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간 귀뚜라미 체스터 - 1961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0
조지 셀던 톰프슨 지음, 김연수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진짜 재미있어요. 다 읽었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또 읽는 거예요.

라고 말하는 우리 반 아이의 말을 그냥 한 번 따지지 않고 믿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재미있어질까를 내심 기대하면서 읽었지만, 도대체 어느 부분이 재미있다는 건지...

얼마 전 절판 된 책 <<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를 어렵게 시립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는 굴곡진 권정생 선생님의 삶에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남편에게 권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책 읽고 거의 우는 일이 없지만, 저의 남편은 책 읽다가 잘 울고, 자기가 눈물 흘렸던 감동적인 대목을 이야기 하면서 또 눈물을 찍는 그런 사람입니다. 당신이 읽으면 아마 펑펑 울거라는 말과 함께 책을 건넸더니 책 읽는 내내 어떤 대목에서 울어야 하나를 생각하느라 오히려 눈물이 쏙 들어갔다는 겁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책에 크게 감동받지 못한 이유는 이 책이 무지 재밌다는 우리반 녀석을 떠올리며 내심 엄청난 기대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영화도 소문이 괜찮다고 해서 나섰다가 예고편이 전부더라(볼 내용이 없더라.)며 씁쓸레 하던 기억들을 다들 가지고 계시잖아요. 책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 기대를 하면 할수록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웬만한 내용엔 감동받지 않는...

이 이야기는 주인공인 귀뚜라미 체스터와 감초 역을 맡은 쥐 터커, 또 그러한 터커의 놀라운 친구(쥐와 고양이가 친구라니 실로 놀랍지요.) 해리가 함께 펼치는 잔잔한 감동드라마 정도로 정리 해 볼까요?  동물 아닌 사람으로서는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 마리오와 마리오의 부모님(벨리니씨)이 중요한 인물이 되겠네요. 도시락 바구니에서 나는 냄새에 유혹되어 음식을 먹고는 배가 불러 잠이 들어서 그 도시락 바구니 속에 든 채로 뉴욕까지 오게 된 귀뚜라미 체스터, 그 체스터가 내는 아름다운 소리를 신문판매소를 지키던 소년 마리오가 알아듣고는 귀뚜라미를 키우게 되고, 귀뚜라미는 터커, 해리와 더불어 뉴욕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여러 우여곡절은 제쳐 두고, 이야기 전개에서는 터커와 해리가 머나먼 곳으로 오게 된 체스터를 위해 보이는 따뜻한 선심들이 인상적이며 귀뚜라미에 대한 큰 애정을 품고 있는 소년 마리오가 마음에 남습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음악들을 스스로 매니저라 자처하는 터커와 더불어 연습을 하고, 그 음악을 신기하게 연주해 내는 체스터는 이제 더 이상 평범한 귀뚜라미가 아닙니다. 신문, 잡지에도 기사가 오르내리는 신기한 귀뚜라미에 등극하게 되는 거지요. 항상 어렵기만 하던 지하철 앞 신문 가판대의 신문은 체스터 덕에 신문, 잡지 등을 불티나게 팔 수 있게 되고, 귀뚜라미를 싫어하던 엄마도 돈 앞에서는 모든 것을 다 수용하는 너그러운 사람이 되네요. 따뜻한 마음의 마리오처럼 벨리니씨도 개성있는 인물로 표현되지는 않았으나 시종일관 체스터 편에 서 있어 읽는 내내 맘을 편하게 해 줍니다.

별로라고 생각한 책이 리뷰를 한 번 써 보리라 맘 먹으니 자꾸자꾸 맘에 떠오르면서 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정도의 글이라면 아이들의 정서에도 무척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엄마가 읽는 책이 무엇인지 알아서 묻는 것인지??? 갑자기 딸 아이가 귀뚜라미 소리가 듣고 싶노라 이야기를 하더니, 쥐는 또 무엇을 먹느냐고 묻습니다. 우리 아이가 글을 제대로 읽을 줄 안다면, 지금 초등학교 4학년 정도라면 (4학년이라면 이런 질문은 하지 않겠지만) 이 책을 주며 한 번 읽어보라고, 여기에 니가 궁금해 하는 것이 다 나와 있다고 이야기 해 주고 싶었습니다.(수집가인 터커는 여러 가지를 모으지만, 그 중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많이 모으지요. 그리고 그것을 체스터를 위해 열심히 운반하는 수고까지!)

씹으면 씹을수록 그 맛이 느껴지는 오징어 뒷다리를 씹는 맛이랄까요?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제대로 맛이 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제게 추천 해 준 아이는 참 의외입니다. 이렇게 잔잔한 책을 좋아하다니, 다시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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