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아의 눈 - 마음을 여는 동화 1 책읽는 가족 61
이금이 지음,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이금이 선생님의 글재주에 다시 한 번 더 감탄을 했다.  

사실 표지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고, 글씨가 잘아서(아이들 책에 익숙해져 있어, 글씨 크기도 책읽기에 많은 영향을 준다.) 좀체 손이 가지 않았다. 아이들도 아마 그럴 것 같다.  

언니 집에서 여러 권 업어 온 책 중에 이금이 선생님의 책이 제법 있어서 요즘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국적인 제목이라 느꼈던 <<구아의 눈>>은 본 작품을 읽으면서 그 의문이 풀어졌다. 친구의 집에서 보았던 이구아나, 그 순수한 눈에 반한 나는 다른 동물을 키우느라 이구아나에 소홀한 친구에게서 이구아나를 얻어다 '구아'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그로써 '~ 잘 하는 사람'과 '~ 못 하는 사람'으로 세상 사람을 이분하는 습관이 있는 '~ 잘 하는 누나'의 '~못 하는 동생'인 나는 드디어 구아를 통해 누나와 소통하게 된다.  

<개나리꽃보다 더 눈부신>에서는 결혼식도 못 올려서 결혼 기념일도 없는 부모님, 구차하게 사시는 것 같아 싫었던 그 부모님이 자식에게 그 가난을 되물림 해 주기 싫어 고생하심을 알고 엄마를 이해해 가는 은영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햄, 뭐라나 하는 쥐>에서는 이 치료 때문에 홀로 아들 집에 올라온 시골 노인인 할아버지가 손녀가 키우는 '햄 뭐라나 하는 쥐'를 빌어 동동 뜬 기름같은 자신의 위치를 은근슬쩍 꼬집어 둔 것이 참 잘 이해가 되었다. 결국 '햄 뭐라나 하는 쥐'처럼 자신도 손녀의 멋진 할아버지임을 인정 받고 마음이 사르르 녹게 되어 다행이었다.  

<단칸방>에서는 사춘기 소녀가 아버지께서 친구의 빚보증을 잘 못하는 바람에 단칸방에서 생활하게 된 고통을 잘 묘사하고 있다. 단칸방이라는 물리적인 공간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우리 가족이라는 것을 아버지의 교통 사고를 통해 알게 된 것이 안타깝기는 하나 아버지의 빠른 쾌유와 더불어 그 작은 공간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바래본다.  

<민규의 그림>에서는 항상 바빠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남자 아이가 새나 키우고 인형이나 가지고 논다고 그걸 다 갖다 버리고 탱크, 총, 칼, 전투기, 로봇... 등을 사 주신 아버지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 한 탓에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잠자는 아빠에게 아빠가 사 주신 총을 겨누며 "내 곰돌이 내놔. 쭈쭈랑 찌찌 내놔......."라고 하면서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섬뜩하기도 하고, 애처럽기도 하다.  아빠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뿌리깊은 뻐드렁니>는 엄마의 뻐드렁니 때문에 뜻하지 않게 시달리는 내가 가진  '뻐드렁니 덕에 덕 볼 일이 생길 줄도 모른다'는 긍정 사고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귀신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만들었다. 무서워 하면서도 이불 뒤집어 쓰고 납량특집 전설의 고향을 열나게 보던 어린 시절. 그 시절 귀신이야기가 왜 그리 좋던지. 실컷 보고는 무서워서 벌벌 떨던 그 때가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였다.  

<우리집 망망이>는 초반부에 할머니가 이야기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다 읽고 보니 '다마고치'를 키우는 아들 덕에 망망이의 할머니가 된 엄마가 화자다. 요즘 아이들은 한 때 무섭게 유행했던 '다마고치'를 알고 있을까? 만약 이금이 선생님이 이야기를 조금 고쳐서 다시 책을 내신다면 '다마고치'보다는 '닌텐도'가 아이들이 이해하기 더 쉬운 아이템이 아닐까 싶다. 

<선물>은 초등학생의 위문편지를 받고 휴가를 나가서 그 아이를 찾아 나선 군인 아저씨 이야기다. 찾아보니 너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그 아이를 아는 척 해야 할지 모른 척 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순간. 하지만, 이 멋진 군인 아저씨가 마음이 따뜻한 아저씨여서 정말 다행이었다.  

<옥시기>는 믿지 못하고 사는 현 세태를 꼬집은 이야기이면서 시골에 계신 부모를 잊고 사는 자식들에게 따끔하게 충고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손녀딸 오면 튀겨 주려고 말려 둔 강냉이가 몇 말이나 된다는 말은 무척이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딸 그만이네 또섭이>는 이 책의 마지막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갑자기 이금이 선생님 얼굴이 겹쳐 보이는 것은 왜 일까? 아마도 <<처음 가진 열쇠>>를 읽으면서 황선미 선생님 얼굴을 떠올렸던 그 느낌이 이 이야기에서 살아났기 때문이리라.  

아주 짤막한 이야기에서부터 제법 긴 이야기까지... 참 얇은 책 속에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 이야기들이 길이를 떠나서 하나같이 잘 짜여진 구조로 어찌나 맛깔스럽게 쓰여졌는지... 이금이 선생님이라면 이 소재들을 가지고 기다란 이야기 한 편씩은 뚝딱뚝딱 잘도 지어내시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덮었다. 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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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6-15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책은 '햄, 뭐라나 하는 쥐'라는 제목으로 바꿔 나왔는데 이번에 또 개정판이 나왔네요.
이금이 작가 책을 30권 이상 본 저도 정말 글 잘 쓴다고 감탄할 때가 많아요.^^

희망찬샘 2009-06-17 06:18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구판절판~ 새로 신간이 나왔네요. 리뷰 갈아 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