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출근 길에 작년 학부모를 만났다. 행복반 친구인 **의 어머니다.

   지난 금요일 아이가 집에 가면서 "선생님~" 하고 부르며 환하게 웃었다.

   날마다 집에 가면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는데 내가 몰랐었다.

   금요일에 다른 분이 알려주셔서 나도 함께 웃으며 인사 했었다.

   어머님 말씀으로는 아이가 누군가에게 이런 반응을 보인 게 처음이라며 지난 일 년 동안 감사하다고 인사하셨다.

   아이를 만날 때 눈 안 마주치고 올라가면 쫓아가서 인사했더니 아이가 같이 인사를 해 주는 거 같다.

   혁신학교 업무지원팀으로 근무하여 수업 시수는 조금 적게, 일은 조금 많이 하면서 교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아이의 신발장이 교무실 앞에 있고, 아이는 오며 가며 문 앞에서 내가 있나 살피고는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한다.

   고단한 하루에 꽃이 핀다.

 

2. 올해는 '책읽어주는 엄마'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학급 수가 많아지고 학생 수가 많아지다 보니 독서 동아리 회원 수도 많아졌다.

    50분이나 신청서를 내셔서 깜짝 놀랐다.

    그 중 다양한 활동에 선택해서 참여할 수 있는 걸로 했는데, 가장 중점 활동으로 3~4학년 교실에서 책읽어주기로 잡았다. 

    (1~2학년은 학생 수가 너무 많고, 우리 학교 독서활동이 3~4학년에 집중되어 있어 중학년을 대상으로 잡았다.)

    모두 16분 정도가 신청을 해 주었고, 오늘부터 매주 월요일 3주 동안 만나서 교실 들어가기 전 OT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 한 권을 고르거나 임하는 다짐을 이야기 하거나...

    한 어머니께서 이 모임에 나가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셨다. 힘이 난다.

    오늘은 내가 이야기 많이 했지만,

    다음 주는 실습으로 직접 두 분이 책엄마가 되고 나머지가 학생이 되어 읽어주기 활동을 하기로 했다.

    그 중 한 어머니께서 이전 근무 학교에서 책엄마로 활동하셨는데, 이번에 우리 학교로 전학을 오셨다.

    전학 당일 교무실에서 만났는데, 그 때 책읽어주기 할 때 유치원 동생을 데리고 오셔서

    교실에 그림책 읽어주기 활동 하러 가셨을 때 예쁘다 하며 잠깐 데리고 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아이가 커서 벌써 5학년이 되었다.

    무조건 우리 모임에 들어오시라 권했는데 내 부탁을 들어주셨다.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는 것도 신기하다.

 

3. 업무가 생소하다 보니 공문 처리하는 데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린다.

    여러 개의 업무를 맡다보니 몸이 한 개로는 정말이지 부족하다.

    그 중 한 개의 업무가 안전인데, 이게 쏟아지는 공문과 보고가 장난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 학교 아이들의 안전을 고민할 짬이 없다.

    그런데, 우리 생활부장님이 상당 부분 맡아 일을 도와 주신다. (자발적인 도움이다.) 

    지킴이 선생님과 함께 아침 등굣길 교통 정리까지 해 주신다.

    직접 교통 지도를 하다 보니 교통 안전 취약 지구가 염려가 되셔서 경찰서와 군청에 여러 사항들을 건의하자 하시는데

    눈 앞의 일을 쳐 내느라 그러지 못하고 있다.

    허둥대고 있으니 생활부장님이 협조 공문 발송할 수 있도록 거의 대부분을 도와 주셨다.

    나는 그저 복사-붙여넣기만 하면 공문 발송 끝인 상태로 말이다.

    직접 활동을 하시기 때문에 우리 학교의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아시고, 여러 가지 상황들을 요구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시니 감동이어라.

    부장님은 정말이지 홍익인간이시라 했더니 그런 말 말라 하신다. (칭찬을 조금 싫어하시는 듯~)

    덕분에 살아내는 시간들! 감사하다.

 

4. 학교에 남아 야근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이렇게 야근하는 사람은 나 하나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다.

   오늘 교무실 팀들은 실무원샘들만 퇴근하고 전원 남아 머리를 박고 일을 했다.

   울 2학년 부장님은 이런 우리를 거둬 먹이느라 바쁘시다.

   어느 날은 죽을 준비해 주시고, 어느 날은 수제비를 끓여주신다. (물론 퇴근 시간 이후에 말이다.)

   우리 먹여 살리느라 그릇도 사 오셨다.

   8명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다.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 가서 이런 찐한 감동을 누릴 수 있겠는가,

   이곳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교육활동을 해 보겠는가? 싶어서 학교를 떠나기 싫지만,

   일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정말 고민된다고 옆의 샘은 이야기 한다.

   힘들지만 도와주시는 분들 계셔서 힘이 많이 난다.

   교육환경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고민하는 곳-그곳이 바로 혁신학교인 듯하다.

   혁신학교는 아이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교사를 변화시키는 곳이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는 후배의 말이 귓가를 울린다.

   힘들지만, 오늘도 내일도 홧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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