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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ㅣ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골드만은 “비극적 세계관”이라는 말을 통해, 그가 볼 수 있는 세계는 그가 인지하는 것에 한정된다고 말하였다.(다르다면 멜 주세요^^:)
바다에 사는 사람은 거친 바다와 힘겨루기를 하며, 농부는 여름날의 땡볕과 씨름하여, 과실의 결실을 이루어 낸다. 그들에게 바다와 여름은 낭만일 수가 없으며, 싸워 이겨내거나 공생관계를 이루어야 할 무엇이다. 이런 극한 상황을 잘 이겨낸다면 해마다 반복되는 순환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가 있을 것이다. 나이를 드신 어른은, 태풍이 온다면 배를 바다로 띄운다. 이는 그가 한평생을 살아 오면서 체득한 태풍을 이기는 세계관적 지혜이다. 즉, 사람이 성숙하게 됨은 풍요나 삼의 충족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위기나 불협화음이 닥칠 때 슬기롭게 극복할 때에 조금씩 나아간다고 볼 수가 있다.
야생초 편지를 쓴 지은이도 한동안 영어의 몸으로 지냈다. 그의 죄명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늘의 그를 잊게 한 삶의 연속선 상에서 “감옥”이 중요하다. 감옥에서 지내는 동안 그의 구체적인 삶은 알 수가 없지만 야생초에 대한 애정을 통하여, 그의 사념을 반추 할 수가 있다. 그는 가장 낮은 것에 눈을 주며, “토종이 사라져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사회, 그런 세상에(72쪽)” 가슴 아파한다. 또한 “아무도 보아주지 않은 저 작은 꽃을 피워내기 위하여, 화단 구석의 내밀한 공간 속에 의젓하게 자리하기 위하여 쉼 없이 움직이고 있는 주름잎(11쪽)”에 남다른 애정을 쏟는다.
자유가 구속된, 한정된 공간에서 느끼는 감상은 현실에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짧게는 10년, 길게는 평생에 걸쳐 묻고 관찰하고 배워야 할 것을 술술 풀어낸다.(첫째, 실천의 중요성, 실천을 하되 지속성이 있어야 할 것, 둘째, 어떤 일을 할 적엔 반드시 전체와의 연관 속에서 그 일을 추진할 것; 74쪽) 이렇게 야생초와 풀어내는 그의 사념은 가히 놀랍다. 마지막으로 녹색평론에 실렸던 “뿌리 내리기”의 강연은 한 사람의 사상적 가로세로 깊이를 옆 볼 수가 있다. 실질적인 생태주의의 언급은 늦은 감이 있지만 위기를 기회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에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소설처럼 한 번 읽고 책꽃이에 꽃아 두는 것이 아니라 베개머리 맡에 놓아두며 하루의 일과를 돌아보고 나서 일독을 권한다. 밥상의 된장국 처럼 몇 번을 끓여도 진국이 달아나지 않듯, 그의 책도 읽으면 읽을수록 삶에 향기를 더 해 줄 것이다. 한 장이 엽서 무게가 한 권의 책보다 더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