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벌레와 도서관벌레 / 육아는 과학이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도서관벌레와 도서관벌레 맛있는 책읽기 9
김미애 지음, 마정원 그림 / 파란정원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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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목이 눈길을 끈다.  

'~와'로 연결 되어 있는 두 낱말의 의미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표지를 보면 두 아이가 중심 인물인 것 같은데, 한 명은 도서관의 책을 너무 좋아하는 책벌레, 한 명은 책이라고는 죽어라고 싫어해서 책을 벌레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상상해 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화가 났다.  동우가 너무 불쌍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우 엄마가 미웠다.  

사실 잔소리라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 보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유익한 소리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입에 쓴 약 보다도 더 힘든 고통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이 아이 입장이다 보니 아이의 눈에 비친 모습을 그려서 엄마의 다정다감한 모습들이 다 생략되어 있고, 주제를 강하게 드러나게 하기 위해 엄마에게 악역을 맡긴 것이긴 하겠지만, 동우의 엄마는 해도 너무 했다 싶다. 이런 엄마 밑에 있는 아이라면 조만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 잠깐, 이런 엄마란? 동우 엄마의 관심은 오로지 동우의 성적이다. 아이의 성적 향상을 위해 엄마는 올인한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교육에 관한 새 정보를 수수집하고 시험 기간이 되면 8권 정도의 문제집도 모잘라서 기출 문제들을 뽑아서 아이에게 풀어보라고 들이민다. 누구나 우리 아이가 일 등 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부모라면 다 있을 게다. 하지만, 아이가 눈치채지 않게 보조해 주는 내공을 부모들은 쌓아야하지 않을까? 

사실, 동우처럼 엄마의 이런 강경책에 대응하지 않고 묵묵히 따라주는 아이도 잘 없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아무 말도 안 하고 "네, 네."하면서 속앓이만 하는 동우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말 부분에서는 엄마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나 동우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체증이 조금 내려가는 기분은 든다.  

동우는 아들의 1등이 지상과제인 엄마의 아들이다. 그런데 언제나 영수에게 1등을 빼앗긴다.  

동우에게 내려진 미션 임파서블-학원도 안 다닌다면서 1등을 하는 영수에게는 뭔가 특별한 비밀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파헤쳐라.  

그 비밀은 도서관에 있었다는 말씀! 눈 앞의 것만 달달 외우는 동우, 독서 골든벨도 기출문제, 핵심내용, 다른 사람들의 독후감 읽기로 대신하는 동우에 비해 직접 책을 읽고, 또 다른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는 도서관 뺀질이 영수는 언제나 앞설 수 밖에 없다.  

도서관 벌레 영수를 따라 동우도 도서관 벌레가 되어 가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도 할 수 있고, 가짜 글이 아닌 진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남의 생각을 빌려쓰는 것이 아니라) 힘을 키우게 되었다는 점에 박수를 짝짝 보낸다.  

이 책이 고마운 점 하나 더는 아이들에게 도서관 책에는 다 자기 주소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 점이다. "문학작품을 찾으려면 800번을 찾으세요."라고 말이다.  

부록으로 딸려 있는 '도서관에 함께 가요'의 도서관에서 예절을 지켜요/책들에게도 주소가 있어요/우리나라 어린이 도서관이에요도 읽을만한 정보다.  

작가는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책을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독서 또한 공부 1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 해 버린 지금, 그것을 목적으로 한 엄마들이 들이미는 책을 재미있게 읽을 아이들은 점점 적어지는 지금, 모두들 욕심을 버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순수한 책읽기의 즐거움을 선물하면 좋겠다. 주객이 전도 되지 말았으면. 책을 열심히 읽다보니 저절로 공부가 잘 되더라는 도서관 벌레 영수를 기억 해 주시길. 

*새책을 보더니 급호감을 보이며 읽는 희망이. 정말 재밌단다. 보통 표지 그림에 대한 이야기, 제목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안 하는 편인데, "엥, 뭐야? 어떤 게 노란 벌레고 어떤 게 파란 벌레라는 말이야?" 하더니 "나는 벌레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벌레가 사람이었네."하며 책을 덮는다. 재밌다고 한다. 너도 도서관 벌레가 되라고 하니, 우리는 도서관에는 잘 안 가니, 책벌레가 되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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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2-06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벌레는 아니어도 책벌레가 되겠다는 희망이 멋져요.^^
책은 재미로 봐야 하는데 그것조차도 학습의 수단으로만 삼으려는 우리 모두 반성해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