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의 여왕 사계절 아동문고 78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사계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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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보면 여자 아이 하나가 아주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무척 경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리라 상상했다. 표제작인 <미소의 여왕>을 읽고 나는 청소년 시절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읽었을 때의 그런 가슴 먹먹함이 느껴졌다. 뒤이어질 눈물바람은 책 속에 있지 않으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세상 불행은 모두 너의 것?  

웃음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웃음을 안겨 주고 싶은 멋쟁이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미소의 여왕'과 '미소의 왕'을 뽑자고 이야기 하신다. 우리 반의 '집중사랑 주인공'과 비슷한 놀이다. 미소의 왕이나 여왕으로 뽑히면 아이들은 그 날 하루 제대로 된 대접을 해 준다. 공주님이 되는 거다. 이어지는 친구들의 칭찬세례는 가슴을 벅차게 해 줄 것이다. 주인공 진선이는 불행한 가정 사정(부모님은 교통사고로 하늘 나라 가셨고, 할머니의 공공근로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을 가진 아이다. 표정이 밝을리 없다. 아무 죄없이도 친구들에게 따돌림 받는 진선이는 우울한 친구를 눈여겨 보았다가 투표를 통해 그 날의 주인공을 뽑아서 그 아이가 웃을 수 있는 하루를 선물하자고 제안하시는 선생님 말씀에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자신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왕따인 진선이는 마지막 주인공도 되지 못할 뻔 한다. 아이들은 진선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다행히 선생님이 마지막 주인공으로 정해 주셔서 그 날 하루 얼굴 가득 웃음을 선물 받았다. 주인공에 걸맞는 예쁜 옷을 입고 싶었던 진선이. 그 옷을 너무나도 사 주고 싶었던 할머니. 아이들의 칭찬이 진행 되는 도중에 전해진 할머니의 사고 소식. 조용히 선생님이 이야기 좀 하자 해도 사정을 모르는 진선이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이 행복한 순간을 놓칠 수가 없다. 도저히. 선생님 조금만요, 조금만 더 들으면 친구들 칭찬이 끝나잖아요.  

그에 비하면 <64대 36>은 경쾌하게 읽히는 편이다. 할아버지와 초딩으로 구성 된 길거리 농구단 이야기인데 할아버지 나이는 64, 아이들 세 명의 나이는 합해서 36. 재미나게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물론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 주는 그 나름의 갈등은 충분하다.) <미소의 여왕>으로 상처 난 마음을 조금은 위로 받았다. 세대 차이를 넘어선 아이들과 할아버지의 우정이 아름답다. 자고로 우정은 싸우면서 쌓이는 거라니까.  

<어둠 속의 푸른 눈>에서는 아파트에서 일반 주택으로 이사를 간 가족의 행복을 방해하는 주택의 주변을 둘러 싼 고양이 울음 소리와의 한 판 전투를 다룬 이야기다. 병민이는 고양이를 처치하기 위해 특별한 무기를 구한다. 어둠 속에서 조준해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비비탄은 고양이 가족의 슬픈 모습(도둑 고양이의 한쪽 눈에 박힌  하얀색 비비탄!)을 보고서야 마침표를 찍는다.  

휴대 전화 속의 <그 사람>. 나의 엄마이지만, 엄마의 이름 대신에 '그 사람' 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은 나에게는 지지리 궁상맞지만 사랑으로 키워주신 엄마가 있기 때문이다. 고생하기 싫다고 나와 아빠를 버리고 간 엄마는 부자 엄마가 되었다고 해서 그 세월을 다 보상 해 줄 수 있을까? 그래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데... 더 이상 엄마가 버리고 갔을 때의 어린 아이이기만 하지 않은 혜린이의 두 엄마 사이에서의 고민은 계속 되겠지만, 그래도 혜린이는 어른들 보다도 나은 멋진 아이다.  

이 책은 <미소의 여왕>이라는 동화 한 편으로도 내 가슴 속에 오래 남아 있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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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8-12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군요~~ 미소의 여왕과 그사람이 유독 마음 아리죠.

희망찬샘 2010-08-13 06:36   좋아요 0 | URL
강추 도서 등록이에요.

순오기 2010-08-13 22:43   좋아요 0 | URL
지난 6월에 작가 초청강연회 애프터 가지면서
미소의 여왕 결말을 너무 아프게 그렸다고 항의(^^)했더니...
그게 현실이기도 하지만 그래야 사람들이 기억한다고 하더군요.ㅜㅜ

희망찬샘 2010-08-14 07:3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프니 더 기억에 오래 남겠어요. 빼어난 마무리라고 감탄하면서 읽었다니까요. 슬프긴 하지만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