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처럼 잠만 자는 공주라니! 돌개바람 17
이경혜 지음, 박아름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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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딴지걸기2'란다. 그럼 1은 뭐지? <<심청이 무슨 효녀야>>라는 책에 대해 언젠가 다른 이의 리뷰를 읽은 적이 있었고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1을 읽기 전 2를 먼저 만났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라는 책을 읽고 바람의아이들 출판사와 작가 이경혜를 마음에 담아 두었는데, 다시 이 둘이 짝을 이루었다. 책을 펴기 전부터 기대만땅이었다. 

이야기는 모두 네 편이다.  

<바보처럼 잠만 자는 공주라니!>, <왕자로 변하면 싫단 말이야!>, <사람이 인어가 되면 안 되나?>, <신데렐라, 왕자한테 반하기는 했니?>가 그것. 이 제목만으로 원작을 헤아려 볼 수 있으리라.  

<바보처럼 잠만 자는 공주라니!>를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에는 정말 비판없이 책만 읽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공주'가 맡은 역할이란 너무 수동적이라는 것. 물레에 찔려 100년 동안 잠만 자다가 왕자의 입맞춤에 깨어나 깨어준 것에 감사하며 결혼을 하다니(멋진 왕자님에게 한눈에 반해서 말이다.)... 이게 말이 되냐고요. 

<왕자로 변하면 싫단 말이야!>에서는 갑자기 슈렉의 '피오나 공주'가 생각난다. 아름다운 공주의 모습으로 변하여 이야기가 헤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저버리고 못난이 피오나 공주의 모습으로 남아 그 둘은 행복했더란다~ 라는 마무리는 사실 처음에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런 마무리에 익숙치 않은 우리에겐 충격과 동시에 신선한 새바람이었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외모가 아니라고 봤을 때 야수가 자신의 야성미를 사랑한다면 야수로 남아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지 않겠는가. 거기다 아름다움이라는 올가미에 묶여 자신의 아름다움조차 즐기지 못하는 벨르에게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까지 선물하였으니 정말 멋진 야수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이 인어가 되면 안 되나?>에서는 인어공주에게 반한 착한 막내 왕자가 어머니께 부탁하여 바늘로 콕콕 찌르는 고통을 참아가며 두 다리 대신 인어의 물고기 다리를 가지고 바닷 속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다. 원작이 그랬던 것처럼 말을 할 수 없었던 왕자는 공주에게 자신의 사랑을 이야기 하지 못 하고 공주의 결혼 날짜는 다가온다. 왕자가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날도 다가오는 것이다. 마법사에게 얻은 진주를 인어공주에게 먹이면 왕자는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다지만, 사랑하는 이에게 그렇게 할 수는 없는 일. 왕자가 선택한 길은? 그리고 그 결말은? 각자 한 번 상상해 보시기 바란다. 

<신데렐라, 왕자에게 반하기는 했니?>를 읽으면서 그렇구나! 그 둘은 첫눈에 반하여 사랑을 하였더란 말인가! 하고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신데렐라는 춤추기를 좋아하는 아이로 나온다. 왕자를 만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춤이 추고 싶어서 궁중 무도회에 참석하게 되고 신데렐라의 비단신을 찾아주려고 나타난 왕자의 성격은 괴팍하기만 하다. 궁중 무용수 로한은 신데렐라의 춤에 반하여 그 둘은 함께 아름다운 춤을 추는 유랑 무용단을 만들었다. 두 사람의 춤이 너무나도 유명해지자 왕자가 그들을 다시 불렀다는데... 그들은 갔으려나???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가 이미 활자화 되었지만, 이 이야기가 좀 더 말랑말랑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자신이 옛이야기에 딴지 걸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듯이 이 이야기를 읽은 독자들이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또 다른 결말을 만들어 보고 또 다른 갈등을 만들어 보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고 이야기 한다. 이전 우리의 구비 문학이 그렇게 해서 여러 갈래의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하였듯이 말이다.   

두껍기는 하나 글씨가 제법 크고, 이야기가 재미있어 금방 읽을 수 있으니 저학년이라도 무리없을 듯하다. 아이들이 참 좋아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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