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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택리지 2 - 전라 경상편
신정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지난해에 우리 땅을 많이 밟아보았다.
떠나기 전에 나는 나침반은 가져가지 않지만 지도는 챙긴다. 지도가 없다는 것은 눈을 감고 집을 나선다는 생각 때문에, 지도에 대한 애착에 나는 강렬했다. 하지만 내 이런 떠남을 애초부터 지켜 본 컴퓨터 나라 사장님이 이상하다는 듯이 말한다. '지도는 엉터리다'라고. 지도가 엉터리? 나는 한동안 이 언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지구 과학이 발달한 오늘에 지도가 엉터리라니, 도대체 무슨 말이냐 말인가?
어쨌든, 나는 지도를 챙기고 길을 나섰다. 몇 번 들락날락했지만 이번은 본격적이다. 근 한 달 넘게 예상하고 떠난 길, 청도를 걷쳐, 포항 내연산, 청송 주왕산, 대구 김천으로 이어져, 강원도를 들어가는 여행길에 나는 항상 산을 올랐다. 우연찮게 문경에 들렀다가 시간이 남아, 박물관에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나는 대동여지도를 보았다. 가지고 있는 지도에는 도로가 나열되어 있지만 산은 숨어 있었다. 즉 국립공원 몇 개만 이름이 들어나 있고, 수많은 산들이 숨어 있다. 하지만 대동여지도는 수많은 산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비로소 지도가 엉터리임을 알았다.
내가 가진 지도는 엉터리다. 맞다!!
이렇게 우리 땅에 대한 관심으로 몇 권의 책도 보고, 뿌리 깊은 나무『한국의 발견』이라는 책도 펼치곤 한다. 그리고 나에게 찾아온 신정일씨의 『다시 쓰는 택리지』지은이는 우리 땅을 어떤 모습으로 담을까? 나는, 내가 가장 알아는 우리 동네부터 펼친다.
>백두대간의 옆 구석, 즉 백두대간의 끝자락의 낙동정맥을 끼고 있는 자리. 삼방의 기운이 여기 다 모였다고 선인이 들려주었고, 날좀 보소 날좀 보소라고 소리소리 치고서는 정든 님이 오시니, 행주치마 물고 정지에서 입맛 방긋하는 아가씨가 노래 부르는 곳, 진주 촉석루가 멋있다는 소리를 듣고 한 아름에 달려가 누각을 늬인 동네. 넓은 땅에 인심이 후하고, 일제 강점기에는 의열단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일본을 놀라게 한 이가 자라난 곳!!
『다시 쓰는 택리지』를 펼친다. 지은이는 우리 동네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조선시대 문인 변계량, 김종직, 사명대사를 모신다. 낙동강이 섞이고, 은어가 들어오는 밀양강을 풀어놓는다.
밀양 아리랑의 봄바람을 따라가는 밀양강은 경상북도 경주시 산내면 일부리에서 발원한 후 북쪽으로 흐른다. 의곡리에서 서쪽으로 꺾여 .. 청도군 운문면 지촌리를 거쳐 대천리에서 무적천을 합한 수 서남쪽으로 흘러 궁천면을 지난 밀양강은 매전면 동산리와 청도군 이르러 동창천이 되며, 구촌리에서 밀양시 상동면 금산리와 청도군 청도읍 내호리 경계에서 청도천으로 합해 밀양시 용평리 앞에서 활용강이 되고, 상문들을 휘돌아 삼랑진읍을 거쳐 삼랑리에서 낙동강으로 몸을 푼다.(315쪽)
낯설은 땅이름으로 밀양강을 드러내지만 낯설다. 삼랑진의 의미는 어디에도 없고, 영남대로의 첫 관문이 작원관은 숨었으며, 영남루가 왜 풍류를 풍기는지……. 영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재약산에서 영취산까지의 천 미터에 이르는 7개의 봉우리가 어떻게 밀양을 감싸는지 이야기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을늦이가 늦은 곳이 밀양 부북이라고 하는데 왜 인가에 대한 물음과 답이 없으며……. 수산읍에 있는 수산제의 의미가 묻혀있다. 밀양과 청도와의 관계? 청도는 행정구역상 대구인데……. 밀양 사람이나 청도 사람에게 물어보면, 밀양은 형님 동네, 청도를 동생 동네라고 생각한다. 즉 밀양과 청도는 행정 구역상 나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같은 느낌을 받는다. 왜 그럴까?
지은이는 『다시 쓰는 택리지』라 하며, 우리나라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하지만 우리 동네의 이야기는 부실하다. 몇 몇의 문인과 스님을 들려주고, 땅이 지닌 의미를 흘려보낸다. 산과 강을 비켜선다. 또한 대동여지도에 여실히 들어난 1대간 13정맥의 의미를 읽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아랫동네, [제주도]의 이야기는 말이 아니다. 관광책에 나온 삼성혈의 이야기가 반을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말하면, 뿌리 깊은 나무판에는 제주도가 한권으로 따로 논다)
우리 땅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으로서는, 뿌리 깊은 나무『한국의 발견』이 충실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백두대간의 의미를 읽지 못하기에, 『태백산맥은 없다』, 『교실밖 지리 여행』을 더 읽어보길 권한다. 과연 더 읽어야 하는가? 물론 우리 동네와 아랫동네만 부실한 것이겠지. 하지만 책상에 놓인 11권의 『한국의 발견』에 눈이 간다. 어쩔 수 없나 보다.
신정일 씨의 이야기는 너무 부실하다. 위의 서평은 『다시 쓰는 택리지』2편 가운데, 밀양 편과 제주편을 읽고 쓴 글임을 밝힙니다. 왜 더 읽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내 게으름 때문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