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 웅진책마을 30
김선희 지음, 신민재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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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면서 책읽기, 정말 조심해야 한다. 감동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보기도 마찬가지!)

이 책은 웅진 독후감 대회 부상으로 받은 책을 아이들과 나누는 과정에서 '나와 책과의 만남'이라는 주제를 던져 주고 글쓰기를 한 후 등수를 정해서 책을 3권씩 골라가기로 했는데, 그 중 1등 한 우리 반 범생양이 저엉말 재밌다며 친구들과 나누어 보겠다고 학교에 다시 가지고 온 책이다. 책을 무척 많이 읽고 수준도 높은 아이의 안목을 믿고 기대를 무척 많이 하며 읽었는데 그 마음 덕에 다 읽은 후 나도 모르게 "조금 그렇네~" 하는 말을 하고 말았다. 아마도 아이의 추천이 없었더라면 나는 이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을 것이다.  

초반부터 이 책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고... 엄친아들과 달리 그저 평범하기만 한 주인공 아이는 어느 날 자신이 초능력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세상이 달라 보인다.  

1.  잠 자기 전 형광등을 끄는 것이 귀찮아 엄마에게 부탁하여 보지만, 엄마도 대답만 하시고 도와 주지 않으시자, "꺼져라, 꺼져라~"주문을 외우는데 그만 팍~ 하고 꺼져 버린다. 다음 날 아침에 불이 여전히 꺼져 있으면 형광등이 절묘한 순간에 나가버린 거지만, 그렇지 않고 다시 켜진다면... 

2. 손가락에 난 티눈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일 주일 만에 사라져라, 사라져라~"하고 주문을 외우자 정말 일 주일 만에 또딱 사라지고 마는데... 

3. 점심 시간, 식탁 위에 놓아 둔 수저통이 생각 난다. 이런 낭패다. "숟가락이 가방에 들어 있어라~"하고 주문을 외우니 식탁에 있어야 할 숟가락통이 가방 뒷주머니에서 나온다.  

이쯤 되니 뭔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심상찮고 자신이 마법사가 된 느낌이다. 그 덕에 학교의 일짱이 아이 하나를 공격하려 하는 걸 보고(괴롭히는 아이를 혼내주려는 정의로운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힘 센 아이가 힘 약한 아이를 공격하는 것은) 불의라 생각 되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덤비기까지 한다. 나는 이길 수 있다는 주문을 외우면서 말이다. 결과는 대패다!   

집에 돌아 온 아이의 사연을 들은 엄마는 박장대소. 형광등은 엄마가 불 꺼주러 들어 왔다가 불이 꺼져 있어서 다시 켜 보니 불이 안 들어오길래 다시 갈아 두었고, 티눈은 약 바르기 싫어하는 딸을 위해 밤마다 약을 발라 주었기 때문이며, 수저통은 엄마가 또 놓고 가겠구나 싶어서 가방에 넣어 두었다는 것.(세 번째는 나도 예상!) 

또 다시 평범한 아이로 돌아 오고야 말았다. 그런 내게 왕자님처럼 멋진 오빠가 학교 앞에 나타나 마술학원에 등록하라고 한다. 엄마를 조르고 졸라 마술 학원에 갔더니 선생님은 멋진 오빠가 아니라 늙은 할아버지고 수강생도 달랑 자기 혼자. 하지만, 선생님이 지방 공연 간 사이 아들인 오빠가 나타나 다시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오빠 앞에서 전교생을 다 데리고 오겠다며 큰 소리 치고는 아이들 앞에서 마술을 몇 가지 해 보이며 학원 선전을 하는데, 원수같은 일짱 서일규가 학원에 등장한다.  

오빠와의 사랑을 이루고 싶어 말도 안 되는 주문이 들어 간 이상한 약(엄마의 진주 목걸이까지 갈고 침까지 뱉고...)을 두 병 준비해서 오빠가 먹기를 바라지만 그 약을 일규가 먹고 말아 속상하다. 게다가 오빠는 군인 아저씨며 예쁜 여자 친구도 있다는데... 사랑의 열병으로 몸져 누운 12살 꼬마(나는 이 대목에서 너무 억지스러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 책의 재미가 팍 줄어 들었다.)에게는 또 다른 사랑이 있었으니... 

이금이의 <<첫사랑>>이 초딩 사춘기 소년들의 마음을 담았다면 김선희의 <<여우비>>는 여학생들의 마음을 담았다고 보면 되겠다. 흔히,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하는 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교실에서 끊임없이 있지만, 난 요즘 한 아이의 일기장을 보며 어떤 조언을 해 주어야 할 지 걱정이 될 때가 있다. 6학년 오빠를 좋아하는데 그 감정 표현이 정말 단순한 어린애의 마음이 아닌 듯한데... 남 보다 신체적으로도 유난히 성숙한 아이가 정말 사랑에 폭 빠진 것 같다. 어쩌면 김선희 작가는 현장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 보다도 아이들을 더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억지스러운 것 아니냐고 이야기 하는 나를 그래서 통쾌하게 이길 수 있으리라. 왜냐면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분명히 "아, 재미있다!"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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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소녀 2009-12-15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비라는 책도 한번 읽어 봐야겠네요.. 저는 여우비라 해서 비에 관한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아니네요.
저같은 고학년들에게 딱이겠는 걸요?

희망찬샘 2009-12-17 06:27   좋아요 0 | URL
그래, 한 번 꼭 읽어봐라. 너도 좋아리라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