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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아바나를 떠날 때
이성형 지음 / 창비 / 2001년 10월
평점 :
쿠바 편
"이 리포터는 좀 오래된 이야기인 하지만 비단 렌터가 회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사회가 이런 식으로 굴러가면..."(41쪽)
이런 식으로 글쓰기는, 솔직히 최악이다. 어느 기자의 오래된 경험담이며, '렌터카 회사에서만' 벌어지는지 아닌지 검증이 안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 오래된 이야기를 오늘에, 모든 사회에서 벌어지는 듯이 이야기한다. 즉 그가 직접 보거나, 여러 회사에 대한 경험으로 인해 도출한 것 없이, 남의 오래된 이야기 하나로 전체 사회를 흉보고 있다. 좀 더 신중한 노력이 필요하다. 난, 그의 글에 대해 조심스러워진다.
"택시를 잡았다. (중략) 그러고 보니 쿠바는 정말 주인이 없다. 누구에게나 들어오고 싶은 사람에겐 개방되어 있는 것이다. "(63쪽)
조금 부담스러운 글. 정부가 운영하는 택시는 현대, 메르세데스, (소련제 리다는 안들어온지 오래) 그리고 구소련이 물러나고 나서, 들어온 차가 '유럽 한국 그리고 일본차'라는 이유만으로 쿠바에는 주인이 없다? 이 '주인'이라는 말이 어떤 말인가? 개방? 이 개방의 개념은 어디까지인가? 지은이는 카스트로에 대해 비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에 대항하는 이 나라를 무척이나 짝사랑하는 듯하다.
도대체, 쿠바에 대해서 무얼 말하고 싶은 것인지? 시장 경제 체제의 도입이 문앞이니 물건 팔로 가자고? 무엇이 쿠바의 문화인가?
전체적으로,
통일된 글쓰기는 이루어지지 않고,
정보는 다리 건너 집의 것으로 짓고,
무엇을 보고 온 것인지 들려주지 않고,
머리속에 맴도는 이야기를 앞뒤 없이 늘어놓는다.
페루 편
정당의 이름에서 그들의 이념이나 특징을 읽을 수 있다.
"'우리는 페루'라니? 이들이름포에서 페루 정치의 위기를 읽는다. 대표적인 정당의 이름이 이 정도면 페루 정치에 사실상 근대적인 정당 개념은 없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71쪽)
한나당, 열린 우리당은 차이는 무엇인가? 지은이는 이들의 정당에서 이념이나 특징을 읽고, 정당의 정치 이념이 정치인들과 행동과 일치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수시로 바뀌는, 우리 정당사의 이름은 정치적 혼란인가? 가치관의 수정인가?
그네들의 정당 이름이 '낯설다' 혹은 '우리와 다르다'하면 이해하겠는데, '근대적인 정당 개념이 없다'는 지은이의 생각은 무지 편협적이다. 어떻게 한 나라의 정당 이름으로 그 나라의 정당사를 논할 수가 있는가? 어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나를 설득시켜 달라.
그는 내게 이렇게 들려준다.
"모두 선거에표를 동원하려는 동원주의 운동체의 이름이지 권력을 교대하는 다원주의 정치체의 일부로서의 정당은 아닐 것이다."
동원주의 운동체? 권력을 교대하는 다원주의, 그의 말이 다시 나를 어지럽게 한다.
사회 경젝적, 지리적 공간의 특성을 보면 그 사회의 얼개를 대강 파악할 수가 있는데... 중요한 것은 대강 파악하는 것이 아니며, 수 없이 묻고 되물으려는 비판적인 자세와 이를 찾기 위해 수 많은 자료와 사람과 부딪혀야 한다. 그러하고도 말은 조심스러워야 하는데, 지은이는 '얼개를 대강 파악'하며 이를 전제화하려 한다. 난 그의 거만이 부자연스럽다. 어떤 지은이는 어떤 사료를 찾을 때, 2차 자료가 아닌 1차 자료를 본다고 했다. 즉 2차 자료의 인용은 책에서 쓰여지지가 않는 것이다. 어느 노학자의 자세와 젊은 지은이의 시선이 너무 틀리다. 난 느리더라도 노학자의 글쓰기가 참 좋다.
사설 보완회사와 정치이야기를 하는데...
"'그 친군 별로 신뢰감을 주지 못해요. 말도 잘 바꾸고요"
아하! 루르데스 플로레스가 백인이구나. 짐짓 눈치를 챘다. 역시 피부색과 출신이 문제였다" (73쪽)
문화를 담아내는 여행기를 쓰시나요? 소설을 쓰시나요? 페루 리마에서 한 일은 사설 보안회사를 만나, 짐작으로 정치 이야기를 담아내는게 전부!!
그런 왜 이런 생각을 가질까? 이 생각의 토대는 어디에 두고 있는걸까?
"꾸스꼬에 오서 보니 이상하게도 이곳 사람들이 이방인들에 대해 별로 친절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인디오들이나 피부색이 짙은 메스티소일수록 더욱 그렇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팔거나 팁을 받으려고 열심히 노력해야 할 터인데, 왜 그럴까?" (89쪽)
그에게 친절은, 경제적 산업적 화페 가치가 높은 이들에게 가난한 이들이 다가와, 굽실 거리며 아부하는 모습일까? 난 이런 모습에서 지은이의 거만함을 보는 듯해 가슴 아프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그에게는 '물건을 팔거나 팁을 받으려 애 쓰는 모습'이라니... 가슴 아프다. 그리고 페루는 이런 게 일상인가? 그렇다면 이 일상의 헤게모니와 이들의 경제 상황의 역할을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이를 극복할 방안은 없는가? 이들은 이런 삶에 대해 어떤 감정으로 살아가는에 대한 어떠한 의문도 캐내지 않음에 나는 그의 게으름 대신에 오만함을 읽어낸다. 단지 한 소설을 통해 추론 한 것이 '극단적인 피해의식'(90쪽)이다.
음반 가게에 들어가 야뿌의 음반을 보고, 그는 이런 생각을 가진다.
"어! 칠레의 것이 왜 이런 촌골짜기까지 들어와 있나? 가격표를 보니 멕시코 가격의 삼분의 일 정도이다. 불법복제본이 아니냐고 시큰둥해서 물어보니 아니란다."(107쪽)
이런 사고를 하고, 이런 글을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는 그의 가치관이 나는 너무 낯설다. 조금 미안해 하는 마음도 글로 표현하지.
그는 관광지를 둘러다니며, 그가 아는 옅은 지식으로 (-어디서 엿듣거나 본 것 등)글을 쓰 간다. 하지만 음악이 흐르면 그는 열심히 노래 부르 듯 이야기 한다. 그는 분명 남미 음악에 빠져있다. 하지만 음악 또한 그의 머리에 들어있지 쉬이 밖으로 울려퍼지지 않는 노래이다.
온갖 추측을 기정 사실화하고, 그가 연구한 자료보다 주워 듣은 이야기를 앞에 세우고, 사람속으로 들지 않고 관광지와 호텔을 돌아다니는 그의 여행기는... 깊이 동행을 하지 못하고 페루에서 발길을 돌린다.
아주 가벼우면 쉽게 읽을 수가 있는데, 왜곡되어 있으면 어렵게 읽힐 뿐이다. 깊은 연구를 한 다음에 다시 뵙고 싶다. 그리고 여행을 한다는 것, 나 보다 조금 어려운 마음을 간다면... 적어도 이런 글귀는 한번 새겨 보시길.
겨울밤 단 한명의 거지가 떨고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에겐 행복한 밤잠의 권리는 없다던 친구의 글귀를 생각합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추신: 제목은 글내용과 아무런 상관이 없고, 쿠바라는 이미지로 인해 상업적으로 전략한 제목을 선택한다. 우리는 '체 게바라'의 사상이나 이념은 몰라도 그의 얼굴에 열광하고, 그의 여행기를 읽듯, 그리고 쿠바의 혁명은 '체'에 멈춰었고, 카스트로는 독재자이고 쿠바의 아바나는 영원한 혁명의 이데아이다. 지난 과거의 낭만에 젖어 오늘의 현실을 외면하는 건, 상업적 이미지가 만들어낸 허구임을 직시해야 한다. 적어도 아바나를 읽고, 쿠바를 좋아한다는 건 체의 사상이나 혁명을 읽고, 독재자라 불리는 카스트로를 조금 읽은 다음에야 한다. 너무 쉽게 쿠바를 팔아먹는 출판 시장의 한 모습을 보며 씁씁함을 되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