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바트 비룡소 걸작선 16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지음, 박민수 옮김 / 비룡소 / 2000년 1월
평점 :
품절


난 이 책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이 이 책을 마련했다. 아니다. 정보는 딱 한 가지! 프로이슬러의 작품이라는 것.  

작년에 아이들이랑 비룡소 독후감 쓰기 대회에 응모해서 단체상으로 책 100권을 받았다. 아이들에게 모두 2권씩, 글을 잘 쓴 아이에게는 5권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몇 권은 학급문고로 꼴깍! 대부분 저학년용 그림책만 남았다. 그 때 호민이가 작가의 이름을 보면서 "이 작가가 무슨 책을 지었지요?"하고 물었다. 찾아보니 호첸플로츠의 작가다. 학급에 없던 3권을 샀던 호민이의 정성이 꽤심(?)하여 아이들에게 부탁해서 호민이가 이 책을 무척 갖고 싶어하니 양보해 줄 수 없겠냐 했더니 모두들 좋단다.  

그리고 작년말에 비룡소 독후감 100권 쓰기에 도전해서 책을 20권 선물 받았는데, 그 때 정신없이 비싼 책으로만 고르고 제세공과금 본인부담으로 거금 6만 얼마를 냈는데, 그 때 나도 이 책을 고른거다. (서론이 무척 길어.) 

내가 읽은 프로이슬러의 작품은 다소 코믹하여 눈물의 카타르시스가 아닌, 웃음의 카타르시스를 주었다. 한데 이 책은 시작부터 분위기가 묘하다. 이전에 읽었던 작품의 분위기라고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다. (호첸플로츠 시리즈와 실다의 똑똑한 사람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놀이 공원에 있는 귀신의 집 같은 것이 생각 났고, '캐리비안의 해적들'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표지에는 방앗간 그림과 12마리의 까마귀 그림이 보인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마차. 이 방앗간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야기는 모두 3부로 구성된다. 떠돌이 소년 크라바트가 방앗간에서 보낸 3년은 인간 세상의 9년에 맞먹는다. 어린 소년은 이제 어른이 된 것이다.  

이야기는 현실과 꿈의 묘한 대비를 이루면서 진행되는데 크라바트가 슈바르츠콜름의 방앗간으로 가는 것도 꿈이 인도한 것이며, 자신을 도와 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꿈이며, 사랑하는 칸토르카도 꿈 속에서 만난다.  

모든 이야기가 그러하듯 주인공에 반하는 반동인물이 있는 법, 이 이야기에서는 방앗간 주인이 악으로 대비되며 방앗간 직공들 중에서는 뤼슈코같은 밥 맛 없는 인간도 있다.  

이 곳 방앗간은 일종의 마법 학교다. 크라바트는 견습공 시절 일 년을 보내면서 톤다로부터 알게 모르게 도움의 손길을 받으며 자란다. 그런데 섣달 그믐날 밤에 자신의 정신적 지주였던 톤다가 그만 죽어 묻히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 해에는 새로운 직공장이었던 미할이 죽게 되고. 마지막 해에는 톤다가 그렇게 한 것처럼 크라바트가 로보슈라는 견습공(떠돌이 시절에 함께 왕 노릇을 했던 무어왕인 로보슈~)을 주인이 눈치채지 못하게 돌보게 된다. 유로! 언제나 어리숙한 행동으로 사람들의 놀림감이 되거나 관심영역 밖에 있던 유로가 크라바트를 도와 줄 사람으로 톤다가 지목한 사람임이 뒤에 드러나는데 이걸 일종의 반전이라 해야 하나? 하긴 살짝 복선이 깔려 있긴 했지만... 유로랑 크라바트는 주인의 막강한 힘을 이겨낼 마법을 연습하는데,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이들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다.  

방앗간 직공들은 매년 한 명씩 죽어 나가고, 그게 내가 아니라면 다른 동료가 된다. 그리고 매년 새 견습공을 받게 되는데. 그 한 명이 죽지 않으면 주인이 죽어야 한다는 사실 앞에 주인은 자신만큼 힘이 막강하다고 여겨지는 직공을 선택해 관을 준비한다. 그 관은 크라바트의 꿈 속에서 깨어 부수어도 부수어도 다시 짜 맞추어지는데, 그러니까 어쩜 죽음은 예정되어 있는 것일지도...  

마지막해의 관은 크라바트를 위해 준비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악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사랑하는 여인이 찾아 와 사랑의 이름으로 그 직공을 보내달라고 말하는 것. 하지만, 그 직공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면 둘 다 죽게 되고, 만약 찾게 되면 주인이 죽으면서 방앗간의 직공들은 자유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단, 그 직공들은 더 이상 마법을 부릴 수 없으며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고리를 끊지 않으며 해마다 한 사람씩 죽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주인은 모든 직공을 까마귀로 만들어 그의 명령을 따르는 마법을 써 아가씨가 사랑하는 이를 찾지 못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안 유로는 크라바트와 함께 주인의 명령을 거역하는 마법을 익히게 된다. 어수룩함 덕분에 아무나 볼 수 없는 마술 전서를 자유롭게 볼 수 있었던 유로는 크라바트와 열심히 마법을 익히는데. 칸토르카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반지를 끼면 마법의 힘이 무척 커져서 시험에 무사통과하리라 느꼈는데, 올해의 시험방법은 조금 달랐다. 하지만, 칸토르카는 아무 어려움없이 크라바트를 찾아낸다. 그 앞에서 두려움의 힘을 느꼈기 때문.(다른 모든 이야기의 전개에 비하자면 이 대목은 조금 싱겁기까지 하지만, 뭐~ 이 정도는 봐 줄 수 있다.) 

결국 지옥같았던 고된 시련을 겪고 진짜 어른이 된 크라바트는 사랑하는 여인과 방앗간을 떠날 수 있게 된다. 메르텐이 아무리 도망치려고 해도, 심지어 죽음으로써 달아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었던 그 방앗간을 당당히 걸어서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 무척이나 멋지다.  

종이재질이 두꺼워선지 책은 300페이지를 넘는 정도지만, 제법 두께가 있어 펼쳐들기에 부담스럽다. 하지만, 읽다보면 어느 새 책 속에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자신을 볼 수 있다. 중학생 정도의 아이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으면서 책 속에서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들도 나름대로 잘 끄집에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이 작가의 책을 찾아서 더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으니 말이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무척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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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2009-06-01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릴것이 없지요. 혼자 좋아라하며 보았던 책인데..서운한데여^^

희망찬샘 2009-06-03 05:46   좋아요 0 | URL
혼자 좋아라 하며 보았던 책~ 하하~ 그렇군요. 이 책은 정말 그럴 만한 책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