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사회학자인 앨리러셀 혹실드(Hochschild, 2013/2016)는 현대 사회에서시장의 영역과 무급 노동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오늘날 엄마들이 새로운 딜레마를 맞닥뜨리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사생활의 상업화가 확대되면서 ‘돈을 써서 해결하는‘ 영역과 ‘개인적인 일‘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졌고, 과거 스스럼없이 직접 행하던 일들이 점차 아웃소싱 상품으로 재편되면서 자녀의 생일을 위한 파티플래너, 가족사진 정리, 속옷 서랍 정리, 강아지 산책과 같은 서비스들이 가정과 시장의 경계를 계속해서 모호하게 만들면서 매순간 죄책감이나 불안감 속에서 친밀함이 결부된 개인적인 일과 개인적이지 않은(아웃소싱을 할 수 있는) 일들을 구별해야하는 것이 주부들의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생활의 상품화로 인해 기존의 책무를 시장을 통해 손쉽게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 여성의 해방을 의미하지 않는다는점이다. - P169
해시태그 사용은 도서관의 사서가 번호를 붙이는 행위와 비슷한 의미를 갖게 된다. 텍스트를 특정한 화제 속에 위치시키고, 특정한 주제에관한 이야기라는 점을 표시하는 역할을 해시태그가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2~3년 사이에 국내에서도 #나는_페미니스트입니다 #00_계_성폭력 고발 사건 등에서 해시태그를 매개로 사회적 실천이 조직되는 사례들이 관찰되고 있다(Kim, 2017: 김효인, 2017). - P172
한국 사회에서 모성에 요구되는 책무는 여성의 지위, 가족 제도나 자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성평등 의식 변화와 영향을 주고받아왔으며, 구체적인 모성의 책무나 이상적인 모성상은 시기별로 모습을 달리해왔다. 특히 한국 사회의 모성 담론은 근대적 가족 제도의 확립 및 핵가족과 같은 가족 구조 변동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으며 구축되어왔다. - P176
결과적으로 여성의 사회활동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지식을 활용하면서도1차적 양육자로서 어머니 노릇을 강조하는 집약적 모성 실천intensivemothering 이데올로기가 부상하며, 여성의 정서적, 경제적 노동을 집약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Hays, - P180
1996). 집약적 모성 실천 이데올로기란 주 양육자의 책무가 지속적으로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 돌봄을 시장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순수한 영역‘으로 간주하여, 자녀의 행복을 위해 물리적, 정서적 자원을총동원하는 상황을 이상적인 모성 실천으로 간주하는 경향을 일컫는다(Hays, 1996). 그 결과 오늘날 ‘좋은 어머니good mother‘란 집약적 모성 실천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한 채로, 이를 희생이라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고강도의 어머니 경험 자체에서 충만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스스로의 경제적자유나 관계 추구, 지적 욕망을 박탈당하는 데 대한 상실감을 느끼지 않는 존재를 일컫게 되었다(Green, 2004; Feasey, 2013 재인용). - P181
어머니 노릇을 구성하는 요건들은 변화해왔지만, 여성이 주양육자로자녀를 돌보는 상황은 그대로 유지되는 환경에서, 온라인 커뮤니티가활성화되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늘어나면서, 여성들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어머니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창구로서의 가능성을 제공하게 되었다. - P182
결론적으로, 맘스타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개인들은 해시태그를 통해서로의 양육 경험을 나누면서 느슨한 엄마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다. 때로는 상업적 의례의 소비자로서, 소비문화를 향유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전시하기도 하고, 때로는 여성의 주체적 시선에서 모성 실천에 수반되는 다양한 경험을 자기서사 쓰기를 통해 새롭게 해석하는향도 관찰되었다. 이 글에서 발견된 맘스타그램이 갖는 양가적인 특성과, 온라인상에서 새롭게 주조되는 모성 담론의 함의에 대해서는 다양한 여성들의 경험에 관한 풍부한 후속 논의를 통해 계속해서 의미를색해볼 필요성을 제기하는 바이다. - P198
회화 속의 음식은 자연의 일부이자그 자체로 인간의 통제하에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동식물의 식재료가 - P207
회화 속에서 다듬어지고 조리되어 인간의 생존과 미각을 위해 복무하는식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인간의 식재료를 얻기 위한 노력이 허사가 되기도 하지만, 그림 안에 담기는 순간 음식은 얼마든지 복제 가능한 것으로 철저히 인간의 통제하에 놓이게 된다(Bendiner, 2004: 28-29). 이는나아가 자연을 재구성할 수 있는 정복자이자 강한 생존력을 지닌 만물의 영장으로서 인간을 중심에 두는 인본주의적 사고로 발전한다. 그러나 여기서의 인본주의적 사고는 일면 남성중심의, 젠더불평등한 시각에 기울어져 있다고도 할 수 있다. - P208
이처럼 넓은 범주에서 동일한 시각 문화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만, 회화와 사진이 음식을 다루어온 방식은 상당한 차이를 갖는다. 무엇보다도 음식 사진은 회화 속 음식이 지녔던 상징성에서 벗어나 현실성과실용성을 강조한다. 나아가 사진의 복제 가능성은 회화보다 넓은 층위의 대중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고, 그에 따라 다수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도록 일상의 내러티브 안에 음식을 배치하는 방식을 강화했다. 음식 사진의 이러한 특성은 한편으로 음식 이미지가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기능을 획득하게 된 필연적 배경을 보여준다. 다른 한편으로 음식 사진이 상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확대된 가운데 음식 이미지가 급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이미지 자체가 갖는 진정성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음식 이미지를 둘러싼 담론은 텔레비전과 인터넷이 만나면서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 P211
영화와 TV 프로그램 모두 단일한 이미지인 숏shot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행동, 장소의 연속성을 지닌 장면 scene과 장면들이 모여 - P212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시퀀스sequence의 개념에 근거해 만들어지기때문이다. 따라서 음식을 다룬 영화와 TV 프로그램에서는 음식이 주제로 다뤄지는 한편, 일종의 ‘캐릭터‘로 등장해 이야기 플롯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기도 한다(Batty, 2016). 여기서 우리는 음식 이미지가 기존의 시각문화의 관습적 전통뿐 아니라, 이미지를 생산하는 미디어 자체의 속성에도 영향을 받고 있음을알 수 있다. 특히 회화에서의 음식 이미지가 예술로서 한정된 집단에 의해 향유되었던 것에 반해 예술적 목적뿐만 아니라 상업적 목적도 띨 수있는 사진-영화-TV 프로그램 안에 담긴 음식 이미지는 대단위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의 힘을 업고 그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 P213
탐미주의적 관점에서 음식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소비하는 현상은 ‘푸드 포르노food porn‘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Taylor & Keating, 2018). "음식을 대단히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는 푸드 포르노의 기원은 1977년에 등장한 ‘미식 포르노gastro-porn‘에서 찾을 수 있다(Spence, 2017/2018: 108). 전통적인음식 이미지도 보는 이의 식욕을 충분히 자극하지만, 푸드 포르노로 지칭되는 음식 이미지는 마치 먹음직스러운 외양의 최대치를 끌어 모은듯한 인상을 준다. 예컨대 푸드 포르노의 유형으로 그릇이나 테이블 등음식 이외의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고, 음식 자체를 줌인 zoom-in하여 음식의 질감이 가진 생생함을 전달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McDonnell, 2016). - P216
음식 애호가또는 미식가라는 의미를 지닌 푸디는 귀족적인 취향을 향유하는 전통적인 미식가gourmet와는 차별점을 가진다. 전통적인 미식가가 고정불변한 사회적 계층성을 전제로 하는 것에 반해 푸디는 사회적 계급으로부터 독립된 정체성을 갖는다. 루소(Rousseau, 2012)는 푸디의 등장이 전지구화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전 지구화 이후 여러 경계와 제한에 갇혀있던 세계 음식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는 환상이 커졌다고 해석했다. 전 지구화의 영향으로 음식 선택에 있어서도 이전보다 훨씬 넓은 다양성이 담보되었을 뿐 아니라, 음식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계급적 조건과 관련 없이 푸디는 유기농 식재료를 찾거나 이국적인 맛을 탐닉하며 장인이 만든 특별한 음식을 쫓는 등의 문화적 실천을 통해 스스로를 음식 애호가이자 미식가로 정체화한다. 이같은 정체성을 근간으로 푸디는 블로그나 소셜 미디어 등의 디지털 공간에서 음식 이미지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데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된다. - P218
생산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제작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먹방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되었다. 먹방은 음식과 카메라만 있다면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었던 데다음식 먹기가 대중에게 두루 어필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라는 점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실제 먹방 초기에는 BJ 경험이 없는 이들 중에서도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제작에 뛰어들었고,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먹는 여성의 모습이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김형우, 2015). 먹방의 양적인 성장이 이루어지자 영국과 미국 등 해외 언론에서도 한국의 먹방 사례를 소개하며 먹방을 ‘moekbang‘ 혹은 ‘mukbang‘과 같이 고유명사로 사용했다(Cha, 2014; Evans, 2015).4회화나 사진, TV 프로그램의 음식 이미지와 먹방의 이미지가 다른점은 음식 자체보다 음식을 먹는 것에 더 집중한다는 데 있다. - P219
마노비치(Manovich, 2017)는 인스타그램만의 독특한 미학적 스타일을 ‘인스타그래미즘Instagramism‘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2000년대의 미학 스타일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요소로 미니멀리즘과 같은 현대 디자인의 경향성과 킨포크Kinfolk가 제안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꼽았다. 이렇듯 ‘인스타그래미즘‘ 또는 한국에서 ‘인스타감성‘이라 불리는 독특한 스타일은 인스타그램의 미디어 형식, 디자인적 시각과 콘텐츠가 만나 상호텍스트성을 발휘한 결과라 할 수 있다. - P224
현대 사회의 시각적 일상은 주의를 끌기 위한온갖 기술적 효과와 그에 따른 충격으로 이루어져 있고, 시각에 대한 강조는 ‘외양이 전부appearance is everything‘가 될 수 있음을 천명해왔다(Jeffes, 1998). 이미지의 ‘산만함distraction 속에서도 무언가를 지각하기위해 씨름하는 우리의 눈을 기준으로 음식은 주변에 "늘 있던 것이나 소홀히 여겨지던 것"이었기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로운 조명을 받는 기회를 얻게 된다(서동진, 2018 116, 124). ‘흔하고 하찮은 것‘일수록 일상전복적인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 기회는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 P225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도 먹스타그램의 의미를 긍정하도록 만든다. 음식을 준비하고 만드는 데 생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면서도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몸을 갖추기 위해음식과 끊임없이 교섭해야 했던 여성의 역사 때문에 음식과 먹기는 육체화된 여성적인 경험으로 간주되어왔다(Lupton, 1996/2015: 10). 실질적인 음식 소비에 있어서 여성의 경험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지만, 음식 이미지를 생산하는 관점에서 바라본 여성의 경험에는 작은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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