자신감도 없고, 돈이나 밝히고 교육이야 되든지 말든지 시간이나 때우는 교사가 되어 있다고 합시다. 그러면 내가 여러분을 떳떳이 맞이할 수 있겠습니까. 교사로 남아 있는 내 모습을 부끄러워하는 내가 어찌 여러분을 반기겠습니까. 슬슬 피하거나, 괜히 나를 과장해서 헛된 말이나 하지 않을까요. 끊임없이 발전하는 모습, 잘못한 것을 반성하고 좀 더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어 있다면, 교사로서 원숙한 경지에 들어서서 부끄럼없는 교사가 되어 있다면, 나는 여러분 앞에 나서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일 것입니다. (416쪽)

중요한 것은 헤어져서 다시 만났을 때 지난날 함께 있었을 때 추억 말고는 이야기할 게 없다면 그건 불행입니다. 추억도 좋지만 그것은 두세 시간 얘깃거리밖에 안 됩니다. 그 뒤의 발전한 자신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417쪽) 

감동적인 시간을 선물 받았음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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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2-30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예전에 나온 책으로 읽어 개정판은 뭐가 다른지 모르지만, 참 감동스럽게 읽었던 책이에요.
모두가 할 일을 누군가 대신 해주기를 바라는 우리 마음부터 바꿔야 되는데 그게 잘 안되죠.ㅜㅜ

희망찬샘 2010-12-30 17:47   좋아요 0 | URL
양철북 책은 이렇게 저를 또 감동시키네요. 크~ 데쓰조의 감동이 아직도 맘에 남아 있거든요.

오월의바람 2011-01-03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도 좋지만 그것은 두세 시간 얘깃거리밖에 안 됩니다. 그 뒤의 발전한 자신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멋진 말이네요. 발전하는 교사의 모습이 있어야겠죠. 감동입니다.

희망찬샘 2011-01-03 15:26   좋아요 0 | URL
바람님도 한 번 읽어보심 좋을 책이에요. 강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