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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를 위한 관상학 ㅣ 빛깔있는책들 - 즐거운 생활 114
신기원 / 대원사 / 1991년 11월
평점 :
예전에 읽은 책에서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의 얼굴에는 여행이 묻어난다(?)는 의미. 흔히 어른들은 사람의 얼굴을 보고, 어느 정도 판단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삶을 그냥 시간만 보내는 것이 아닌, 삶을 살면서 겪는 회한 등이 통찰력을 심어주지 않았라는 어설픈 생각을 하지만... 전적으로 옳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저는 몇 가지 믿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첫인상입니다. 처음으로 대학이라는 곳에 가서, 낯선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떤이는 한 어깨하는 듯하고, 어떤이는 너무 새침해 보이고, 어떤이는... 등등 속으로 나름대로 사람들을 열심히 분석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서 속으로 나름대로 분류한 지표는 순전히 엉터리로 남아 버렸습니다. 내가 "첫인상이 참 드럽다^^;"라는 느낌을 받은 혹은 "차갑다"는 느낌을 받은 모든 이들이 한결같이, 십년지기가 되어 아직도 곁에 있습니다. 이렇게 첫인상에 대한 내 시선이 워낙 나빠서 전 아예 마음을 다잡고, 첫인상을 믿지 않게 된 것입니다. 내가 남을 첫인상으로 평가하지 않으니, 저 또한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나를 처음보고 판단하여, 깊이를 헤아리는 것을 말리지는 않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하고도 나를 제대로 알 수가 없을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걱정이 되는 것은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갈때에 상대방이 나를 첫인상으로 판단하면 어떨까라는 점이 있지만... 내가 사장이 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죠. 하하~~
서론이 길었으니, 어느 정도 짐작을 하셨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관상학!이라. 역시 제가 믿지 않는 부분 중에 하나입니다. 사람들은 열심히 손금이며, 관상을 보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라 생각을 합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책을 읽으가게 되니, 어느 한 부분 이쁘게 보이는 부분이 없는 것은 당연지사겠죠.
조금 쓴 소리를 해 보겠습니다.
관상학 역시, 동양적 세계관에 태생을 둔 듯합니다.
음양과 오행, 중용!!
이 세 가지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을 지니고 있다면, 모든 실마리는 풀렸다고 생각이 됩니다. 음양이라 하면 黑白이며, 오행이라 하면 木火土金水, 그리고 조화를 이루는 中庸.
"양은 더운 것이요 밝은 것이며, 음은 찬 것이요 어둡다. 태양은 양이요 달은 음이다. 그래서 낮은 양이요 밤은 음이다. 남자는 양이요 여자는 음이다. 강한 것은 양이요 유한 것은 음이다. 단단한 것은 양이요 물렁한 것은 음이다.(10쪽)"
이는 단분히 성차별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좋은 것은 남자요, 나쁜 것은 여자라는... 그리고 노자의 사상이 흐러지가 않으니-물의 유순함이 강함을 이기는 것을 보지못함-강하고 단단한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음양이라는 이분법 구조이다 보니, 극단으로 치닫는 현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오행, 목화토금수. 제가 보는 오행은 태양의 일주기를 상징한다는 점입니다. 아침에 햇살은 생명을 살리는(木) 빛이며, 점심에는 뜨거운 햇살(火)로 내리쬡니다. 해가 기우는 형상은 결실을 나타내며(金), 어둠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또다른 창조주입니다.(水)
이러한 순환 주기는 봄(東), 여름(南), 가을(西), 겨울(北)이라는 계절과 방위를 따라 갑니다. 그리고 그 중앙(中)은, 근본 흙(土)인 것입니다. 즉 오행의 출발은 해가 뜨서 지는 형상을 상징으로 나타낸 것이지, 어떠한 신비에 휩쌓인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남는 문제는 중용입니다. 중용은 자연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 사람의 성찰에서 출발한 것이기에 다르게 보아야 합니다. 물이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는 형상. 자연과 하나됨을 삶의 가치관으로 삼은 이들에게 중용은 절대선이 되는 것입니다.
다시 정리를 하겠습니다. 음양에서 출발하여, 오행의 이론을 가져오고, 마지막으로 중용을 이루는 형상이 가장 복된 형상이 되는 것입니다.
관상학에 심취한 이들에게 저의 논리가 아주 어설프 보일지 몰라도, 제가 본 음양오행이론에 대해, 크게 엇나갔다고는 아직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다음입니다. 한의학을 조금 공부한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에게 위의 이야기를 말하니 옳다고 합니다.(아마 그도 저와 같은 지식이나 식안밖에 가지지 못하였나 봅니다.) 하짐나 놀라운 것은 이런 음양오행의 이론이 한의학에서는 치료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아직 저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입니다.
분명한 것은 음양오행이로는 이분법적 시선과 상징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는 점입니다.
누군가가 상대방과 싸움을 할 때에는 눈싸움부터 한다고 합니다. 상대방과의 눈싸움에서 상대방을 제압하면, 반은 이기고 싸우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옛날의 점쟁이는 "問"을 놓고 어떤 이에게는 門에 口가 있으니 항상 빌어먹는다하고 다른이에게는 넙쭉 절을 하며, 임금님이라 했습니다.(問을 파자하면 君자가 됩니다. 양옆으로 君자가 새겨지니 필시 크게 될 인물이라는 것이죠. 옛날에는 이렇게 파자를 하여 점을 쳣나봅니다.) 놀라운 것은, 그 점쟁이는 상대방의 얼굴 등의 외모를 보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다가오는 기품을 보고 판단을 하였다고 합니다.
너무 외모에 집착하여, 내모를 잃어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외모 지상주의는 또다른 폭력이자 억압의 구조라 하면 억측일까요?(-이 부분에 궁금하시면 멜 주세요^^)
관상학에 대한 믿음이 없는 선에서 출발을 하였기에, 너무 한쪽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어떠한 경우이든 첫인상을 보고 판단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 기억력은 3초가 지나면 사라지기에... 이름도 몇 번을 듣어야 기억하는 나, 첫인상은 3초가 지나면 다 까먹어 버립니다. 만약에 첫인상에 대한 판단을 내리게 된다면 나는 그를 볼 때마다 몇 번이고 속으로 판단을 내릴 것입니다. 하하~~
"疑人勿使 使人勿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