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진경문고 5
정민 지음 / 보림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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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는 상징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즉, 의미의 모호함으로 우리를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라, 시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친구이다.

여태 한시가 비단결 보다 더 고울 줄 여태가지 몰랐습니다. 한시라고 하면 그냥 한자로 적히 시이거니, 혹은 자연을 말로 그냥 읊은 것 이거니 했습니다. 하지만 지은이가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는 신비하고 매혹적이였습니다. 그리고 재미나기도 했습니다.

지은이는 자연을 사랑하라고 합니다. '주의깊게 살펴보면 사물들은 끊임없이 소리를 낸다. 그런데 그 소리는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만 들린다(117쪽)' 저는 한시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조선님들은 한시를 통해 계속 나에게 말을 걸어왔지만 저는 대학이다, 사회생활이다, 혹은 지은이가 말하듯이 '눈뜬장님(181쪽)'이 되어 문명의 이기에 한 눈을 팔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어느 시사잡지에서 본 '문인들도 두손 든 수능 시험 문학 문제(시사저널 제737호)'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획일적인 교육에 대해서 마음 아파했지 한시에 대해서는 외면을 했습니다. 내일도 이 책을 읽지 않고 있다면 저는 교육에 대해서 핏줄을 세우지만 그것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입니다. 한시를 사랑하고, 시를 사랑한 다음에 비로소 아파해야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민 선생인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에는 정말로 소담스러운 여러 이야기 담겨 있습니다. 진짜시와 가짜시의 구분(33쪽), 살짝 가린 여인의 미소같은 시(다 보여주지는 않는다 39쪽)와 친구 양사헌을 생각하는 백광훈의 시(울림이 있는말 133쪽) 등은 곱씹을 수록 그 맛이 더한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한시의 울격이니 운율을, 시가 가지는 획일적인 주제를 찾기에 앞서 자연스레 시를 느끼게 하게끔 하는 지은이의 배려는 시나브로 나를 한시와 친밀하게 엮어줍니다. 아울러 한시에 귀기울이며, 그 풍경을 담아내는 지은이의 여유가 자뭇 부러우며, 나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세계와 관계를 맺는 과정이란다. 관계를 맺으려면 서로 마음이 오고 가야 하는 법이지. 그런데 사물은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내 마음을 열어 그 사물에게 말을 건네야만 한단다. 그러면 잠든 줄 알았던 사물이 깨어나 자기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기 시작하지(178쪽)'

환경 보존에 대해서 열심히 설득하려나요?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 막연하나요? 혹은 아이에게 무엇을 하나 더 주고 싶나요? 아니면 바쁜 일상의 지친 삶에서 여유를 찾고 싶나요? 그렇다면 집으로 가는 길이 이 책을 들어보세요. 새로운 누리가 열릴 것입니다.

羲皇樂俗今猶在 /看取春風酒杯間
선조 중에 정승 상진이라느 분이 남긴 시입니다.(145쪽)

조그마한 질화로가 겨울밤 온방안을 구수하게 데우 듯, 얇은 책 한 권이 제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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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vs 남자 - 정혜신의 심리평전 1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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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초등학교 시절에는 꽤나 인기가 있었다. 시골동네라서 그런지 몰라도 밤낮으로 뛰어놀면서 여자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았다.

나조차 모르는 나를 난 정신과 전문의의 눈을 통해 나를 들여다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남자대 남자는 서로 대립적인 성격의 두 사람을 내세워 분석을 한다. 그의 입을 빌린다면 '특정 인물의 평전을 쓸 때에는 적어도 그가 쓴 책이나 논문, 관련자료 등은 다 섭렵해야(184쪽)'하는 완벽 증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는 '특정 인물'의 평전에 한하는 것이며, 이 책의 글쓰기는 '그 인물의 개인적 성향이나 속마음에 더 관심' 두었다. 그렇기 때문에 입에 사탕을 물고서 한 손으로 책장을 넘겨도 아무런 부담이 없다. 좀더 부연하자면 '예를 들어 어떤 지식인이 전두환 전대통령에게 세배를 갔을 때 강준만은 그 방문의 의미를 5공과 연결시켜 그 인물의 전력이나 사상 등을 공적인 차원에서 언급하지만, 나는 전두환 전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의리나 충성 혹은 사적인 인연의 차원에서 그 인물의 개인적 성행에 주목한다(119쪽)'는 뜻이다.

처음 책장을 넘기면 나오는 내 마음대로 왕자, '통제력의 착각(18쪽)'에 빠진 전김영상 대통령의 글은 어느 정도의 일관성과 심리적인 용어를 빌려서 글쓰기 이루어진다. 아울러 주석하나 없는 글은 읽기에 큰 부담이 없다.

하지만 조금 읽어나가다, 후광효과에 빠져버린 한 의사의 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눈에 콩깍지가 씌여 내가 맘 착하지 않은 이성에게 반하여도 이것은 개인적인 문제다. 그렇지만 정신과 의사가 콩깍지가 씌였다면 이것은 문제가 달라진다. 우리는 이미 후광효과로서 그를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는 '정신과 전문의' 의사라는 직함을 달고 있기에 우리는 논리가 틀리다는 과정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전횡을 한다는 말은 섬성의 실체를 모르는 애기이며 회장은 단지 큰 방향만 지시말한다(57쪽)'라고 임원의 말을 빌려서 이야기 한다. 초록은 동색이며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은 모르는가? 또한 글이라는 것은 논리적인 설득력을 지녀야 하지만 그는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언어적 헌사를 하는 듯하다. '아마 유시민은 우리 사회에서 떳떳하게 대(對)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는 '완벽하고 행복한' 자격요건을 갖춘 몇 안되는 지식인(153쪽)', ''절충과 타협의 명수' '변화와 적응의 달인'이라는 김윤환(175쪽)'이라고 표현을 한다.

상술에 뛰어난 사람은 천재이며, 학생 운동을 했다고 하여 대 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한정한다. 박쥐를 낮과 밤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이 아니라 두 개의 세계를 가진 흔하지 않은 동물로 표현하는 것은 후광효과에 의한 맹목적 추종으로 보인다.

근거없는 비행기 태우기와 부족한 논리력은 책 읽기에 어려움만을 더 한다. 이수성의 흡인력에 대한 휴머니티(106쪽)의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상대방(손정의)와 비교하여 깍아 내린다. 박종웅의 YS에 대한 충성을 '새끼오리가 알에서 깨어나는 순간 어미오리가 아닌 닭을 보여 주었더니' 따라온다는 실험을 통해, 그를 비유한다(140쪽). 그의 의도적인 글쓰기에 대한 해명을 듣고 싶다. 하등동물과 자칭 고등동물이라는 사람과의 관계는 여기에서 아무런 벽이 없이 무너지고 있다. 모든 심리적인 기제는 동물의 실험에 의해 유추할 수가 있는가? 아니면 그의 글쓰기에 대한 합리화인가? 지은이는 이에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앞부분에서는 심리적 용어를 하나 정도 차용하여 그를 평가한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그 힘이 딸렸는지 주변 이야기에 머무른다. 한 두개의 사소한 일화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다 보니 깊이 있는 분석은 없다. 억지로 남자대 남자를 대립관계로 놓은 것은 깊이 있는 분석보다는 흥미유발이아닐까라는 의문마저 든다.

마지막으로 수많은 책을 읽었다면 주석을 달아 주는 것 정도는 예의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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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다이어리엔 뭔가 비밀이 있다 CEO의 비밀
니시무라 아키라 지음, 권성훈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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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티비에서 희대의 바람둥이가 잡히는 뉴스가 나온다. 그 사람의 수첩 속에는 여러명의 이성이며, 어떻게 접근하는가가 나오기도 한다. 나처럼 백수의 다이어리에는 오늘은 누구를 만나서 밥 한끼를 해결할까, 어디에 이력서를 넣어볼까라는 메모가 적혀 있다. 비록 지금은 백수이지만 CEO에 대한 꿈은 버리지 못하고 있기에, CEO다이어리 속 비밀을 벤치마킹 할려고 이 책을 들었다.

지금의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CEO의 다이어리에는 정말 어떠한 비밀이 있을까?

지은이는 시간관념에 대해서 '아깝다라는 의식을 자연스럽게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의미가 없는 것은 자연스럽게 그만두기 때문에 시간 리스트럭칭이 가능하다(27쪽)'고 말한다. 그리고 아내와 시장을 갈 때에 '이끌려 할 수 없이 시장에 간다는 생각보다는 시장 조사를 위해 나간다는 적극적인 사고를(33쪽)'를 권한다. 난 그의 적극적인 사고, 발상의 전환에 밑줄을 긋으며 호기심을 품은체 읽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회사를 거느린 CEO가 아니며, 한달에 200여일을 출장 속에 사는 일인 기업인에 불과했다.

항상 그에게는 시간과의 싸움이 놓여있다. 한 곳에 앉아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간다. 그리고 그에게는 낯선 잠자리가 놓여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호텔 주변을 세심하게 살펴두고, 시각표를 챙긴다. 또한 비싼 호텔이 들어가서 잠을 청할 것을 권한다. 모든 것을 돈으로 연관시키는 그에게, 비싼 돈을 지불했기에 더 많은 일(글쓰기)을 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아울러 항상 몸이 움직이는 그이기에 메모는 필수이다. 항상 동쪽으로 출장을 가지만 서쪽에 있는 순이가 생각났다면 메모를 해 둔다. 언제가는 서쪽으로 출장을 갈 일이 있기에, 그때에는 유유히 시간을 내어 그를 만나면 되는 것이다.

몇 가지 부가적인 사항은 약속은 지킨다와 새벽 3시에 일어난다는 그의 습관, 1시간을 한 단위로 두지 말고 자기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으로 쫓게기를 권한다. 약속은 상대방에 대한 신뢰이기에 어떠한 변명도 구차하다고 말한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지은이는 15분 정도로 나누어 쓴다)은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즉 이 책에서는 시간은 한 번 가면 돌아오지 않는 것이기에 아까운 것이 아니라, 비용과 연관시킨다.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은 자기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곧, 돈과 연계 된다. 이렇게 모든 것을 돈으로 연관 시키며 대인관계에 대한 조언은 한마디도 없는 어쩌면 그렇게 급하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아울로 확실하게 밝혀야 할 것은 그는 CEO가 아니며, 이야기의 중복성이 심하다는 것이다. 포스트 잇에 대한 메모는 반복되며, 30여년 넘게 한 번도 약속을 어기지 않은 자기의 자랑이 은근히 계속된다.

정말로 CEO의 다이어리를 보고 싶다면 다른 책을 권하고 싶다. 다만 이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난 씁씁할 뿐이다. 솔직하지 못한 출판사(혹은 지은이)에게 무엇을 믿을 것인가... 이런 면에서 그가 다른 사람들과 약속 시간을 잘 지켰는지 몰라도 나에게는 엇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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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 살다 - 시사인물사전 19
최을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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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비평은 4명의 작가, 박흥용, 오세영, 이두호, 허영만에 한 하였습니다. 다른 작가는 읽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지은이는 느낌표('!')의 일화를 들어 만화에 대한 국민 정서를 말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만화를 본다는 것은 선밖, 아웃사이더의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주말에 우리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볼까라고 말을 건내는 것은 높은 문화적 삶을 영위하는 것이며, 만화방에 가서 만화책을 볼까라고 말한다면 엄습하고 시간을 죽이기 위한 일거리쯤으로 생각을 한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만화를 보지 않으면서 다른 이가 만화를 본다는 것만으로 그를 열등생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릇은 밥을 담는 도구이다. 영화와 책은 영상과 글은 담은 도구이다. 소설은 글자를, 만화는 그림과 글로 표현한 것일 뿐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즉, 만화는 평가절상이나 평가절하 되었어도 안된다.

<만화에 살다(부제 만화가 15인의 만화 인생)>라는 책은 우리나라 만화작가 15분을 이야기 한다. 책머리에 몇 자 적었듯이, 그는 우리나라의 만화가 왜곡된 거울에 반사되는 것을 무척이나 안타까워 한다. 그러면에서 내 아닌 그를 동일시하며, 그가 말하는 부분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지나 않을까해서, 혹은 내가 좋아하는 만화가가 나와서 그의 책을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상에 대한 동경이 너무나 지나쳐 몸에 익지 않은체 뛰쳐나온 무엇이다. 작가에 대한 작가론이나 작품에 대한 작품론을 논하는 것도 아니요, 한 작품에 대한 통찰적 시야로 분석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런 내용을 담은 작품이 있다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리고 만화가에 대한 너무나 강한 집착은 한쪽면만 바라보는 결과를 낳았다.

첫째, 작가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왜 만화가가 되었는지,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까지 얼마나 고생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례사처럼 나온다. 만화에 대한 열정을 사람에 대한 성찰이 아닌 이야기성 구성에 머물렀기에, 단순한 일화에 머무른다.

둘째, 자기의 입맛에 맛있는 책만 골라놓았다. 박흥용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오세영의 <부자의 그림일기> 중에서 '부자의 그림일기', 이두호의 <덩더꿍>, 허영만의 <비트> 등은 대표적이라 할 수가 있다. 지은이들이 대표하는 만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그의 작품을 개괄한다는 것은 자칫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가 있다. 아울러 작품에 대한 강한 애착은 무비판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짙다.

섯째, 무엇보다도 논리력이 부족한 점이다. 그는 엉성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그의 글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논리력과 논증의 필요한데, 이 부분에서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작품 분석에서는 다른 평론가의 입을 빌려 이야기 하며, 그가 말하는 것은 줄거리 수준뿐이다. 그는 '그러나 이두호의 <객주>는 그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고 원작에 버금가는, 원작보다 뛰어나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작품성을 지닌 채 완결되었다(210쪽)'는 부분에 조금더 논의를 이끌고 가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무비판적으로 작품서이 높은 만화로만 인식할 것이다. 적어도 내가 읽기에는 만화의 그림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향과 뒷심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 느껴지든 신선함은 읽을 수록 그림채가 다른 여느 만화책과 똑같았으며, 조선시대를 묘사함이나 인물의 그림에서도 필력이 조금 느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냇째, 중간 중간에 들어간 삽화는 통일성이나 암시성을 얻을 수가 없었다. 간혹 만화가의 잘난 부분을 신문 스크렙이나 만화의 한 부분을 넣고 있지만 박흥용씨의 <무인도>를 보면 칸의 그림에 주목하게 된다. 이런 실험성은 고스란히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도 나온다. 그리고 오세영씨의 다양한 실험구도나, 이두호씨의 <덩더꿍> 중에서, 집을 불사르고 사랑하는 여인을 업고 가는 마지막은 쉽게 잊을 수가 없는 명장면이 아닐까한다.
지은이의 만화에 대한 애착을 십분 이해하고도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 많은 실험작이라고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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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의 포구기행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해뜨는 마을 해지는 마을의 여행자
곽재구 글.사진 / 열림원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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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으면 끝까지 읽으려고 애를 쓴다. 또한 인문사회 서적 등을 통해 나에게 길들여진 버릇은 정독(精讀)을 한다는 것이다. 나의 어설픈 지능지수로는 이해하기 힘든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 듣는 말 등은 잊지 않을려고 몇 번이고 되새김질을 하곤 했다.

곽재구를 아는 사람은 아마도 그의 시를 기억할 것이다. 나 또한 그의 시에 매료되었으며, 언제가 드라마화했을 때에 본 기억이 아직도 가물거리니... 그에 대한 애정이 깊이가 적다고만은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던 참에 포구기행이라는 책을 만났다. 나에게 있어 '기행'은 목적의식에 지배당하고 있다. 즉 왼쪽에서 오른쪽을 움직일 때에, 그 필요성을 합리적으로 나를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나는 망부석이 되어 한치도 움직이 않는다. 이런면에서 문득, 바람결에 멀리 떠나는 사람을 보는 것은 나와 다른 사람이며,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처럼 느껴지며 한편으로는 부러움마져 느낀다. 하지만 지 버릇 개 못 준다고 했던가. 나는 남들이 아무렇지나 않게 걸었던 길을 '왜' 걸었나, '무었을' 보았나라고 추적을 하는 것이다.

그는 위장된 언어를 사용한다. 이는 자기를 감추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에게는 어설프 보인다. 모델에서 잠을 자고 세계적인 관광지를 여행하면서 달동네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마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거리를 둔 체, 외형만 보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부가 고기를 낚아도 그는 여행자 마냥 '실없이 불빛이 따수운가요'라고 말하며,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올 듯한 길들이 구불구불 이어(22쪽)'진 곳에 노는 어린아이들을 감상어린 시선으로 본다.

적어도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아이만 남겨 놓고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간 어느 앳된 부부의 초상이 떠오르며, 저 아이가 냉정한 현실에서 과연 도태되지 않을까라는 노파심이 인다. 물론 나의 관찰이 너무 현실을 개입한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나는 위에서 아래를 보며 '참 아름답다'라며 위장된 언어로 속삭이지는 않을 것이다.

예전에 한 할아버지가 손주를 천 기저귀를 키운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에는 아기의 똥을 치우는 것이 힘들고 더럽게만 느껴졌는데, 나중에는 일회용 기저귀를 키운 아이보다 천 기저귀를 키운 아이에게 정(情)이 더 간다고 했다.

아름다움을 논(論)할려고 한다면 모델에서 잠을 자며 '꿈도 없이 혼곤한'이라 하지 말며, 노부부가 사는 집에 찾아가 그들에게 말동무가 되어주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방값 요랑으로 장작이나 마당을 쓸어 주며, 아름다움에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무수히 쏟아올리는 폭죽을 바라보며 평등을 이야기 하지 말라. 김남주 시인이 말하는 것처럼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오월은 바람처럼 그렇게/오월은 풀잎처럼 그렇게/서정적으로 오지는 않았다' 평등 또한 바닷가에 앉아 서정적으로 부른다고 오지는 않는다.

그리고 시적인 언어는 읽기에 무슨 암호처럼 느껴지며, 갑자기 바뀌는 장면은 당혹스럽다. '구만리까지 2킬로미터쯤을 걸었(24쪽)'던 적이 천년전인지 어제께인지 구분이 안간다.

그는 신선이 노니는 하늘 속 구름을 이야기 한다. 사람에 대한 정취는 없다. 그가 어울리는 사람은 함께 여행 온 사람이며, 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단절이다. 작은 봇짐들을 하나씩 든 섬사람들의 표정이 아무렇지도 않은 이유(35쪽)를, 고기 잡이 배를 수선하는 사람들에게 고기가 많이 잡히냐고 묻고 다음 말을 이어가지 못하는(43쪽) 이유는 여행 속에서 자기를 찾을려거나 사람과 부대끼며 정을 통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기를 가지고, 펜을 들고서 시를 끌적이는 것이 그의 목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여담: 김남주 시인의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에서 옮겼습니다. 그리고 위의 글은 화진과 선유도, 동화와 지세포라는 3군데의 포구를 읽은 뒤,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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