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삐 언니 책읽는 가족 17
강정님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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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다 읽고 난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압록강을 흐른다>>와 너무나도 흡사한 느낌이라는 것.  

시대적 배경이 비슷해서 그런지, 아니면 비슷한 연령의 아이 이야기여서 그런지... 하여튼 쌍둥이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그 느낌이 비슷하다. 물론 내용이 비슷한 것은 절대 아니다.  <<압록강을 흐른다>>를 읽으면서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는데 이 책 또한 나에게 그런 잔잔한 따뜻함을 선물해 주었다.  

저자의 출생연도를 보니 우리 부모님보다 한 살이 많으시다. 그러니 저자가 겪은 이 어린시절은 우리 부모님의 어린시절과도 같겠다.  

길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혼자서 길을 따라 가는 복이는 그 길로 보고싶은 이삐언니를 찾아가는 과정은 그대로 설렘이 되어 독자에게 전달된다.  

고모할머니 조카인 광암아저씨 내외가 겪었던 안개골짜기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그대로 한 편의 귀신이야기가 되겠다. 나도 읽으면서 으시시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봄이 오는 날에 할아버지를 따라 나선 이웃할아버지의 생일잔칫길에 '월'(개)이도 함께 따라 나선다. 그 집에서 월이가 그만 새끼를 낳고 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월이는 흔적없이 사라졌다. 집에 가니 새끼와 월이는 그곳을 떠난 적이 없다는 듯이 자기집에 그대로 있어서 복이를 '귀신에 홀렸나?'생각하게 만든다. 내 생각에는 월이가 강을 5번 건너가며 새끼들을 나른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밤에 잠을 안 주무시고 새끼들을 함께 집으로 옮겨 주신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갓 낳은 새끼에게 사람냄새가 베이는 것을 개는 싫어할테니 그것도 아니고... 내게도 미스테리다. 그 월이가 어미를 잃은 새끼돼지를 먹여 살린 이야기도 특별하다. 저 또한 새끼를 낳자마자 잃고 마는데 마침 이웃에 어미를 잃은 돼지들이 젖을 먹지 못해 죽어가는 것을 가족들이 월이의 젖을 빨려 살려내는데, 그것은 "개가 돼지 새끼를 낳았다."라는 말로 둔갑해 온 동네의 사람들이 복이네 집에 구경오게 만들어 버린다. 요즘 같았으면 카메라 몇 대 정도는 방송국에서 나왔을 사연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프로에 월이가 출연하는 건데 말이다. 그것 때문에 월이가 힘든 고역을 치룬다는 것을 <월이의 귀가>편에서 만날 수 있다.   

<날아라, 태극기>에서는 일제말에 억압받는 우리 민족의 이야기에 저절로 울끈불끈 화도 났다가 함께 만세를 부르고 싶기도 하다가... 작은 아버지의 태극기 때문에 함께 고통 받는 복이네 가족의 이야기는 그대로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가 된다. 해방의 기쁨을 책을 읽으면서 함께 느낄 수 있으니 참 좋기도 하다.  

<광암아저씨의 섬>에서는 열심히 생활하시던 광암아저씨네가 편안히 쉴 곳을 찾게 된 듯하여 또 마음이 놓인다. 이제는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속지 않아도 되고, 귀신(어시)들에게 시달리지도 않을 것이며 공기좋은 그곳에서 광암아저씨는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으리라.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 나이가 이제 제법 지긋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은 과연 이런 책에서 나와 같은 그런 느낌들을 선물 받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독서력이 꽤 되는 아이들이 읽는다면 참 좋을 듯하지만, 잔잔하여 고학년이라도 책읽는 힘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힘든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너무 좋은 책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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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17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압록강이 흐른다 리뷰 써야 하는데...
이삐언니는 서재생활 하기 이전에 읽어서 리뷰는 안 썼지만, 여기에 실린 태극기가 따로 출판됐지요.

희망찬샘 2010-01-18 06:30   좋아요 0 | URL
너무 할 말이 많으셔서 못 쓰는 것 아닌가요?

요구르트소녀 2010-01-28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책들을 보지 못해 느낌이 팍팍 전해지지 않네요.. 다음부턴 이런 책들을 많이 읽어 보아야겠어요..

희망찬샘 2010-01-29 09:22   좋아요 0 | URL
압록강은 흐른다~는 6학년 교과서에도 나온단다. 꼭 전편을 읽어 보기 바란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구나. 시대를 겪지 못해서 어렵고, 그리고 또 그 내용도 어떻게 닿을지 의문이 드네. 나도 어른 되어서 읽었는데, 늦게 읽은 것 후회했다. 거기에 비하면 이삐언니는 좀 더 쉽게 다가올 듯. 개학하는 날 책 들고 갈게.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