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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나만 미워해 ㅣ 이야기 보물창고 12
이금이 지음, 이영림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쩍 소리나는 중고책을 사게 되어 기분 좋고.
그림이 예뻐 기분이 좋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미있어 더욱 기분이 좋네요. (손에 잡고 5분이면 읽어요.)
1학년 은채는 학교가 아닌 유치원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대요.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에게는 친절한데 유독 자기에게만은 그렇지 않아요. 잘못을 해도 친구가 먼저 했는데 은채만 야단치고(순간포착 때문에), 발표하려고 손 들어도 은채만 시켜 주지 않아요. 엄마도 친구 엄마처럼 학교에 매일 청소 하라 오라고 조르는 아이를 보고 선물을 주지 않아 그런가 보다 생각한 은채 엄마는 선물을 사 들고 학교로 가요.
(이 대목에서 잠깐, 울 동기 하나가 아이의 문제 행동에 대해 학부모 상담이 필요해서 이야기를 꺼내니 엄마가 봉투를 들고 나타났더란다. 그런 거 아니라고 돌려 보내니, 더 큰 액수를 넣어 아이편에 다시 보냈다는... 아이의 행동을 고치려는 엄마의 의지가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무척 실망했더라는 이야기를 들은지도 한참이다. 엄마들의 이런 오해가 어디서 빚어졌나 생각하면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내가 볼 때 내 주위의 선생님들은 다 은채 선생님 같구만, 왜 엄마들 주위에는 이상한(?) 선생님만 항상 있는 것인지...)
선생님이 한 말이 너무 멋져서 저도 흉내내고 싶습니다.
"은채는 맏이라서 그런지 참 똑똑하고 야무져요. 요즘엔 아기 같은 아이들이 많아서 손이 많이 간답니다. 혼자서 마흔 명이 넘는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은채처럼 제 할 일 다 알아서 하는 아이들한테 제대로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혹시 은채가 선생님이 저만 미워한다(선생님은 나만 미워해)고 하지 않던가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제 마음을 잘 모를 거예요. 주로 잘하는 아이들이 집에 가서 선생님이 자기를 예뻐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은채 어머니가 저 대신 얘기 좀 잘 해 주세요. 선생님은 의저하고 야무진 은채를 참 좋아한다고요. 그런데 다른 아이들이 샘 낼까 봐 이야기를 못 해 줬다고요."
멋진 말이긴 한데, 은채 입장을 헤아린다면 잘 하면 잘한다고 칭찬해 주는 노력도 필요하리라 봅니다. 아이는 잘 하건 못 하건 하나하나 소중하니까 말이지요.
준비물 사러 문방구 갔다가 오락기의 유혹을 이기지 못 하고 불우이웃 돕기 성금까지 기계에 갖다 바치고 나서 서로 "너 때문이야."를 외치면서 우는 승우와 상민이는 역시 1학년이구나! 싶은 생각에 귀엽기까지 하다. 그래도 이 문방구 아저씨는 공부 시작하려 한다고 교실로 쫓아 내 주기도 하니 양심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학년 할 때 아이가 교실에 들어 오지 않아 찾아 나서니 문방구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있는 거예요. 공부 시간에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러 문방구에 오면 당연히 나중에 오라고 쫓아 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나는 소심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화가 나서 문방구 아주머니에게 막 따졌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주머니는 아이가 학교 안 다니는 아이라 생각 했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네요.
이만원 분실 사고가 생겼어요. 선생님은 돈이 나오기 전까지 아이들을 집에 보낼 수 없다고 하십니다. 은채는 헤어져 사는 엄마를 만나는 날인데, 집에 갈 수 없어 눈물을 흘리는 수영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합니다. 손만 들면 문제가 해결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으로 은채가 손을 든 순간 기훈이가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고백하는 말 "우리 형이 주운 사람이 임자라고 했는데, 저는 땅에 떨어져 주웠고 그러니 제가 임자잖아요."합니다. 형도 지난 번에 세뱃돈 받은 기훈이의 돈을 그렇게 슬쩍 가져갔다네요. 나쁜 형 같으니라고!
전학 온 새 친구랑 친해지는 이야기도 또래 아이들의 마음을 잘 나타낸 참 좋은 이야기들입니다. 1학년 은채와 함께 1학년 아이들의 마음을 따라 여행해 보니 1학년 교사로 생활하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