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의 한자 공부 시읽는 가족 10
박방희 지음, 안예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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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들 서평단으로 활동하면서 정말 좋은 것 하나는 시집을 자주 만날 수 있다는 거다.  

정말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사실 시집을 내 돈 주고 사고 싶은 마음은 여지껏 들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정말 유명한 시집-몇 권은 사긴 샀다.)  

시를 지어 보자고 하면 정말 쉽다면서 쓱싹쓱싹 쓰는 아이들을 보면서-그 중에는 참 재미나고 잘 된 작품도 많다.- 여전히 시를 지도하기도 지어내기도 힘들어 하던 나는 올해 푸른책들 덕에 여러 권의 시집을 접했고, 그리고 시와 조금은 친해진 듯하며,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칠 때도 마음이 조금 더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든다.   

시인들의 정신 세계는 우리 보다는 좀 더 복잡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동시를 짓는 작가들의 정신 세계는 맑고 순수할 것 같다. 아무리 악하다 해도 아이들의 세계는 그래도 아직은 순수하다고 믿고 있으며, 그 세계를 잘 표현하려면 작가들 또한 아이들 마음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리라.    

   
 

참새 놀이터 

탱자 나무에 참새 떼/조잘조잘 지저귑니다./"저 놈의 탱자나무 베 버려야지./시끄러워 낮자을 못 자겠어."/깜짝 놀란 탱자나무/"시끄러운 건 참새예요./참새 소리를 베어야지요."/네가 참새 놀이터가 아니라면/시끄러울 일도 없지./소리를 벨 수 없으니/놀이터라도 베어야지."

 
   

 를 읽으면서는 매미들 때문에 베어진다던 아파트의 나무들 생각이 난다. 나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눈초리 

나를/노려보는/눈초리.//눈초리 속에/회초리가 들었어.

 
   

를 읽으면서는 내가 이러했을 때 많이 불안했을 아이의 얼굴이 겹쳐진다. 화가 나면 말소리에 그 감정이 묻어나고 눈꼬리에 그 살기가 함께 묻어나는데 이걸 잘 처리할 수 있을까? 화 안 내고 아이가 말을 듣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여전히 고민이다.  

그리고 참 마음에 드는 시 하나! <중심이 된 구석>은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구석에 떨어진 씨앗 하나가 꽃을 피우니 구석은 구석이 아니라 중심이 되어 환해지고 잠잠하던 그 곳에 새 세상 하나가 생겨났더란다.  

<도토리 줍기>에서는 사람들은 도토리를 때려 성난 도토리를 줍지만 다람쥐는 도토리를 간질여 웃는 도토리를 주워 간다는 대목도 맘에 와 닿았다.  

이렇게 동시집을 읽고 있으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경쾌해진다.  

이제 제법 책꽂이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동시집들.  

또래 아이들이 쓴 시부터, 이전 세대가 쓴 시, 그리고 이렇게 아이들의 동심을 사랑하는 시인들이 쓴 시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문학영역에 대한 이해를 하게 도와주리라 믿는다.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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