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이 책 읽고 절대로 리뷰를 쓰지 않으려 했다. 정치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고, 내가 살았던 현대사에 대해서도 남들처럼 분개하는 마음도 별로 없는 내가 섣불리 리뷰를 써서 오히려 안 쓰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가 그만 울고 말았다. 다 아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런데도 눈물이 나는 것이다.  

이 일이 있던 당시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대학에 가 볼거라고 열공하던 시절이었다. 세상은 시끄러웠고, 대학생 딸을 둔 공무원 울 아버지는 영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데모를 하면 절대로 안 된다!"고 귀에 못딱지가 앉도록 이야기 하셨다. 당시 데모하는 학생들을 많이 키운다는 행정학과를 다니던 울 언니는 찌라시(?)들을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했으나 울 언니 역시 방관자였다.  학생들의 데모를 비판하기만 하던 시민들까지 가담한 엄청난 투쟁과 거리의 무용담들은 내 기억에도 어렴풋이 남아 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한열 열사의 죽음과 맞물려 있는 6월 민주화 항쟁. 당시의 뜨거운 함성이 귓가에 쟁쟁거리는 것만 같다. 방관자였던 우리들에게도 그 기억은 뜨겁기만 하다. 

감옥에 간 아들을 대신하여 독재타도를 외치는 영호의 어머니, 동생의 공부 뒷바라지를 위해 공부를 잘 했으나 대학에 가지 못하고 산업 현장에 뛰어 들었던 영호 누나의 노조활동,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서 가족을 책임 져야 하는 짐을 안고 있는 영호의 형은 많은 이들의 사연을 담고 있다.

시간은 흘러 그들의 이야기들을 기억하는 이들도 점점 줄어들었으리라. 당시 같이 운동권으로 활약 했던 이들이 정치에서 기득권을 누리기 위해 변절자라는 욕을 들어 먹기도 하는 것은 더욱 세월이 흘렀음을 실감하게 한다.  

그런데, 마지막 장을 읽고 나서 언뜻 든 생각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많은 이들의 눈물과 피를 뒤로 하고 얻어 낸 직접선거권으로 뽑은 대통령이 왜 국민의 뜻과 달랐을까 하는 것이 의문으로 남는 거다.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생각 해 보았을 이 문제를 이제서야 생각하는 나도 참 한심하다.) 그 답은 욕심 때문이란다. 여권의 후보단일화만 되었어도 독재기간을 줄일 수 있었는데 말이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독재타도, 양키고홈~ 아침 등굣길에 늘상 듣던 이 말을 나는 대학을 바꾸어 교대를 다니면서부터 듣지 않게 되었다. 그 무렵 이 구호는 일반 대학에서도 사라진 듯하다. 세상은 달라진 것 같은데...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은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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