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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번은 너무해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51
박채란 지음 / 사계절 / 2010년 10월
평점 :
가만 생각 해 보니 어릴 때 선생님께서 교과서 보고 여러 번 베껴 내는 숙제를 많이 내 주셨던 것 같다. 어린 나이에도 왜 똑같은 것을 이렇게 여러 번 써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잔꾀를 부리다 선생님께 걸려서 굉장히 무안했던 기억이 난다. 잔꾀란 가운데 숫자를 뻥을 친 걸로 기억하는데... 나름 정직한 어린이였던 나를 이렇게 나쁜 어린이로 만들었던 숙제였으니 그 숙제는 정말 나빴다. (순전히 나의 생각이지만.)
2학년 영주에게 받아쓰기 50문제 치기와 틀린 문제 50번 쓰기는 정말이지 해도 너무 했다. 보통의 아이 같으면 받아쓰기를 틀린 순간 자기가 왜 틀렸는지 알 것이고, 조금 떨어지는(아가들아, 미안...)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몇 번만 써도 익힐 수 있지 않을까?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다 아는 건데, 실수로 10개나 틀린 영주가 써야 하는 숙제는 과연 얼마가 되겠는가! 50X10=500이다. 게다가 틀린 것은 꽃을 꽂이라고 잘못 쓴 한 글자인데, '엄마와 함께 꽃밭에 갔습니다."라는 한 문장을 다 써야 하다니! 정말 선생님은 해도 너무 하셨다. 장담컨데, 요즘 이런 분 안 계시다. (계시려나???)
숙제를 하다 잠이 와서 숙제를 다 못 한 우리의 주인공, 영주! 다음 날 학교가서 어떤 벌을 받게 될까? 마귀할멈 선생님은 오십 이라는 숫자를 좋아하셔서 창틀 닦기도 50번씩 시키신다. 어쩌면 좋아.
그런데, 영주의 친구 드림이(연필)와 몽이(지우개)랑 함께 떠난 선생님의 꿈 속 나라 여행 덕에 영주는 선생님에게 '오십번은 너무해요.'라고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선생님의 기억에서 숙제검사를 지웠지만, 적은 외딴길에서도 만나는 법. 숙제를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친구, 그리고 숙제를 잘 해 온 친구는 선생님에게 왜 숙제 검사 안 하냐고 반드시 물을텐데... 싶더니만, 불안한 그 일이 딱 터지고 만다. (이런 아이들은 숙제 안 해 온 아이들의 적이닷! 대충 넘어 가 주지! 우리 반에도 몇 명 무럭무럭 자라고 있지만...)
글짓기 대표선수로 뽑힌 영주! 교장 선생님의 비결을 묻는 말에 마귀할멈 담임 선생님은 받아쓰기 50문제와 틀린 문제 50번 쓰기 덕분이라고 이야기 하시지만, 영주는 분명히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영주가 쓴 멋진 시 한 편 감상하시라~
< 오십 번은 너무 많아 > 박영주
오십 번은 너무 많아. / 틀린 문제 오십 번은 너무 많아. //
숙제를 하다가 / 나는 선생님 꿈으로 찾아갔어요. //
꿈 속에서 나는 선생님, 선생님은 학생. / 나는 선생님에게 오십 번씩 쓰라고 했지요. //
나 대신 숙제를 다 하고 나서 / 선생님은 다음 날 팔이 아파요. / 하루 종일 팔이 아파요. //
오십 선생님은 오십 번 외우는 게 적당하지만, 아홉 살 아이들은 아홉 번에 보너스 하나해서 10번으로 잘 타협되어 영주는 룰루랄라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이지, 오십 번은 너무 했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