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봉투 들고 학교 가는 날
박성철 지음, 전복순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아이들과 수업 중에 공생, 기생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되었습니다. 수업의 직접적인 주제는 아니었지만, 다른 이야기 중에 그 이야기가 나왔지요. 이야기는 제대로 삼천포로 빠져 주어 어린 시절 똥 봉투 들고 학교 갔던 이야기, 선생님이 나누어 주시던 구충제 이야기 등을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아이가 <<똥 봉투 들고 학교 가는 날>>이라는 책이 재밌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했지요. (7월의 우리 반 주제도서가 똥시리즈였지요.) 그랬더니 아이 하나가 자기 집에 이 책이 있다며 가지고 와서는 제게 읽으라는 겁니다.

처음에는 썩 재밌다 생각하지 않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어느 새 추억을 읽고 있는 저를 발견했답니다. (책, 재미있었습니다.)

친구들에게 빵을 나누어주며 우쭐해 하는 민석이가 부러워 돈을 아끼고 아끼고 아껴서 곰보빵을 사는 용태. 그 빵을 먹어치울 누나를 피해 장독에 숨겨 두고는 누나, 엄마를 따돌리지 못해 그 다음날 빵을 학교에 가지고 갑니다.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그 보다 더 뜨거운 항아리 안에서 빵이 상한 줄도 예상하지 못하는 용태의 낭패가 설레어 하던 용태의 모습과 대조되어 더욱 책 읽는 맛이 납니다.

또 이 책 속에서는 지금처럼 많은 장난감도 놀잇감도 없었지만, 언제나 놀거리가 풍부했던 어린시절로 저를 데리고 가네요. 팔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열심히 딱지를 치고는 라면상자에 한통 가득 딱지를 들고는 개선장군처럼 어둠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던 어린 시절의 저는 철호의 딱지를 이기기 위해 누나가 용돈을 모아 산 소중한 일기장 표지까지 뜯어서 딱지를 만들었던 성준이의 마음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종아리를 맞았어도, 누나의 잔소리가 여러 날 이어져도 그저 딱지를 땄다는 이유로 싱글벙글 거리는 성준이의 마음을 우리 아이들도 잘 이해할 수 있을지...

공포의 채변봉투는 저를 어린시절의 우리 교실로 데려다 줍니다. 냄새 난다고 봉투의 끝자락만을 잡고는 퐁당 넣었던 기억, 그리고 선생님이 부르시는 명단에 제발 내 이름만은 들어 있지 마라고 빌었던 기억... 그리고 이 이야기처럼 실제로 다른 사람의 똥을 봉투에 넣었던 친구도 있었던 기억은 정말로 "맞다, 맞어."하면서 이 글을 읽게 합니다. 특히나 더욱 친숙하게 읽을수 있도록 부산사투리가 잘 섞여져 있다는 사실(괄호 안의 해석이 필요없다는 사실-작가는 부산의 초등학교 선생님이시기군요.)은 더욱 친근하게 다가 오는군요. ^^

수박서리는 한 번도 해 보지 않아 그 맘을 제대로 느낄 수 없지만, 요술상자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홍수환 선수의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는 다시 제대로 저를 어린시절로 되돌려 주네요.

우리 반 친구들의 말이 정말 맞았습니다. "이 책 진짜 재밌어요."하더니 진짜로 재미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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