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작쿵작 사진관이 왔어요! - 사진 1970 생활문화
양혜원 지음, 정소영 그림 / 밝은미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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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식날.

꽃목걸이를 걸고 입학 사진을 찍었다.

이 책의 이동 사진관까지는 아니었지만 운동장에는 많은 사진사 아저씨들이 와 있었다.

그 사진에는 쪼매난 아이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다.

엄마가 며칠 전 "넌 머리가 짧아야 예쁘다."라며 숏카트를 쳐 주셨고, 난 엄마 말을 믿었다.

운동장에서 줄을 서는데 아줌마들이 내 짧은 머리를 보고는 남자줄에 서라고 했다.

내성적인 꼬마는

"저 남자 아니에요."

그 말 한 마디를 못 하고, 속이 엄청 상했다.

입학식을 마치고, 엄마는 사진을 찍자며 아저씨를 불렀다.

사진 예쁘게 나와야 하니까 화 풀고 웃으라고 엄마는 아마 그랬을 거다.

사진을 보면 엄마 말을 안 들었구나. 싶다.

삐순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 날의 얼굴은 언제쯤 폈을라나?

집집마다 텔레비전이 있지도, 전화기가 있지도 않던 시절이라

사진기는 구경도 하지 못했다.

요즘은 폰카메라가 있으니 한 집에도 사진기가 여러 대다.

그 때는 찍고 현상하고, 그리고 앨범에 정리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쉽게 찍는 대신, 앨범 정리를 따로 해서 모아두지는 않게 된다.

이 책을 요즘 아이들이 읽으면 조금 낯선 장면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우리 또래 어른들이 읽으면 뭔가 짠한 추억이 떠오를 거 같다.

다들 어려웠던 그 시절, 귀한 남동생은 돌사진이 있는데 미영이에게는 혼자 찍은 사진이 없다.

엄마는 이 다음에 이동 사진사 아저씨 오면 독사진 꼭 찍어주겠다고 약속하고

미영이는 지나가는 아저씨를 불러 집으로 간다.

아저씨는 리어카에 소품이랑 배경액자를 싣고 다닌다. (이런 장면은 나도 본 기억이 없다. 더 옛날인가?)

동생이랑 함께 찍으라는 할머니 말에 미영이는 혼자 찍을거라 고집을 부리는데

미영이의 그 마음이 그대로 전달된다.

갑자기 동네에 오던 뻥튀기 아저씨도 그립고, 이동 회전목마도 그립다.

아, 정말 옛날이었구나.

 

책을 90도로 살짝 회전하면 사진에 관한 깨알정보들이 나온다.

책의 뒷면에 부록이나 참고자료로 두지 않고 이렇게 본문 속에 곁들여 두니, 이런 방법도 괜찮구나 싶다.

나는 70년대에 초등학생이었는데, 작가는 중고등학생이었다고 하니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으신가 보다.

누구나 쉽게 찍는 사진이지만 그 사진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진심을 담아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오늘 오랜만에 강변길 걷기를 했는데, 여러 종류의 꽃들이 예쁘게 피었다.

붉은 꽃, 노란 꽃, 하얀 꽃. 이름을 알 수는 없지만 그 꽃들을 보며 카메라 앱을 열었다.

어느 새 얼굴이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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