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철들었어요 시읽는 가족 8
김용삼 지음, 안예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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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다. 동시 읽기 비상이다.  

학교에서 학생예능대회가 있는데, 거기에서 대표선수를 뽑아 지역청 대회에 나가고 또 거기에서 잘 하면 부산시 대회에 나간다. 그 학생들을 교사가 잘 지도해서 데리고 나가는데, 나는 아직 한 번도 아이들을 그런 방식으로 지도 해 본 적이 없다. 작년에 은진양에게 생활문 대표 선수로 나가 보라고 권해 본 것, 책 잘 읽고 글 잘 쓰는 은진양에게 도움 되는 책으로 밀어준 것, 그리고 지도 선생님에게 은진이 글 정말 잘 쓴다고 귀뜀 해 준 것... 그것 밖에 한 것이 없건만 은진양이 본선 대회까지 진출했던지라... 바쁜 고학년에게는 절대로 부탁을 하지 않지만, 얼마나 사람이 없으면 나에게까지 부탁하겠냐고 사정사정 하시는 부장 선생님 말씀에 맘이 약해져 덜커덕 오케이를 했는데... 다시 전화 하셔서는 자신이 착각했다고 생활문을 지도 하겠다는 분은 있어서 동시 지도 할 사람을 구해야 하는데, 동시를 지도해 달라신다. 사실, 아무 거리낌 없이 동시를 줄줄이 잘 쓰는 아이들과 달리 내게는 시 쓰는 것이 무척이나 고역이다. 그래서 올해는 시집을 잘 읽고 아이들에게 맛들이기 교육이라도 시켜 볼까 하는 생각으로 학급문고에서 시집을 다 뽑아 와서 집 책꽂이에 꽂아 둔 형편이다. 수업 시간 지도도 힘들어서 쩔쩔 매는 내게 동시를 지도하라니... 절대 불가를 외치다가 그래도 내가 교산데... 아이 지도 하나 못 한다 해서 말이 되겠는가 하는 것과 지도할 수 있는 책을 하나 사 주시겠다는 말에 또 덜커덕 열심히 해 보겠노라 약속을 드리고 말았다.  

어쩜 참 좋은 기회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가르치면서 나도 배울 수 있으니 말이다.  

서두가 너무 길어졌는데, 이 책은 이런 나에게 무척이나 반가운 책이었다. '시' 하면 무척 관념적이고 어려운 것들이 많아 줄줄이 읽히는 소설과는 달리 머리를 복잡하게 할 때가 있다. 그것은 때로 아동시에서도 보이는 현상인데, 교과서에 나오는 시를 보며 아이들에게 너무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분명히 이 글을 쓴 사람은 어른인데, 글 속에 어찌나 동심이 잘 살아 있는지 그 깨끗한 영혼이 부러웠다. 시를 무척 좋아해서 시노트에 깨작깨작 글을 적던(지금은 아니지만!) 경력이 있던 남편도 책을 들춰 보더니 "이야, 이 글들 너무 좋다." 그런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는 무척 행복한 어린 시절을 살았던 사람, 그래서 행복한 이야기가 가득한 사람, 그리고 지금도 그런 행복의 가운데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그 행복이라는 것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 작가의 고운 성향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말이다. 글을 읽는 내내 그런 작가를 상상해 보면서 무척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앞에 나온 시를 읽으면서 이 책 괜찮겠구나. 생각했더랬다.    

     
 

세탁기 

 

엄마는  
기분이 울적할 때면  
퍽퍽 
빨래를 한다.  


오늘도 엄마는 
아빠와 말다툼을 하고 
쌩쌩  
세탁기를 돌렸다. 


아빠 옷과 엄마 옷은 
돌돌 
껴안은 채 
세탁기에서 나왔다

 
     

 세탁기를 빠져 나오면서도 여전히 끌어 안고 있는 엄마아빠의 옷처럼 그렇게 화해하실 부모님의 얼굴을 그려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동시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평화를 느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시기를... 

동시 지도의 목표 하나! 우선 1학기에는 많은 동시집을 읽혀 본다! 로 정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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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09-04-09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찬샘님이 부산분이시구나...(^^)
이 동시집 읽으면서 저도 많이 즐거웠답니다. 동시는 어릴 때 읽거나 쓸때는 편했는데, 어른의 눈으로 읽고 쓴다는 게 참 힘들더라구요. 물론 지금이야 쓰는건 고사하고 읽기에도 벅차지만요^^ 좋은 동시지도 선생님이 되실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