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소셜 미디어와 젠더
< ASMR, 디지털 문화 시대의 감각화된 친밀성: 가각, 정동, 젠더/섹슈얼리티 >
1.
초기에 서구 주류 언론들로부터 의혹을 받았던 ASMR 방송이 다양한 심리학 연구 논문들이 나오면서 그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였음. 한국에서는 등장 초기부터 순기능에 주목하였음.
2.
미디어 문화 연구 관점에서 ASMR은 세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졌음.
1) 청각 중심의 지각과 몸의 쾌감을 위한 새로운 문화 형식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테크놀로지와 인간의 감각 및 지각의 새로운 관계가 인간의 실존적 경험과 사회에 주는 영향 탐색
- 마셜 맥루한(시각 지배적 테크놀로지에 의해 의존해 발전되어온 지배적 인식 패턴과 사회적 조직에 ASMR 방송이 끼칠 영향에 주목, 사물과 인간의 연결성과 의미를 넘은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가능하게 함)
2) ASMR을 매개로 창작자와 이용자 사이에 친밀감의 정동이 형성됨. 이는 몸의 개별적 감각 차원과 몸의 사회적 차원을 중첩시키고 연결시키는 것. 친밀감의 정동은 속삭임과 돌봄의 실천을 통해 형성됨.
3) 테크놀로지적 장치를 통해 청각과 사회적 친밀감의 정동이 젠더/섹슈얼리티 차원에서 지니는 성격과 한계, 변화 가능성
- ASMR 문화 실천에서 젠더 수행이 부정적 측면, 긍정적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음.
- 다양한 소리로 젠더적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한편 이윤 창출의 디지털 경제 아래 기존의 젠더 공간을 새로운 공간으로 변화시키도록 이끌기도 함.
- 이형규범적 문화에 도전하거나 대안이 되는 성의 실천의 재개념화시도일 수도 있으나 이는 소비 자본주의 경제의 권력 규제와 기술의 활용, 논리와 고찰되어야 함.
3.
ASMR에 대한 실험적 태도와 프로젝트를 통한 젠더적 수행의 변화와 젠더/섹슈얼리티 관념에 도전하는 작업 등이 필요.
< 웹툰의 드라마로의 재매개, 그리고 서사와 여성 재현 >
1. 재매개의 개념과 미디어 콘텐츠의 재매개
1) 미디어 간 경쟁과 인정의 과정, 재매개
- 재매개의 특징
매개의 매개: 매개 자체가 중요, 매개되는 과정에세 미디어는 끊임없이 평가, 대체, 재생산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현실과 매개의 불가분성: 재매개 과정에서 미디어를 생산하고 이용하는 현실 속에서 존재, 결과물이 되므로 현실과 뗄 수 없다.
개혁성: 재매개가 기존 미디어에 결여된 부분을 개선, 개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므로 수용자들에게 매개되지 않은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2) 재매개 콘텐츠에 대한 관심, 미디어 콘텐츠의 재매개
- OSMU(one-source multi-use), 크로스미디어스토리텔렝,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은 미디어 간 콘텐츠가 재제작되는 현상을 설명하나 강조점들은 저마다 차이를 보인다.
- 재매개는 적용 범위와 대상에 유연함과 포괄성을 지니므로 다양한 현상을 하나의 개념으로 일원화하여 볼 수 있다.
2. 웹툰과 텔레비전 드라마, 그 미디어적 특성
- 웹툰
작은 스크린 -> 클로즈업 위주의 화면 구성, 시각 중심의 콘텐츠. 포털 웹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배포. 조회수와 추천수, 평점에 의한 평가 방식이 지급료와 연계되는 방식으로 수익 구조 불안정. 개인화된 콘텐츠, 짧은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스낵컬처 특성 지녀. 세로로 긴 스크롤 방식, 페이드인/아웃 영상미디어 연출 방식의 적용, 장면과 내레이션을 활용한 시간 표현 연출
- 텔레비전 드라마: 가족이나 공동테적 가치 실현의 역할. 보수적 미디어이나 새로운 시도 등의 실험적 방식을 이용하여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음
3. 콘텐츠의 재매개화와 서사
웹툰을 재매개한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서사 변형이 이루어지는 방식
1) 재매개 과정에서 변하지 않는 서사 관습들
- 기발한 상상력 차용
- 주인공의 기본 설정 유지
- 주제 의식의 공유
2) 재매개 과정에서 변형되는 서사 관습들
- 에피소드의 변형과 추가
- 주제의 입체화와 일반화
- 희극성과 로맨스 강화
- 등장인물의 변형과 추가
- 밋밋함을 벗얻던진 극적인 인물로의 변화
- 등장인물 간 관계의 친밀성 강화와 균형적인 대립 구도

일명, ‘자율감각쾌락반응‘이라 번역되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은 특정 소리 자극에 대해 느끼는, 머리에서 등줄기로이어지는 기분 좋은 찌릿한tingling 감각 경험을 가리킨다. 속삭임, 귀파는 소리ear cleaning, 바삭한 음식 씹는 소리, 요리할 때 생기는 소리, 입으로 내는 소리, 손톱으로 무엇을 긁거나 톡톡 치는 소리, 손이나 브러시로 쓰다듬는 소리, 종이 구기는 소리, 사각대는 글 쓰는 소리 등 다양한 미세한 소리들이 팅글‘을 야기하는 자극물, 즉 트리거trigger가 될수 있다. - P87
‘미디엄에 메시지’라는 선언을 통해 맥루한(1964, 2003)은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단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바로 인간 신체와 감각의 확장extension임을 선언했다. 그는 미디어 테크놀로지는 그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인간의 감각 비율을 다르게 조정하고, 세상을 지각하는 방식과 타인과 맺는 관계, 인간삶의 패턴에 변화를 준다고 주장한다. - P97
ASMR 방송과 접촉해 얻는 몸의 쾌감과 정동, 또는 심신의 긴장이완은 의미의 세계로부터 벗어나 있기 때문에 갖게 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명상의 상태, 자연에 둘러싸여 있을 때 느끼는 상태, 어떤 재미에 푸욱 빠져서 내가 누구인지를 잊은 몰아沒我와 같은 상태, 심리학자들이 표현하는 전념 (mindfulness 또는 flow)의 상태와 ASMR 영상에서 얻는 청취자의 긴장 이완 상태는 유사해 보인다. 학자들은 이를 추구하는 청취자들의 동기를 경쟁 사회가 주는 긴장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것으로 추론한다(Bjelic, 2016: Gallagher, 2017). - P101
기술과학 철학자인 돈 아이디 (Ihde, 2002/2013)에 따르면, 인간의 몸은 지각하고 움직이고 감정을 느끼는 몸의 차원(몸1)과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의미를 지닌 몸의 차원(몸2)으로 분석적으로 구분해볼 수 있는데, 테크놀로지는 이 두 차원을 가로지른다고 말한다. - P109
앤더센은 ASMR 영상은 "여성들이 남성을 향해 연출하는 이형규범적Cheteronormative10 돌봄과 친밀성을 재생산하며 명백한 젠더 편향성을보인다"고 지적한다(Andersen, 2015: 692). 이 주장의 근거로서 앤더센은 ASMR 창작자나 이용자들이 ASMR 방송에서 친밀감의 경험을 ‘엄마와 아이‘의 관계와 유사한 것으로 표현하는 점을 제시한다. - P112
왈드론은 성적 관계sexual relation를 ASMR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체를 매개하고 친밀성의 정동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기술적 집합체 간의 배치configuration로 본다. 이로써 그는 ASMR 동영상이 기존의 협소한 도덕 체계와 ‘섹스‘ 개념을 넘어 ‘지배적인 서구 패러다임 밖에 위치하는 대안적 섹슈얼리티‘로서의 함의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 P118
톨란은 ASMR 공동체를 조롱하지 않고, 그렇다고 돌봄 작업을 가치절하시키지 않으면서도 젠더화된 돌봄의 관념을 교란시킨다. 그리고 유튜브를 넘어서 ASMR의 형식, 내용, 유통을 실험함으로써, 동시대 디지털 문화에서 돌봄과 그 표현의 한계에 관해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Iossifidis, 2017: 113). - P123
볼터와 그루신(Bolter & Grusin, 1999/2006)은 영상미디어의 발전사를 원근법 회화부터, 사진, 영화, 텔레비전에 이르기까지 각 미디어들이서로를 인정하고 경쟁을 벌이면서 그 문화적 의미를 획득하는 재매개remediation의 과정을 통해 설명한다. 이때 재매개는 ‘한 미디어를 다른미디어에서 표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하나의 미디어가 내용과 형식차원에서 다른 미디어의 테크놀로지, 표현양식, 사회적 관습 등을 답습하거나 개선improve, 개조remedy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현상‘이다. 이러한 재매개 개념은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를 비롯하여, 미디어들 간의 전방위적인 콘텐츠 전환 현상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포괄적이다. 결국 공존과 상호작용이라는 큰 틀에서 미디어의 관계와 발달을 파악하는 미디어 재매개의 개념은 미디어의 본질과 역사에 대한 가장 야심찬 주장이라 평가할 수 있다(Ryan, 2004/2014). - P135
웹툰이 TV드라마로 재매개가 될 경우에는 배경, 인물, 갈등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변형됨을 알 수 있다(이경숙, 2012). - P141
국내에서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로 웹툰webtoon이라 불리는웹 기반의 만화는 디지털 만화의 대표적인 유형이다(한창완·이승진, 2010; 전경란·박성대, 2013). 보통 웹툰은 세로로 긴 이미지로 구성되어한국에서 유독 활성화되었다는 점에서 한국적인 특수한 현상으로 칭해진다(류철균·이지영, 2013). - P141
우리가 주목할 점은, 이러한 미디어 특성의 차이가 콘텐츠의 재매개 과정에 영향을 미쳐 서사 관습이 변형되는 방향에 대한 논의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텔레비전 드라마는 재현을 통해 주류적 가치관의유지에 기여하는 미디어이다. 이러한 지배적인 시각은 재매개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여기서는 가부장적 지배이데올로기 역시 재매개 과정에서 작동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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