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vs 남자 - 정혜신의 심리평전 1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도 초등학교 시절에는 꽤나 인기가 있었다. 시골동네라서 그런지 몰라도 밤낮으로 뛰어놀면서 여자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았다.

나조차 모르는 나를 난 정신과 전문의의 눈을 통해 나를 들여다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남자대 남자는 서로 대립적인 성격의 두 사람을 내세워 분석을 한다. 그의 입을 빌린다면 '특정 인물의 평전을 쓸 때에는 적어도 그가 쓴 책이나 논문, 관련자료 등은 다 섭렵해야(184쪽)'하는 완벽 증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는 '특정 인물'의 평전에 한하는 것이며, 이 책의 글쓰기는 '그 인물의 개인적 성향이나 속마음에 더 관심' 두었다. 그렇기 때문에 입에 사탕을 물고서 한 손으로 책장을 넘겨도 아무런 부담이 없다. 좀더 부연하자면 '예를 들어 어떤 지식인이 전두환 전대통령에게 세배를 갔을 때 강준만은 그 방문의 의미를 5공과 연결시켜 그 인물의 전력이나 사상 등을 공적인 차원에서 언급하지만, 나는 전두환 전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의리나 충성 혹은 사적인 인연의 차원에서 그 인물의 개인적 성행에 주목한다(119쪽)'는 뜻이다.

처음 책장을 넘기면 나오는 내 마음대로 왕자, '통제력의 착각(18쪽)'에 빠진 전김영상 대통령의 글은 어느 정도의 일관성과 심리적인 용어를 빌려서 글쓰기 이루어진다. 아울러 주석하나 없는 글은 읽기에 큰 부담이 없다.

하지만 조금 읽어나가다, 후광효과에 빠져버린 한 의사의 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눈에 콩깍지가 씌여 내가 맘 착하지 않은 이성에게 반하여도 이것은 개인적인 문제다. 그렇지만 정신과 의사가 콩깍지가 씌였다면 이것은 문제가 달라진다. 우리는 이미 후광효과로서 그를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는 '정신과 전문의' 의사라는 직함을 달고 있기에 우리는 논리가 틀리다는 과정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전횡을 한다는 말은 섬성의 실체를 모르는 애기이며 회장은 단지 큰 방향만 지시말한다(57쪽)'라고 임원의 말을 빌려서 이야기 한다. 초록은 동색이며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은 모르는가? 또한 글이라는 것은 논리적인 설득력을 지녀야 하지만 그는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언어적 헌사를 하는 듯하다. '아마 유시민은 우리 사회에서 떳떳하게 대(對)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는 '완벽하고 행복한' 자격요건을 갖춘 몇 안되는 지식인(153쪽)', ''절충과 타협의 명수' '변화와 적응의 달인'이라는 김윤환(175쪽)'이라고 표현을 한다.

상술에 뛰어난 사람은 천재이며, 학생 운동을 했다고 하여 대 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한정한다. 박쥐를 낮과 밤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이 아니라 두 개의 세계를 가진 흔하지 않은 동물로 표현하는 것은 후광효과에 의한 맹목적 추종으로 보인다.

근거없는 비행기 태우기와 부족한 논리력은 책 읽기에 어려움만을 더 한다. 이수성의 흡인력에 대한 휴머니티(106쪽)의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상대방(손정의)와 비교하여 깍아 내린다. 박종웅의 YS에 대한 충성을 '새끼오리가 알에서 깨어나는 순간 어미오리가 아닌 닭을 보여 주었더니' 따라온다는 실험을 통해, 그를 비유한다(140쪽). 그의 의도적인 글쓰기에 대한 해명을 듣고 싶다. 하등동물과 자칭 고등동물이라는 사람과의 관계는 여기에서 아무런 벽이 없이 무너지고 있다. 모든 심리적인 기제는 동물의 실험에 의해 유추할 수가 있는가? 아니면 그의 글쓰기에 대한 합리화인가? 지은이는 이에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앞부분에서는 심리적 용어를 하나 정도 차용하여 그를 평가한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그 힘이 딸렸는지 주변 이야기에 머무른다. 한 두개의 사소한 일화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다 보니 깊이 있는 분석은 없다. 억지로 남자대 남자를 대립관계로 놓은 것은 깊이 있는 분석보다는 흥미유발이아닐까라는 의문마저 든다.

마지막으로 수많은 책을 읽었다면 주석을 달아 주는 것 정도는 예의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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