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타작 하는 날 사계절 저학년문고 15
윤기현 지음, 김병하 그림 / 사계절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다 자라고 난 지금 시점에서 부러운 것 하나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이들이다. 도시에서도 우리는 신나게 놀았지만, 시골에서의 놀이는 경험하지 못한 세계의 이야기이기 때문인지 무언가 신비롭고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그래서 가끔은 아이를 시골에서 키우면 풀이랑 나무랑 벌레들이랑 친구하면서 참 좋을 것 같다는 뜬구름 잡는 듯한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이 책은 시골을 전혀 모르는 나 같은 이들에게 시골의 풍경을 상상해 보게 한다.  

석이와 현이의 시골 이야기 6편은 흐뭇하게 미소짓게도 하고, 짠 하니 가슴 아프게도 하고, 그리고 참 신기하게 여겨지게도 한다.  

<큰 물방울, 작은 물방울>은 비 오는 날 물방울들이 뭉쳐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서로 큰 것이 자기 것이라 싸우다가 큰 것이 터져 버리는 물방울 싸움을 지칠 줄 모르고 하는 석이, 현이를 만날 수 있다. 이쯤이야 도시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보리 타작 하는 날>에서 만나는 이야기는 교과서에서나 만나야 할 이야기이다. 콤바인을 몰고 보리를 수확하는 과정, 탈곡과 타작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인디언 놀이>는 시골 아이들의 물놀이를 담고 있고, <우리 어머니>는 술 먹고 주정하는 아버지를 통해 고단한 엄마의 삶을 대비하고 있다. <추석 잔치>는 추석날 마을 잔치를 신나게 펼쳐 두고 있다.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글이 <곶감 이야기>이다. 다 완성되지도 않은 곶감을 신나게 빼어 먹던 현이가 똥을 누지 못해 고통스러워 하는 이야기인데, 우리 같으면 병원에 가서 관장을 하는 길을 택할 건데 시골 할머니는 꼬챙이를 들고 똥구멍을 쑤셔서 똥을 휘벼파는 길을 택한다. 피마자 기름까지 먹고 그래도 현이가 똥을 시원하게 누어서 다행이다. 현이는 내년에는 곶감을 몰래 빼 먹지 않을까? 

표지 가득 웃고 있는 개구쟁이 두 아이를 만나는 일은 유쾌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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