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거인 - 문화마당 4-16 (구) 문지 스펙트럼 16
최윤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제대로 하나 건졌다는 느낌! 

10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전혀 뒤떨어짐이 없다.  

소개 해 주는 책도 무척 관심이 가서 다 사고 싶은 마음이다.  (따로 리스트를 작성해 둔다. 그런데, 10년 전 상황이다 보니 절판이 몇 권 되었고, 최근의 좋은 책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아쉽다. http://blog.aladin.co.kr/san3337010/3354727 )

<<돼지책>>에 대한 소개를 Piggy Book이라는 원서로 하고 있는데, 이 책이 쓰여졌던 당시에는 번역되기 이전이었나 보다. 불후의 명작 <<돼지책>>! -내게 있어 그렇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고달픈 엄마들은 너무나도 감정이입이 잘 되어 "맞다, 맞다."를 외치면서 읽는데 나머지 가족들은 그런가 보다 하고 읽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을 한 번 더 느낀다. (육아와 가사의 고통에 힘든 대한민국의 주부로서 한 마디 곁들이자면 그렇다는 거다.)

작가는 책머리에 교육대학의 커리큘럼에 어린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과목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한다. 교사들이 어린이 책을 읽는다면 학교는 훨씬 다닐 만한 곳이 될 것이라는 그녀의 생각에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잘은 모르겠지만, 실제로 몇 개의 교육 대학에서는, 정식 과목으로 채택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러한 어린이책에 대한 언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로는 <<숲에서 어린이에게 길을 묻다>>의 저자인 김상욱 교수와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의 저자인 최은희 선생님이 출강하시는(지금도 출강하시나? 아침독서 연수에서 강의 하실 때 대학생들에게 그림책 소개 해 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대학에서는 아마 수업의 일부분에서나마 그런 언급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하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마음에 와 닿지만, 그 중에서도 긴 페이지를 할애 한 <<아기 돼지 삼형제>>이야기와 <<피노키오>>이야기는 어렴풋한 생각의 가닥들을 하나하나 가지런히 정리 해 주는 느낌이다.  

출판사의 편의에 의해 마음대로 줄여지고 다시 쓰여지는 이야기들은 어린이 책에 대한 일종의 횡포가 아닐까 하는 것을 여러 판본들을 가지고 하나하나 짚어 이야기 해 준다.  

나 또한 아이들에게 애니메이션 명작이나 모 출판사의 명작전집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서 읽히면서 이걸 과연 읽혀야 되냐 마냐를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도 이런 다이제스트판이라도 아이들이 읽어주어야 이 다음에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지고 말았다.  

작가의 말을 빌려보자. 

기나긴 학생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이 세계명작을 '알고' 있으면 적어도 국어 공부 한 가지는 쉬워질까? 그래서 공부가 거의 전부인 아이들의 인생이 좀 수월해질까? 그래서 부모들은 무거운 책가방을 짊어지고 학교를 왔다갔다 하는 아이들이 짐을 좀 덜어주게 될까? 그런 점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당장,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이야기'다. 어떤 형식으로 씌어졌든, 아이들이 문학 작품에서 얻어내는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다. 애니메이션 그림책들을 통해서 이미 이야기를 '알아버린' 대개의 아이들은 원작을 읽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책들이 아이들에게 작품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주고, 대신 작품을 읽고 싶다는 '욕망'을 빼앗아 버리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싶게 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독서교육의 출발이다.

나 또한 <<피노키오 상담실 이야기>>이야기를 읽는데, 호롱불 심지라는 아이가 있다는 말을 듣고 제대로 된 책을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하나 사서 읽은 적이 있는데, 창작과 비평사에서 나왔다는 <<삐노끼오의 모험>>1, 2권에 비하면 그것 또한 완역본이 아닌가 보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잔소리 가득한 그 책을 읽었을 때 얼마나 많은 부분들이 유아들이 읽는 명작에서 생략되었는지 생각하면서 조금 더 자라서 아이들이 이런 원문에 충실한 책들을 찾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명작 도서들을 모으고 있다. 그 중에는 700쪽에 가까운 <<15소년 표류기>>도 있다.   

어린이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저자가 남기는 한 마디도 기억해 두고 싶다.

원고를 보내 온 모든 이들에게 묻고 싶다. 왜 동화를 쓰느냐고. 그리고 부탁하고 싶다. 제발 작가가 되고 싶은 욕심에서 쓰지는 말아 달라고. 아이들에게 괜찮은 '선물'이 될 만한 이야기를 써달라고. 

 유익한 글읽기로 오랜만에 마음에 단비를 얻은 느낌이다.  

덧붙여)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 중에서 위기철의 <<생명이 들려준 이야기>> 중의 <일곱번째 기적>을 꼭 읽고 보고 싶다. 작품해설만으로도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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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20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괜찮은 '선물'이 될 만한 이야기를 써달라는 말씀, 아주 감동적이네요.

희망찬샘 2010-01-22 06:34   좋아요 0 | URL
가볍게 읽으면서 귀한 선물을 저 또한 작가에게서 받았습니다.

파란 2010-09-06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 건졌다는 생각 저도 많이 하면서 읽었어요. 그녀가 번역한 책들도 아주 괜찮습니다. 혹..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왔다. 편해문샘 책을 읽어보셨는지..최근에 읽었는데 책에 대해 빠져있을땐 만난 책이라 중심을 잡을 수 있었어요. 희망찬샘- 멋지신 샘이셔요

희망찬샘 2010-09-07 06:21   좋아요 0 | URL
네. 읽어 보았습니다. 그 책의 리뷰를 출판사에서 홈피로 가져가겠다고 메시지 남기셨더라구요. 무척 매력적인 책이라 생각하고 읽었습니다. 그리고 명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왔다는 것을. 우리가 아이였을 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소설처럼>>도 읽었습니다. 워낙 많은 분들의 글에 언급된 책이라.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다니엘 페낙의 책도 찾아서 몇 권 읽었습니다. 읽으려고 준비해 둔 책도 있고요. ^^ 칭찬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