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고 소리, 처음 독서 습관>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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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고 소리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16
문숙현 지음, 백대승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2월
평점 :
시대적 배경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야기는 신비로워진다. 때로는 판타지 동화의 매력까지 함께 가지기도 하는데!
알라딘 서평 도서로 책이 두 권이나 함께 온데다가 더구나 글이 많은 책이 함께 와서 이 책이 처음에는 썩 반갑지 않았다. 언제 읽나 싶은 생각에 눈이 먼저 게을러 졌다.(사실 그렇게 긴 책은 아니고, 또 진도도 잘 나간다.) 그런데, 먼저 펼쳐 든 남편이 느낌이 좋다고 이야기 하길래 얼른 뺏어들어 읽어 보았다. 흡인력 있는 동화다.
책 제목을 한참 보던 희망이가 "엄마, 나는 검고 소리라 해서 검은 소리, 뭐 그런 건 줄 알았거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전에 읽은 책에서 거문고라는 우리 악기가 있다는 걸 읽은 기억이 나는 거야. 그래서 검고 소리는 거문고 소리라는 말인 것 같아." 라고 이야기 한다. 1학년의 해석이다.
검고 - 국어사전에는 거문고의 옛말이라고 나와 있으며 삼국사기에는 거문고가 중국 진나라의 칠현금을 고구려의 왕산악이 개조하여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오늘날은 거문고는 고구려의 현악기를 뜻하는 말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 정설이라는 해설(선안나)을 보고 용어를 정리 해 본다.
작가는 고구려니, 왕산악이니 하는 역사속의 장소와 인물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오랜 시간 국악방송 작가로 일한 이력이 있다는 작가는 가우리 나라와 허허벌판 나라, 그리고 궁중 악사장 해을과 가우리 나라를 위기로 부터 구하는 다루가 이야기를 이끌게 만든다.
황량한 지리적 여건으로 인하여 다른 나라를 침범하고 그 나라에서 얻은 조공들로 살아가야 하는 허허벌판 나라는 칠현금이라는 악기를 만들어 가우리 나라에 선물한다. 허허벌판 나라 백성들의 심성이 담긴 그네들의 악기는 가우리 나라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악기로는 적당하지 못했다. 칠현금의 마지막 줄에 허허벌판의 힘이 들어 있으며 전쟁터에서 몰아치던 피바람이 배어있어 가우리 나라 사람들의 마음에 미움과 원망을 심어 줄 것이라고 했다. 그 악기를 제대로 연주 하지 못 하면 맑은 샘물이 넘쳐나는 가우리 나라를 침공할 빌미로 삼자는 계획이다. 악기를 연주하던 궁중 악사장 해을은 마지막 줄을 연주하면서 깊은 상처를 남기고 악기 연주에 실패하고 만다. 그는 아무래도 가우리 나라의 악기를 새롭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가우리 사람들의 맑고 깨끗한 마음을 담은 그런 악기로 말이다.
악기를 만들기 위해 왕의 허락을 받고 더진골로 간 해을은 나무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다루라는 아이를 만나게 된다. 나무와 개울을 친구 삼아 사는 아이는 자신의 나무를 베어 악기를 만들려는 해을을 막아 보려다 그의 제자가 되어 피리도 배우고 악기도 배우게 되는데. 그리고 결국 어려움에 처한 가우리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기까지 한다.
해을은 울림통이 될 나무에 정성을 들이고 7개의 줄을 6개로 바꾸고 줄에 소나무를 괴지만, 소리는 무언가 아쉽기만 하다. 그 때 다루가 나뭇가지를 하나 들고 줄을 뜯기 시작하는데, 그 소리는 이전의 소리와 다르다. 왕은 이렇게 완성 된 가우리 나라의 악기에 '검고'라는 이름을 내린다. 하늘신의 악기라는 뜻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 악기로 하늘신에게 제사를 지내지만, 하늘신은 응답하지 않는다. 급한 마음에 때가 아닌 때를 골랐기도 했지만, 악기는 온전한 가우리 나라의 악기로 아직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사를 실패했다는 이유로 해을은 감옥에 가고 마지막을 다루에게 부탁하는데. 다루는 조공을 바치러 가는 사신들 틈에 끼여서 칠현금이 가진 비밀을 알아내려고 먼 길을 나선다. 그곳에서 타마 공주의 도움이 없었다면 다루는 맡은 바 목적을 이룰 수 없었으리라. 모두가 평등한 가우리 나라와 달리 허허벌판 나라에는 신분의 차이가 있었다. 칠현금은 줄이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좁았는데, 평등한 나라 가우리의 소리를 담기 위해서는 줄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리라는 결론을 얻고 다루는 가우리 나라로 돌아온다.
뒤쫓아 온 허허벌판의 왕과 병사들도 다루의 연주앞에 무기를 모두 떨어뜨리고 마는데... 음악이 딱딱한 마음에 내려 앉아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두 나라의 평화를 가지고 오는 순간이다.
쓰다보니 뜻하지 않게 이야기의 줄거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말았다.
사실 이야기의 초반부터 과연 어떤 갈등구조로 어떤 이야기를 펼쳐서 검고(거문고)의 탄생을 이야기 할까 무척 궁금했다. 작가의 개인적인 상상력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니 참으로 감탄스럽다. 구구한 설명은 필요없을 것 같다. 또 다른 독자가 읽어보고 느껴보면 좋겠다. 이 책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이야기의 재미도 재미였지만, 이 책의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독특한 그림은 책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 상당한 멋스러움이 있다. 그림책도 아닌 이 책의 그림에 마음을 한참 빼앗겼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페이지 하나를 흔적으로 남겨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