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 살다 - 시사인물사전 19
최을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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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비평은 4명의 작가, 박흥용, 오세영, 이두호, 허영만에 한 하였습니다. 다른 작가는 읽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지은이는 느낌표('!')의 일화를 들어 만화에 대한 국민 정서를 말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만화를 본다는 것은 선밖, 아웃사이더의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주말에 우리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볼까라고 말을 건내는 것은 높은 문화적 삶을 영위하는 것이며, 만화방에 가서 만화책을 볼까라고 말한다면 엄습하고 시간을 죽이기 위한 일거리쯤으로 생각을 한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만화를 보지 않으면서 다른 이가 만화를 본다는 것만으로 그를 열등생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릇은 밥을 담는 도구이다. 영화와 책은 영상과 글은 담은 도구이다. 소설은 글자를, 만화는 그림과 글로 표현한 것일 뿐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즉, 만화는 평가절상이나 평가절하 되었어도 안된다.

<만화에 살다(부제 만화가 15인의 만화 인생)>라는 책은 우리나라 만화작가 15분을 이야기 한다. 책머리에 몇 자 적었듯이, 그는 우리나라의 만화가 왜곡된 거울에 반사되는 것을 무척이나 안타까워 한다. 그러면에서 내 아닌 그를 동일시하며, 그가 말하는 부분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지나 않을까해서, 혹은 내가 좋아하는 만화가가 나와서 그의 책을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상에 대한 동경이 너무나 지나쳐 몸에 익지 않은체 뛰쳐나온 무엇이다. 작가에 대한 작가론이나 작품에 대한 작품론을 논하는 것도 아니요, 한 작품에 대한 통찰적 시야로 분석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런 내용을 담은 작품이 있다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리고 만화가에 대한 너무나 강한 집착은 한쪽면만 바라보는 결과를 낳았다.

첫째, 작가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왜 만화가가 되었는지,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까지 얼마나 고생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례사처럼 나온다. 만화에 대한 열정을 사람에 대한 성찰이 아닌 이야기성 구성에 머물렀기에, 단순한 일화에 머무른다.

둘째, 자기의 입맛에 맛있는 책만 골라놓았다. 박흥용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오세영의 <부자의 그림일기> 중에서 '부자의 그림일기', 이두호의 <덩더꿍>, 허영만의 <비트> 등은 대표적이라 할 수가 있다. 지은이들이 대표하는 만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그의 작품을 개괄한다는 것은 자칫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가 있다. 아울러 작품에 대한 강한 애착은 무비판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짙다.

섯째, 무엇보다도 논리력이 부족한 점이다. 그는 엉성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그의 글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논리력과 논증의 필요한데, 이 부분에서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작품 분석에서는 다른 평론가의 입을 빌려 이야기 하며, 그가 말하는 것은 줄거리 수준뿐이다. 그는 '그러나 이두호의 <객주>는 그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고 원작에 버금가는, 원작보다 뛰어나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작품성을 지닌 채 완결되었다(210쪽)'는 부분에 조금더 논의를 이끌고 가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무비판적으로 작품서이 높은 만화로만 인식할 것이다. 적어도 내가 읽기에는 만화의 그림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향과 뒷심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 느껴지든 신선함은 읽을 수록 그림채가 다른 여느 만화책과 똑같았으며, 조선시대를 묘사함이나 인물의 그림에서도 필력이 조금 느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냇째, 중간 중간에 들어간 삽화는 통일성이나 암시성을 얻을 수가 없었다. 간혹 만화가의 잘난 부분을 신문 스크렙이나 만화의 한 부분을 넣고 있지만 박흥용씨의 <무인도>를 보면 칸의 그림에 주목하게 된다. 이런 실험성은 고스란히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도 나온다. 그리고 오세영씨의 다양한 실험구도나, 이두호씨의 <덩더꿍> 중에서, 집을 불사르고 사랑하는 여인을 업고 가는 마지막은 쉽게 잊을 수가 없는 명장면이 아닐까한다.
지은이의 만화에 대한 애착을 십분 이해하고도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 많은 실험작이라고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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