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녀 백과사전 낮은산 너른들 2
김옥 지음, 나오미양 그림 / 낮은산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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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간 개돌이>>로 처음 작가를 만났다. (근데, 이 책은 끝까지 읽지 못 했다. 조만간 다시 만나야겠다.) 

축구를 너무 좋아하는 반 아이가 재미있게 보았다길래 <<축구 생각>>으로 작가를 다시 만났다. 그러다 <<우리 엄마 데려다 줘>>, <<불을 가진 아이>>를 읽게 되었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는 작가의 이력 때문에 작가의 책에 관심이 더욱 많이 간다.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 하나를 샀다가 이제서야 읽었다. 대상 연령이 초등학생이 아닌 중1, 2 정도의 소녀들 이야기이며 장편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들의 이야기이며 여러 편의 단편동화로 구성된 동화집이다.  

지금껏 읽었던 여러 책들에서 작가는 한 번도 내게 실망을 안겨 주지 않았다. 이 책 또한 그런 면에서는 무난히 합격점을 통과했다. (아니, 넘친다.)

아이들과 제대로 호흡하고 사는 이야기들, 사춘기로 들어 선 초등 고학년 여학생들의 이야기들을 정말 재미나게 만나 볼 수 있다. 간혹 동화를 읽고 마음이 갑갑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가볍다.(그래서 좋다. <<불을 가진 아이>>는 참 무거웠는데!) 

요즘 아이들의 최대 관심사! 휴대폰과 이성교제! 에 대한 이야기들이 잘 버무려져서 맛있는 비빔밥 한 그릇 뚝딱 먹은 느낌이다.  

<벨이 울리면>을 읽다 보니 두 가지의 이야기가 떠 오른다. 첫 째는 휴대폰을 너무너무 갖고 싶었던 우리 반 아이의 얼굴. 엄마가 아침 일찍 전화를 해서 아이가 전화기 때문에 울면서 학교 갔다며 마음을 좀 달래 달라신다. 친구들이 다 가지고 있는 전화기가 자기만 없다고 사달라고 졸라서 절대로 안 된다 하셨단다. (아이는 웬만해서는 무언가를 사달라고 조르는 법이 없는 아주 예쁜 딸이다.) 엄마는 초등학생의 전화기 사용은 불필요하다 여기시고 계시고 그래서 아이가 아무리 졸라도 사 줄 마음이 없으며 그것은 중학교 때도 변함없을 거라고 했다. 꼭 필요하지 않은 그 물건에 대해서 아이가 마음을 돌릴 수 있게 이야기를 잘 좀 해 달라셨다. 우연한 기회를 잡아 전화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이의 눈치를 살피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달 후 아이는 최신폰을 사서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졌다. 결국 엄마가 진 거다. 전화기는 이렇게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또 다른 문화로 자리 잡았나 보다. 초등 1학년 우리 딸도 전화기를 장난감으로 여기고 있으니!  

어느 날 하늬의 예쁜 전화기가 분실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이들은 모두 전화를 걸어 보라고 하는데, 담임은 전화를 걸어 본 후 신호음을 확인하고는 미술시간 작업 하던 찰흙놀이를 계속 하라신다. 편지봉투를 하나씩 나누어 주면서 찰흙덩이를 잘 뭉쳐서 그 안에 넣으라는 거다. 그리고 그 봉투를 다시 거두어 들인다. 도둑에게 시간을 벌게 해 주는 담임이 답답하기만 한데, 담임은 그렇게 모아 둔 편지 봉투를 확인하고 다시 전화를 건다. 그 봉투 속에서 벨이 울리고, 아이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아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 한다.  

어떤 선생님이 앉은 자리에서 오줌을 누고 있는 아이가 있어 주전자를 가져 오는 척하면서 그 자리에서 주전자의 물을 일부러 엎어 버렸다고 한다. (물론 아이들은 모두 눈을 감게 만들고) 그 주인공이 이 선생님을 잊을 수 있겠는가? 아마도 문제의 아이도 '담임'의 깔끔한 일처리로 더 이상 나쁜 마음을 먹지 않을 듯하다. 잔소리 없는 대단한 가르침이다.  

표제작인 <청소녀 백과 사전>의 내용도 맘에 쏙 든다. 제대로 남자 친구를 고를 줄 아는 청소녀 '나'가 대단히 멋져 보인다. 사람의 마음을 읽어낼 줄 아는 것, 그래서 정말 마음씨 곱고 착한 아이들이 이 땅에 넘쳐나서 기를 펴면서 살 수 있었음 좋겠다.  

<철이 데리고 수학여행 가기>는 혼자 키득거리면서 읽었다. 멋지고 믿음직스러운 내 남자 친구 철이가 하나도 믿음직스럽지 않고 멋져 보이지 않는 사연이 정말 재미나게 읽힌다.  

<비밀 정원>를 통해 이 동화집은 아름답게 긴 여운을 남긴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망원경으로만 볼 수 있는 그 멋진 비밀 정원을 많은 친구들이 만나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행복한 글읽기였다. 초등 고학년 가진 엄마들(담임)이라면 한 번 선택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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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소녀 2010-01-28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청소녀 백과사전을 읽어보았는데 사춘기 소녀나 딸을 가진 엄마들이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사춘기가 다가오면 잘 보낼 수 있을까요?

희망찬샘 2010-01-29 09:20   좋아요 0 | URL
아직 '춘기'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말? 어여 들어 오세요. 그곳으로. 그리고 자알 넘기기 바라요. (바래요~ 하고 쓰고 싶지만, 맞춤법에 어긋난다 하니... 쓰면서도 무언가 석연찮은 이 기분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