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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서각 - 한밤에 깨어나는 도서관 ㅣ 보름달문고 43
보린 지음, 오정택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평점 :
정말 멋진 책이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
한밤에 깨어나는 도서관이라는 부제와 귀서각이라는 제목 때문이었다.
귀신 관련 이야기는 아이들의 시선을 붙잡을 여지가 있다.
거기에다 도서관 이야기라니.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정말 궁금했다.
이야기 구조가 근사해지려면 에피소드별로 이야기를 전개하더라도 그 전체를 이끌어갈 커다란 바깥틀이 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다.
이 이야기도 주인공 구오가 가진 상황이 커다란 바깥틀로 존재한다.
헌책방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상황이 평범한 상황은 아니니까 구오에게 무언가 사연이 있을 걸로 추측이 된다.
아빠랑 엄마는 어디갔지?
부모의 부재에 대한 구오의 상실감이 말더듬으로 표현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의 헌책방을 찾는 단골손님인 송영감을 따라 들어간 귀서각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판타지다.
판타지 속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
현실 세계를 벗어난 이야기가 다시 현실로 돌아올 때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 꿈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은 너무나 흔해서 판타지에서 현실로 돌아오면서 그동안 한껏 들떴던 마음을 폭삭 가라앉히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전래동화 흰쥐 이야기를 차용하여 마무리를 세련되게 했다.
그래서 구오가 겪은 일이 꿈이라는 거야? 하고 독자가 생각하게 한다.
직접 드러내지 않았다.
귀신 탐정 다자구 할머니, 뒷간 각시(측신), 부뚜막 할멈(조왕신)의 등장은 우리 신화 그림책 혹은 만화책 신과 함께를 다시 만나는 느낌이다.
귀신 책 전문 도서관, 귀서각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정말 흥미롭다.
그곳에서 구오는 귀신 책들을 정리하고 책선생으로 불린다.
책을 읽어달라는 귀신들에게 책읽어 주는 구오는 사실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다.
이야기 속에서 구오를 돕는 것 중 책선생 길잡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이 들려주는, 송헌이라는 책을 무지무지 좋아하던 선비의 이야기가 구오와 대항하는 다락방 호랑이 귀신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송영감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함께 모험을 했던 제이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한 알 한 알 정성스럽게 조각이 맞춰져 있어서 무척 재미있게 이 책을 읽었다.
자신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이겨내면서 성장하는 거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귀신 이야기 좋아하는 아이들... 읽고 머리 복잡하고 꿈자리 뒤숭숭하게 하는 '앗 귀신이다' 말고 이런 이야기를 읽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